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겨우 한 달이 지났건만, 마치 수년이 지난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느껴지는 까닭은 왜 일까? 아마도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우려했던 사항들이 너무도 일찍, 너무도 많은 영역에서 펼쳐져 우리들의 삶을 위협하고 파괴하고 있기 때문일 게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펼쳐지고 있는 3대 위기
기대했던 경제 살리기는 실종하고 위기의 시대가 도래 하고 있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3월 소비자 물가가 전년 동기에 비해 3.9%, 생활물가는 4.9%나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무역적자 행진이 4개월째 계속돼 3월에도 6억7000만 달러 적자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4개월 연속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이러한 경제상황은 지난달에 나타났던 환율위기 상황과 맞물려 한국경제에 적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민생경제의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민생경제 위기의 대표적 사례는 1000만 원 등록금 시대의 도래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교육자율화의 미명 아래 사학재단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등록금을 올리고 있고, 이것이 등록금 1000만 원 시대를 초래했다. 민생경제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순환의 과정 때문이 아니라 친기업 정부, 1% 부자정권인 이명박 정부 등장의 필연적 귀결이다.
1일 한겨레신문은 "아이들 생명 위협받는데 '시국치안' 골몰"이라는 기사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와 경찰이 공안 대책에 골몰하느라고 민생치안에 구멍이 났다고 지적했다. 최근 대학생 등록금 평화집회에 수 만 명의 경찰을 동원하는가 하면, 경부대운하 반대 대학교수들에 대한 정치사찰을 재개했다. 법질서 확립이라는 미명 아래 민주주의의 후퇴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이거나 우연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부자와 재벌들만을 위한 경제정책(금산분리 완화, 출총제 폐지, 규제개혁, 수도권 규제 완화)을 힘으로 밀어붙일 것이며, 그로 인한 민중들의 반발을 힘으로 억누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 걱정하듯 유신시대, 전두환 시대로 회귀라는 민주주의의 역행 현상이 발생할 것이 명백하다. 가히 민주주의 위기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나타나고 있는 또 다른 위기현상은 한반도 평화의 위기이다. 한반도 평화문제는 단순히 평화문제 그 자체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바로 경제문제로 직결된다.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94%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해 GNI 대비 수출입 비율은 94.2%를 기록해 처음으로 90% 선을 넘어섰다. 이와 같이 세계 경제에 긴박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한반도 평화는 경제 살리기에 있어서 절대 절명의 조건이 된다.
한반도 평화가 파괴되고 전쟁위기가 현실화되면 주식시장에 투자되어 있는 외국 금융자본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면서 금융위기가 초래되고, 이것이 실물경제 위기로 파급되면서 심각한 경제위기를 낳는다. 지난 10년 동안 추진되었던 남북화해협력정책은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것이 한국경제 발전의 중대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점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무분별한 대북대결 정책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최악의 위기상항으로 치달아갈 조짐을 보이면서 한반도 평화에 중대한 위기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민생경제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한반도 평화의 위기, 이것이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발생한 3대 위기이다.
브레이크 없는 페달은 누가 멈출 것인가?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할 경우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대운하 정책, 친재벌 경제정책 등 소위 '명박노믹스'를 저돌적으로 밀어붙일 것이라고 한다. 그것은 현재의 한국정치의 힘의 역관계로 봐도 그렇고, 이명박 대통령의 스타일로 봐도 충분히 예견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속 질주하는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 친재벌 정책, 반민중적 반민주적 정책, 환경파괴 정책을 저지할 수 있는 힘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통합민주당에 그것을 기대하기란 난망하다. 통합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과속질주를 저지할 수 있는 유의미한 의석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 하지만 더욱 문제는 통합민주당은 그러할 의지도 의심스럽거니와 대중적 지도력을 이미 상실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브레이크 없는 과속질주를 막고 민생과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를 지키려면 오직 민중 스스로의 힘밖에 믿을 게 없다. 민중 스스로의 힘, 그것은 광범한 대중단체와 시민운동단체, 민중운동 단체, 진보 개혁적 정당과 대중단체 들의 단결된 힘으로 표현된다. 즉 진보의 단합과 단결이야말로 현 정세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다.
