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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삼성의 발목을 잡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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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삼성의 발목을 잡지 않았다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2.6조…'어닝 서프라이즈'

삼성전자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그간 재계와 보수언론 등에서 주장해왔던 '특검이 삼성의 발목을 잡는다'는 말과는 반대되는 결과다. 하지만 이번 1분기 경영실적은 '반짝 상승'일 뿐 이건희 회장 등 수뇌부의 퇴진으로 장기적 경영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는 주장도 있다.

1분기 영업이익 2.6조…"놀라운 수준"

25일 삼성전자는 1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증권가에서 예상한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성적표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본사 기준으로 전 분기보다 21% 증가한 2조1500억 원이었다. 해외사업부를 포함한 연결기준으로는 2조5700억 원에 달한다. 1조7000억 원대에 그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반면 매출액은 17조1100억 원에 그쳐 전 분기 대비 2% 줄어들었다.

휴대폰 사업부의 호성적이 실적 증가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작년 4분기 5800억 원대이던 영업이익이 올해 1분기에는 9200억 원으로 늘어났다. 대체로 1분기에 마케팅 비용이 많지 않아 비용 감소 효과도 컸다고 증권업계는 진단하고 있다.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역시 수출 실적에 힘을 실어줬다. 증권업계에서는 환율 상승으로 삼성전자가 3000억 원 가량의 영업이익 증대 효과를 누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분기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955원 가량을 오르내리고 있다. 전 분기 평균환율 921원대에 비해 4%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원화 가치 하락을 방조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삼성전자 등 수출 주도 기업의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준 셈이다.

특검 수사 악영향은 없었다
▲ 이건희 회장을 물러나게 한 특검의 '면죄부' 수사는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지 않았다.ⓒ뉴시스

1분기 내내 특검 수사가 이어졌지만 삼성전자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오히려 3, 4분기에는 높은 수준의 실적을 또 한 번 보여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재계와 보수 언론은 그 동안 줄기차게 '특검 수사가 삼성 그룹 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적어도 이번 삼성전자 실적만을 놓고 보면, 이들의 주장은 '근거 없음'이 증명된 셈이다.

서도석 한화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특검 수사와 삼성전자 실적에는 별 다른 상관관계가 없다"며 "2분기는 마케팅 비용 증가로 실적이 조금 나빠지겠지만 하반기 실적은 기대 이상일 것"으로 전망했다. 계절적 요인 이외에 삼성전자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는 딱히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는 이를 곧바로 증명했다. 소니와의 합작사인 S-LCD를 통해 충남 아산 탕정의 LCD 8세대 2라인 증설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설비투자 액은 1조7000억 원이 넘는다. 특검 기간 한껏 몸을 움츠렸다가 특검이 끝나자마자 경영 정상화를 문제없이 가동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부문에만 7조 원을 투자하는 등 총 11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자비에 쏟아 부을 예정이다. 이건희 회장의 공석이 회사 운영에 큰 악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삼성전자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그래도 회장이 안 계신데…장기 전망 어둡다?

그 동안 과감한 투자를 진두지휘한 이건희 회장이 물러나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존재한다. <조선일보>는 지난 1일 "실적 좋아진 삼성전자, 웃을 수도 없고…"라는 기사에서 삼성전자 내부 임직원과 경제단체의 목소리를 인용해 "(특검 수사가 길어지는) 현재의 경영 공백의 악영향이 1~2년 후에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당장 실적이 좋게 나오더라도 장기적 전망은 어두울 수 있다는 말이다. 그나마 이 전망은 이건희 회장의 퇴임까지는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퇴임은 <조선일보>와 재계 모두 "이례적"으로 받아들였다. 이 논리대로라면 이건희 회장이 퇴임한 지금, 삼성전자의 장기 전망은 더욱 암울해진다.
▲ 적어도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뉴시스

하지만 적어도 증권가에서는 이와 같은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서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의 경영진은 충분히 독자적인 의사 결정 능력을 갖췄다"며 "이건희 회장의 퇴임으로 대형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이 어려워 질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라고 말했다.

오히려 특검 수사 결과 계열사별로 독자적인 경영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돼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략기획실에서 그룹 전체 구도를 놓고 고민하던 과거와 달리, 삼성전자 경영진이 삼성전자 실적만을 위해 집중할 수 있게 돼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서 연구위원은 또 전략기획실 지시→삼성전자 경영진 회의→전략기획실 채택으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화돼, 경영 전략 수립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삼성전자 주가에서도 미래에 대한 우려보다는 기대감이 엿보인다. 지난 3월 14일 54만 7000원까지 떨어진 삼성전자 주가는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전날에는 66만 1000원까지 올랐다(종가 기준). 긍정적인 1분기 실적과 대형 투자 결정이 발표된 이날 역시 주가는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의 전망을 어둡게 보지 않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이건희 회장의 권한에 변동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삼성이 어떤 변화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서 연구위원은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높은 만큼, 대주주 권한 행사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경영진 변화로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이건희 회장은 특검 수사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이번 특검 수사 결과에 대해 "삼성에 면죄부를 준 것"으로 평가절하했다. 김 변호사는 24일 밤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서도 이 같은 뜻을 밝혔다. 그는 "이건희 회장은 사임 이전에도 결재를 직접 한 적은 없었고 항상 지시사항을 구두로 전달했다"며 "이사 등기마저 삭제돼 이 회장이 삼성에 대한 지배력은 유지하면서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특검 수사로 이건희 회장이 오히려 자유로워졌다는 말이다.

면죄부 수사 논란이 일고 있지만, 어쨌든 형식적으로 이건희 회장은 사퇴했다.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봐서는, 재계의 주장보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이 정답에 가까워 보인다. 다만, 증권가나 투자자의 예상에 삼성전자가 부합하기 위해서는 '황제식 경영'이 사라져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삼성전자 실적을 놓고 벌어지는 모든 예상의 출발점은 삼성전자 경영진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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