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업'을 가진 탓에 당무 일선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당대회 의장은 민노당의 서열 2위 자리다. 그런 그가 탈당계와 사직서를 써놓았다고 했다. 회한이 없을 리 없다.
그래서일까. 6일 오전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민노당 다수파의 패권주의 행태를 '패악'이라고 격하게 비판하면서도 "마지막 노력은 해 봐야 한다"고 했다. 7일 전국시도당 위원장단 회의, 12일 중앙위원회가 예정된 "이번 주가 고비"라고 했다.
"비대위가 마지막 희망"
그는 "NL의 나침반은 떨지를 않는다. 한곳에 고정된 고장난 나침반이다. 어떻게 그렇게 요지부동일까 싶다"고 했다. "20~30%에 해당되는 조직된 자주파 당원들은 지금 겨울산에서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 앞으로도 고집세우고 그게 신념이라고 군중심리로 가다보면 얼어 죽을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당을 살릴 것이냐 분당에 이르게 할 것이냐에 대한 공은 자주파 쪽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비대위 구성을 "마지막 희망"이라고 했다. 심상정, 노회찬 의원 등 '재창당파'와 궤가 같다.
그는 "비대위를 만들되 거기다 권한을 줘야 한다. 그러려면 창당초기부터 지금까지 있어온 것을 진짜 냉정하게 평가하고, 치부를 도려낼 수 있도록 평가 할 수 있는 권한, 책임을 물을 권한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종북주의에 대한 평가는 물론이고 다수파의 패권이 용납되지 않도록 비례대표 전략공천의 폭을 대폭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자주파 진영에선 그를 비대위원장으로 앉히려 한다는 말이 나돌았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간접적으로 들었다"며 "어느 정파에도 소속되지 않았다고 보여지는 이덕우가 말캉말캉해 보인다는 얘기겠지만 내게 그런 제안 들어왔다면 정파 사람들 실명을 거론하면서 비례대표에 출마하지 말라고 약속을 하라고 했을 것"이라고 강하게 논박했다.
최근 종북주의 실체 논쟁과 관련해서도 이 변호사는 "종북주의가 명확하게 있는데 그것을 없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 정파가 무슨 생각을 해왔고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당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에 대해 있는 그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북주의 논란의 초점이 된 일심회 사건을 맡은 변호인단의 단장이다. 그런 그가 일심회 연루자에 대한 출당조치를 촉구했다. 그는 "그동안은 일반적인 원칙, 즉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을 해야하는 면도 있고 같은 당원으로서의 의리, 예의일 수 있으나 이제 판결이 확정됐다"며 "이건 내가 단순한 변호사로서가 아니라 당 인권위원장으로서 당을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의 이같은 마지막 호소는 통할까. 그는 "솔직히 큰 기대 안 하지만 그런 노력마저 하지 않고 탈당계를 내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다. 쉽지 않겠지만 마지막 희망을 가져보자"고 했다. 인터뷰 직전에도 그는 한 시당위원장과 전화 통화를 하며 이런 당부를 곁들여 수고를 좀 해달라고 당부했다.
"'패악'의 자주파, 떨리는 나침반이 되라"
프레시안 : 무언가 절박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덕우 : 이번 주가 고비가 될 것 같다. 오늘 내일 무슨 결정이 날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조급함이 있다. 나도 책임져야할 것 아니냐 하는…. 어찌됐든 명색이 당대회 의장이고 서열 2위인데, 실무 집행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도 당이 이 지경에 처한데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레시안 : 무엇이 문제인가.
이덕우 : 결국 사람 문제다. 2000년 창당할 때부터 있던 근본적 문제의 씨앗이 이렇게 커진 것 같다. 원칙적으로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왔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것이 이른바 당내 민주주의의 위협과 패권주의로 온 거다.
프레시안 : 민노당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돌아서고 있다. 창당 초기부터 잉태된 씨앗을 돌아보며 이제는 더 늦기 전에 결단을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다.
이덕우 :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따지면 도저히 같이 지낼 수 없으면 헤어져야 한다는 것이 맞다. 민족주의는 결코 좌파와 친해지거나 좌파가 될 수 없다는 것은 경험을 했다. 자민통으로 일컬어지는 이른바 당내 자주파의 근간에는 민족주의가 흐르고 있다. 과거에 일이 있을 때마다 개인적으로 자주파의 대표들에게는 '공개적으로 한번 당내 평등파와 토론을 해봐라. 거칠게 말하면 당의 강령에 동의를 하는지 사상투쟁이라도 해보라'고 여러차례 이야기를 해왔는데 사석에선 그렇게 하자고 동의하고는 그 다음부터 메아리가 없다.