진보운동의 혁신도, 진보의 재구성도 진보의 단결을 전제하지 않으면 거대한 반동의 힘 앞에 무기력할 뿐이다. 분명 그동안 진보운동진영은 많이 흐물흐물해져 있었고, 기득권과 낡은 틀에 안주해 있었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낡은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대중적 지지를 획득할 수 없으며, 대중적 지지를 획득하지 못한다면 이명박 정부의 과속질주를 저지할 수 없다. 진보의 혁신과 재구성을 통해 낡은 틀을 벗어 던지고 민중들의 지지와 신뢰를 획득하는 것은 진보운동진영의 절대 절명의 과제이다.
하지만 이러한 진보운동의 혁신과 재구성이 진보운동의 분열에 기초해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거니와 광범한 대중들의 지지와 신뢰를 획득할 수 없고, 이명박 정부의 과속질주를 막아낼 수 없다. 진보의 혁신과 재구성의 목적은 진보의 단결을 위한 것이고, 단결을 떠난 진보의 혁신과 재구성은 말장난에 불과하거나 또 다른 패권적 행태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선전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선전해야 진보의 단결의 주춧돌을 튼튼히 마련할 수 있고, 이명박 정부의 브레이크 없는 과속질주를 저지할 수 있는 정치적 기둥을 세울 수 있다. 민주노동당이 확보한 원내 거점을 활용하면서 광범한 시민 사회단체 대중단체들과 연대 공동 활동과 투쟁을 통해 거대한 소수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그럴 경우에만 진보의 단결이 가능하고, 이명박 정부와 대항전선을 형성해 효과적인 투쟁을 전개할 수 있고, 민생과 평화를 지킬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현실에서 민주노동당 외에 그 어느 누구도 이러한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총선 중반 제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은 민주노동당이 그러한 역할을 맡으라는 것으로 요약된다(최근 조선일보가 발표한 갤럽 여론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민주노동당은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을 제외한 군소정당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정당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현재의 추세라면 8%에 달하는 정당 지지율로 비례대표만 4석 정도 얻을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민주노동당은 여러 가지 약점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중들이 부여해준 이러한 역사적 역할과 소명을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민주노동당이 우뚝 서지 못할 경우 민중들은 희망의 언덕을 상실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은 이번 총선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광범한 진보적 단체들과 개인들이 갖고 있는 오해와 편견을 씻어내고, 정당하고 타당한 불신과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대중의 요구와 지향에 맞게 민주노동당을 혁신하고 강화하겠다는 확고한 다짐과 약속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진보진영의 통일단결을 귀중히 여기고 분열의 정치가 아닌 단결의 정치로 승부를 내야 한다.
민생과 평화는 둘이 아니라 하나이다
그동안 민주노동당이 받았던 오해는 민생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평화통일만을 앞세웠다는 비난이다. 그동안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이러한 오해와 비판을 자초했던 원인에 대해서는 깊은 성찰과 자기비판을 해야 하겠지만, 적어도 오해만큼은 해명할 필요가 있다.
민주노동당의 지난 4년 동안의 활동을 객관적으로 분석 평가해 봤을 때 그 어느 정당보다도 민생에 역점을 두고 활동해 왔던 것이 사실이며, 민생을 가장 귀중하게 여기고 가장 앞장서서 해결하려고 노력해 왔다. 한미 FTA 반대투쟁에 선봉에 섰으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 부유세 신설, 무상치료 무상교육 공약, 카드 할인료 인하 운동, 상가 임대차 보호법 제정 운동, 급식조례 제정 운동 등 노동자 도시 영세상인 농민, 도시 서민들의 민생과 생활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한 활동과 투쟁들을 가장 성실하게 앞장서서 투쟁해 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비록 소수이지만 원내에 진출한 의원들의 눈부신 활동도 모두 민생을 지키는 활동과 투쟁이었다고 명확히 대답할 수 있다.
