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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박산성', 알고 보니 무샤라프도 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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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박산성', 알고 보니 무샤라프도 애용

희대의 독재자와 닮아 가려나

지난 10일 경찰이 촛불 집회 참가자들의 행진을 막으려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 세운 '컨테이너 바리케이드'는 곧 전세계적 화제가 됐다. 그런데 이 컨테이너 바리케이드가 세계적인 독재자로 잘 알려진 파키스탄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도 애용하는 시위 차단 방식인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는 지난 11일 파키스탄 정부가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대통령궁, 국회, 대법원, 대사관 단지로 향하는 도로 일체를 컨테이너로 막아놓았다고 보도했다. 같은 시간, 서울과 이슬라마바드에 컨테이너 바리케이드가 시위 차단용으로 동시에 도로에 설치된 셈.

파키스탄 정부가 컨테이너 바리케이드를 쌓은 이유는 지난 9일 파키스탄 변호사와 사회운동가 수백 명이 무샤라프 대통령이 축출한 판사들의 복직을 요구하며 전국 횡단 시위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파키스탄 정부는 이슬라마바드의 비상단계를 한 단계 높이고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1999년 쿠데타로 집권한 무샤라프 대통령은 계엄령 선포 등으로 철권 통치를 이어왔다. 그러나 그는 지난 2월 총선에서 패한 뒤 탄핵 위기에 몰려 있다.
▲ 한 시민이 스프레이로 '긴 행진'이라고 써놓은 파키스탄의 '컨테이너 장벽' ⓒ로이터=뉴시스

한 시민이 스프레이로 '긴 행진'이라고 써놓은 파키스탄의 컨테이너는 지난 10일 광화문 촛불 집회에서 시민들이 스프레이와 플래카드로 정부와 경찰을 조롱하는 낙서를 해놓은 컨테이너와 꼭 닮아 있다. 단 광화문에 두 층으로 쌓아놓았던 컨테이너와 달리 파키스탄 컨테이너 바리케이드는 한 층 높이다.

파키스탄의 영문 일간지 <더 뉴스(The News)>는 지난 11일 한 공직자가 컨테이너 박스를 두고 "정부는 법과 질서가 어지럽혀지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기울인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보도했다. 파키스탄에서 시위대를 저지하기 위한 도로 봉쇄에 컨테이너가 동원된 것은 지난 2007년 5월 파키스탄 내 여당 성향 정당 무타히다 민족운동(MQM)이 시도한 이후 두 번째. 지난 2005년 부산 아펙(APEC) 정상회담에서 등장했던 '컨테이너 바리케이드'가 2년 뒤 파키스탄에서도 시도됐던 것이다.

한편, 이번 광화문 컨테이너 박스가 '명박산성'이라는 애칭으로 더 널리 불리는 가운데, 누리꾼들이 참여해 만들어가는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도 이 단어가 등록돼 화제를 보으고 있다.

위키피디아 사전에는 "명박산성(한자: 明博山城)은 2008년 6월 10일 6.10 민주화 항쟁 21주년을 맞아 한미 쇠고기 협상 내용에 대한 반대 시위의 일환으로 서울 도심에서 100만 촛불 대행진이 계획되자, 경찰이 시위대의 청와대 진출과 전경과의 대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도심 곳곳에 설치한 컨테이너박스 바리케이드를 뜻하는 말"이라며 "대한민국 네티즌과 시위대가 풍자의 뜻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신문 기사 등에서 인용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 9일 시작된 전국 횡단 시위에 대비해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대통령궁, 국회, 대법원, 대사관 단지로 향하는 도로 일체를 컨테이너로 막아놓았다. ⓒ로이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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