8년 전 창당 당시 PD들이 NL이 장악하고 있었던 전국연합에 손을 내밀어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전국연합은 시기상조라며 일부만 결합했다. 그러다가 2001년 지나면서 연합이 입장을 바꿔 민주노동당이 될 것 같으니 결합을 했고 그 뒤 전농 등으로 확대됐다. 대중조직들이 이렇게 결합한 것은 중요하지만 결국은 어떤 이념을 갖고 같이 할 것이냐가 더욱 중요하다. 이것이 공개적이고 치열하게 논쟁이 된 적이 없다는 거다.
창당초기부터 미뤄둔 그 문제는 당직·공직 선거 때 패권주의로 나타났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하자는 진보정당 민노당에서 수구 꼴통이라고 비판했던 기성 정당도 하지 않는 짓을 한 거다. 예컨대 공직 선거를 앞두고 인천연합(자주파) 소속 당원들이 서울 용산 지구당으로 대거 적을 옮긴 일이 있다. 결국 후보로 선출되리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표가 부족해 떨어졌다. 패악이다. 우리 당 홈페이지에서 '패악'을 검색해봐라. 수십가지 사례가 나온다.
나침반이 고장 났는지를 보려면 떠는지 안 떠는지를 봐야 한다. NL의 나침반은 떨지를 않는다. 한곳에 고정된 고장난 나침반이다. 어떻게 그렇게 요지부동일까 싶다. 그리고 왜 대부분의 NL을 보면 공부를 안 하는지, 책을 안 읽는지, 남의 말을 왜 그렇게 안 듣는지 모르겠다. 의리도 좋고 조직 규율도 좋은데 내 생각이 틀렸을 수 있고 조직의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야 한다. 끊임없이 떨리는 나침반처럼 말이지.
프레시안 : 민족주의와 좌파가 친하기는 어렵다. 홍세화 선생 등은 자주파가 민노당을 장악한 걸 숙주로 삼으려 한다고 표현했다. 마치 옛날 전선체 개념이 적용된 일환으로 그렇게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더는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것 아닐까 싶다.
이덕우 : 박노자, 홍세화, 진중권 등이 한 이야기가 대부분 그렇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통일전선으로서의 생각을 갖는 분들은 상층 몇 명이다. 그리고 20~30%가 조직된 당원들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잠시 고장난 나침반이 된 것으로 본다. 상층 몇 명이 확 틀어쥐고 자유스럽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들이 공개적 토론을 통해서건, 나름대로 공부 좀 열심히 해서건 다시 돌이켜보길 바란다. 눈 덮인 겨울산에 잘못 들어가면 얼어 죽는다. 길을 되짚어 오는 게 살 길이다. 20~30%에 해당되는 조직된 자주파 당원들은 지금 겨울산에서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 앞으로도 고집세우고 그게 신념이라고 군중심리로 가다보면 얼어 죽을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 다시 노력해야 한다는 거다.
이성적으로 보면 7년 넘게 해도 안 된 것을 한 달도 안남은 1~2주 안에 해소되기를 기대하느니 집단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탈당해서 새 정당을 만드는 일이 손쉬울 수 있다. 하지만 냉정히 이야기하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이런 이야기가 보도되면 보나마나 저쪽에선 탈당과 분당 명분쌓기라고 하겠지. 그렇게 받아들인다 해도 할 수 없다. 이번 달 내에 제대로 안되면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심정적으로, 논리적으로 신당을 만들자는 주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당분간 재창당 노력을 해야 하는 건가.
이덕우 : 자주파 진영에서 명분쌓기라고 이야기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노력해본다는 것이다. 자주파 동지들이 의리도 좋지만 제발 좀 흔들리는 나침반이 되길 바란다. 정상화되도록 무엇이 옳은지 공개적 토론이라도 해보길 바란다.
70, 80살 된 비전향 장기수 분들이 자기의 신념으로 가지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20~40대인 분들이 고장난 나침반이 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 때는 종교도 바꿀 수 있는 것 아닌가. 무슨 맹신도도 아니고…. 커밍아웃하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과 대화, 타협을 거부하지 않기를 바란다.
"당 살림 책임졌던 쪽은 비례대표 내면 안 돼"
프레시안 : 비대위가 구성되느냐 마느냐를 분수령으로 본다는 뜻인가?
이덕우 : 내일 전국 확대간부회의가 있다. 지구당 위원장들이 회의를 해서 12일에 중앙위를 열지, 연다면 그 전제를 비대위 구성으로 할 것인지를 결론 낼 것으로 안다. 현 시점에선 비대위가 수습을 위한 유일한 길이다.
