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민심이 심상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득표율은 48.6%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활동을 놓고 "잘했다"는 평가는 38%로 줄었다. 한 달 만에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빠진 것.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런 심상치 않은 민심에도 여전히 거침이 없다.
4월 총선은 이 대통령의 거침없는 행보 앞에 놓인 '검문소'이다. 그는 이 검문소를 무사히 통과해 다시 질주할 수 있을까? <프레시안>과 한국진보연대는 독자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을 검문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5회에 걸쳐 교육, 경제, 사회 정책을 점검하는 글을 싣는다. <편집자>
쌀라면 만들면 라면 값 떨어지나?
지난 1년 사이 밀은 300%, 콩과 옥수수는 70%이상, 국제곡물 가격이 수직으로 올랐다. 식량의 72%를 수입에 기대는 딱한 처지여서 '먹는 물가'가 급상승, 최대 30% 넘게 뛰었다. 600원 라면이 750원으로, 3000원 자장면이 3500원으로, 거짓말처럼 오른 것이다. 여기서 대충 멈출까, 더 치솟을까? 확실히 후자다. 왜?
첫째, 수요는 증가하고 공급은 감소하기 때문이다. 인도, 중국 등 인구대국의 식량 소비가 늘고, 미국 등에서 옥수수로 자동차 연료를 만드는 등 식량수요는 꾸준히 오르는 반면 지구온난화 때문에 경지면적이 자꾸 좁아져 공급은 해마다 줄어드는 것이다. 둘째, 미국경제가 최악의 침체에 처박히면서 달러가치가 연일 추락하자, 국제투기자본이 달러에 투자한 돈을 급히 뽑아서 식량을 마구잡이로 사들이기 때문이다. 셋째, 사태가 이 지경으로 치닫자 중국, 인도, 러시아, 태국, 베트남, 이집트 등 주요곡물수출국들이 수출세를 매기고, 수출을 제한하고, 아예 수출을 금지하는 등 식량무기화에 적극 나서는 까닭이다.
카메룬, 세네갈 등 아프리카에서 시작한 식량폭동이 아시아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등 인류 역사상 최악의 식량위기가 닥치는데 이명박 정부는 대책이 없다. 아니, 있다. "밀가루 값이 올라 라면 값이 오르는 거니까, 쌀로 라면을 만드는 방안을 연구하라." 이명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지시사항'이다. 과연 기발한가? 쌀은 자급률이 100%에 가까워 가격이 안정적이니까. 라면을 쌀로 만들기 시작하면 라면 값을 잡을 수 있다? 아니다.
저 고개를 넘어가면 어떻게 되는가? 앞서 간 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보다 14년 먼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멕시코. 그 나라의 쌀은 옥수수다. 그러나 지금 멕시코에는 옥수수 밭이 없다. 값싼 미국 옥수수가 비싼 멕시코 옥수수를 다 죽인 것. 그렇다. 한미 FTA는 우리 쌀농사를 철저히 살해할 것이다.
지난 3월 27일 하루 만에, 톤 당 580달러 하던 쌀값이 760달러로, 무려 30%나 인상되더니 지금은 1000 달러를 넘어서는 등 국제 쌀 시세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쌀농사를 다 빼앗긴 다음에는, 쌀값이 금값이 된 다음에는 또 무엇으로 라면을 만들자고 제안할 것인가? 어서 한미 FTA를 하자고 외치는 입으로 쌀라면을 벙긋거리다니, 참으로 기발하지 않은가?
재기 넘치는 대책은 또 있다. '해외식량기지'를 개척하자는 것이다. 멀쩡한 국내 농사를 일부러 죽이면서 해외로 나가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는가? 나간다 치자. 2월 중순 중국이 곡물수출 통제를 시작하고, 3월 말 이집트가 쌀 수출을 중지한 것처럼, '수출중단'을 당하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기획재정부의 물가 부채질
지난달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중 수입물가 동향'을 보면 작년 같은 달 보다 무려 22%가 올랐다. 외환위기(IMF) 직후 25.6%가 인상된 이후 10여 년 만에 가장 크게 폭등했다. 국제 시세가 올랐으니 수입물가 오르는 거야 별 수 없지 않을까? 아니다. 식량, 원자재, 중간재 할 것 없이 외국서 들여오는 물건은 거의 달러로 거래한다. 즉, 달러 값이 변하면 수입물가도 따라서 변하는 것이다.