이번 총선의 주요공약을 보더라도 민주노동당이야말로 민생을 가장 귀중히 여기는 민생정당이라고 명백히 말할 수 있다. 이번 민주노동당의 5대 공약을 보면 등록금 150만 원 실현, 비정규직 문제 해결, 중소기업 문제 해결, 지역경제와 재래시장 활성화, 농업육성정책 실현 등으로서 철저히 노동자 서민 대중들의 민생문제로 되어 있다. 또한 4대과제를 보면, 한미 FTA 국회 청문회 개최 및 비준저지, 이건희 구속수사 및 삼성의 국민기업화, 대운하저지 및 환경생태 복원, 공기업 사유화 저지 및 사회공공성 강화로서, 역시 민생경제에 치중되어 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이 민생을 외면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왜곡된 선동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왜곡된 선동이 가능했던가? 그것은 그동안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한반도 평화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문제는 단순히 민생문제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민생과 평화는 둘이 아니고 하나이다. 한반도의 현실, 우리나라의 구체적 현실에서 볼 때 한반도 평화야말로 모든 민중들의 인간다운 삶의 근본조건이 되며, 안정적 일자리와 경제발전의 전제조건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민중을 사랑하고 민생을 사랑하는 민주노동당은 응당 한반도 평화문제를 외면 할 것이 아니라 깊은 관심을 갖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화해협력을 위한 길에 동참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문제는 가치의 문제이기 이전에 생존의 문제이다. 민중의 생존을 외면한 가치는 공허하고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이명박 정부의 무분별한 대결주의적 대북정책으로 인해 한반도 안보환경이 악화되고 한반도 평화가 중대한 위기국면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 인권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국제기구에서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표결에서 찬성표결을 함으로써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북한과의 대결을 공공연히 벌여왔다. 또 핵문제 해결 없이 남북관계 발전 없다는 선핵포기 노선을 제기하는가 하면 합참의장이 내용적으로 선제타격론 해석할 수밖에 없는 발언을 해서 북한을 자극했다.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한마디 비난도 하지 않으면서 침묵으로 대북 정책을 주시해온 북한은 드디어 참지 못하고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지난 10년 동안 공들여 가꾸어온 남북화해협력 관계가 깨지고 한반도 안보와 평화의 중대한 위기상황이 발생했다.
이처럼 한반도의 안보지수가 악화되고 대결과 전쟁위기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한국의 신인도에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되고 한국경제가 크게 위협받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한반도 평화와 화해협력 정책은 그 누구를 위한 퍼주기가 아니라 바로 남쪽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의 평화와 민생을 위한 선의의 투자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진보정당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해결,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크게 주창하게 되면 그 의도는 어떠하든간에 한반도 냉전세력들이 추구하는 대북 압박구도에 편승하게 된다는 점에서 볼 때 한반도 평화와 화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민생안정에도 역행하는 처사이다.
대화란 일방적 주장이나 강요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인정과 존중에 기초해서 협력적이고 건설적으로 되어야 하며 특히 남북관계는 더욱 그러하다. 상대방이 전혀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내세우며 대화를 외친다 한들 그것이 대화를 위한 대화가 될 것인가?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폭력이며 압박이며 모독에 불과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화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 기초해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문제 통일문제를 다루어 나간다는 원칙으로 평화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국군포로문제, 납북자 문제, 북한인권 문제는 그 의도가 어떠하건 첨예한 정치적 문제이며, 대화가 아닌 대결을 부추기는 정책이라고 민주노동당은 평가하고, 그러한 민생을 외면한 정책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화해협력을 실질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평화통일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그것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이행을 핵으로 하는 남북화해협력 정책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민주노동당의 평화통일 정책이야말로 가장 민생중시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민생과 평화를 중심으로 진보의 단결을 실현하자
민주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진보의 단결의 구심을 확보해야 한다. 그것은 민주노동당 발전을 위해서이기도 하거니와 이명박 정부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민중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도 절박한 과제이다. 민주노동당이 단결의 구심을 세우지 못한다면 그것은 민주노동당의 비극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의 주장과 견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진보와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모든 진보개혁 세력들의 비극으로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이번 총선에서 진보의 구심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생과 평화를 중심으로 대중적 단결을 호소하는 대대적인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노동당 스스로 열린 자세와 태도를 갖고 대중들의 단결과 단합을 귀중히 여기는 민중중시의 태도와 관점을 확립해야 한다. 또한 민주노동당내에 아직도 잔존해 있는 낡은 틀을 과감히 깨뜨리려는 노력을 더욱 더 경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진보개혁세력들내에서 열린 자세로 대중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그동안 민주노동당을 사랑했던 많은 진보개혁세력들의 귀중한 질책과 비판에 겸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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