1달러에 900원하던 달러 값이 800원으로 떨어지면 수입 물가는 100원 떨어진다. 1달러짜리 물건을 하나 사들일 때마다 100원씩 이익을 보는 셈이다. 거꾸로 900원 하던 1달러가 1000원으로 비싸지면 수입 물가는 100원 오른다. 1달러어치를 하나 수입할 때 마다 100원씩 손해가 나는 것이다. 이게 바로 환율의 힘이다.
미국경제가 땅에 뒹굴면서 달러가치가 마구 떨어지고 있다. 100엔을 넘게 줘야 1달러를 샀는데 이제 99엔 정도로 1달러를 산다. 3월 17일, 12년 만에 100엔이 무너진 것이다. 이처럼, 일본의 엔, 유럽연합의 유로, 중국의 위안 등 세계 각국의 돈에 대하여 달러는 단연 약세다. 그런데 오직 우리 돈, 즉 원화에 대해서는 달러가 강세, 그것도 초강세다.
작년 11월 800원 대에 머물던 달러가 12월 말 936원으로 인상되더니, 3월 18일에는 1030원까지 상승했다. 이러니 똑같은 1달러 어치 물건이 작년 12월 말에는 936원에, 올 3월에는 1030원에 수입된다. 3월 한 달에만 달러가 무려 8.76% 올랐으니, 다른 요인 다 빼고 오직 환율 때문에 수입 물가는 저절로 8.76% 올랐다.
왜 한국에서만 달러가 오를까? 기획재정부가 한 짓을 보자.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면 외환시장에 정부가 개입해서 환율인상을 유도할 수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임 직후 발언이다. 뭐? 정부가 환율인상을 유도해? "앞으로 달러가 오른다"고 정부가 보증 선 것과 같다.
달러를 사면 떼돈 벌겠네? 국제투기꾼들이 달러 사재기에 나선 것이다. 하여 달러가 오르니까, 기획재정부는 "지금까지 달러가 너무 저평가된 것도 사실이다"며 '더 올라라'고 힘을 보탰다. 가뜩이나 수입물가가 폭등하는데 기획재정부는 열심히 부채질을 했다. 왜? 두 가지다. 첫째, 달러가 오르면 수출품 가격은 떨어지고, 수출이 늘어난다. 둘째, 수출이 늘면 그만큼 성장률이 증가한다. 수출하는 재벌, 성장률 수치 올려 자랑해야 하는 정부, 지금도 배가 터지는 대한민국 1%는 너무 좋다.
웬만하면 무보험
"아픈 사람 치료하는 것을 돈벌이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너덜거려도, 현장에서 무시당해도, 아직 우리법전은 병원의 영리법인설립을 '쾅쾅' 금지하고 있다. 당연지정제, 즉 국민건강보험증만 있으면 국립대병원, 삼성병원, 현대병원, 다 갈 수 있다. 안 받으면 불법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게 못마땅하다. 3월 10일 기획재정부가 1)병원의 영리법인화 2)당연지정제 페지 3)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등을 발표했다. 영리법인화는 "환자를 받는 목적은 오직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를 내놓고 하라는 것이다. 당연지정제 페지는 "국민건강보험증 가지고 오는 사람들, 돈 안 되는 그 사람들은 안 받아"라고 대놓고 하라는 것이다.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는 "살고 싶으면 재벌들이 하는 비싼 보험에 가입하라"고 윽박지르는 거다. 돈 많은 이들은 이제 천대받는 국민건강보험을 해지하고 재벌보험에 가입, 재벌병원에 간다. 소득 누진제로 보험료를 걷는 국민 건강보험공단은 당연히 재정이 대폭 악화, 결국 파산한다. 웬만한 국민은 다 '무보험'이다.
나무를 베다 손가락 두 개를 잘렸다. 붙이는 비용이 중지는 5700만 원, 약지는 1100만 원이다. 남자는 1100만 원, 거금을 주고 약지만 간신히 봉합했다. 영화 <식코>에 나오는 미국 이야기다. 악착같이 미국을 따라가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어서어서 가자고 이끄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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