비대위 만들자. 하지만 (지방선거 패배 후) 1기 지도부 사퇴로 등장한 '권영길 비대위'처럼 하는 둥 마는 둥 잠시 관리하는 비대위라면 시간 낭비다. 비대위를 만들되 거기다 권한을 줘야 한다. 그러려면 창당초기부터 지금까지 있어온 것을 진짜 냉정하게 평가하고, 치부를 도려낼 수 있도록 평가 할 수 있는 권한, 책임을 물을 권한을 줘야 한다.
프레시안 : 책임은 어떻게 묻나?
이덕우 : 심상정 의원이 말한 게 최소한도다. 총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례대표 문제가 중요하다. 비대위에 비례대표 선출권을 주자는 의견이 당장 나오는 마당 아닌가. 당원들이 선출할 수 있도록 하되 비대위가 순위를 정해서 의견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정도의 권한은 줘야 한다.
(자주파의 대표 격인) 김창현 전 사무총장을 만났을 때 나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당신의 처(이영순 의원)가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을 하고 있고 당 내에선 NL-PD로 골치가 아프니 기왕 대학원에서 국제정치를 공부하고 있다면 당내 문제에선 당분간 손을 좀 떼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 북한을 어떻게 보는지 나와 생각이 다른데, 그에 대한 시각도 고민해보라고 했다.
솔직히 나는 북한 핵실험 했을 때 우리 당의 대응이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당 강령에 비핵화가 있는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책위의장이라는 사람이 자위적 차원의 핵무기는 가져도 된다고 하는 것은 진짜 수치스러운 것이다.
프레시안 : 책임지는 방법으로 김창현 전 총장을 비롯한 자주파 진영의 비례대표 불출마를 강제해 내야 한다는 말인가?
이덕우 : 출마하면 안 되지. (PD 정파 중 하나인) '전진'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건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각 정파의 대표가 누구라는 것을 당원들은 다 안다. 누가 정파의 수장이고 누가 당을 주물러왔는지를 다 안다. 재정만 해도 그렇다. 돈을 어디에 썼는지 명쾌하지 않다. 그러니 당 살림을 책임졌던 쪽은 당연히 비례대표를 내선 안 된다. 인천-경기-울산 연합 다 출마시켜 또 다시 표 몰아주기로 우선순위를 차지하면 희망이 없어진다.
민노당이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비대위가 진짜 헌신적으로 일할 분들을 비례대표 리스트로 전략공천해서 당원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
프레시안 : 자주파에서는 이 변호사가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된다는 얘기도 들렸다.
이덕우 : 나에게 직접 이야기한 사람 없었고 간접적으로 들었다. 그러나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면 심상정, 노회찬을 못 받아들이겠다는 논리다. 어느 정파에도 소속되지 않았다고 보여지는 이덕우가 말캉말캉해 보인다는 얘기겠지. 문성현, 권영길 식으로 끌어다 원하는 대로 쓰겠다는 것이다.
공식 제안이 왔어도 거부했을 테지만 맡았다고 해도 심상정 의원이 말했던 것 이상을 요구했을 것이다. 심상정 제안은 비례대표 추천권한을 달라는 정도인데, 내게 그런 제안 들어왔다면 정파 사람들 실명을 거론하면서 비례대표 출마하지 말라고 약속을 하라고 했을 것이다.
"일심회 관련자 출당조치 해야"
프레시안 : 종북주의 논쟁이 있다. 평등파의 주장과 달리 자주파에선 종북주의의 실체가 없다고 부정하는데.
이덕우 : 김창현 전 총장의 글을 보고 굉장히 실망했다. 왜 실체가 없나. 물론 자주파 전체가 종북적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건, 내가 생업을 가지고 바쁘게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 민노당에는 너무 전업 정치인이 많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 조직, 저 조직, 무슨 산악회 등을 만드느라 무지하게 바쁘다. 이 사람들의 취미생활이 아닌가 싶다. 그런 부작용 때문에 정파등록제 얘기까지 나온 것 아니겠나.
프레시안 : 일심회 사건을 맡은 변호인단의 단장이다. 요즘 새롭게 이 문제가 당내 논쟁거리로 부각되면서 남다른 감회가 있을 듯하다.
이덕우 : 일심회 사건 때 최기영 전 사무부총장(민노당 당직자 인적사항을 북한에 넘긴 혐의 등으로 징역 3년6개월 선고)을 만나서 울며 이야기 했다. '도대체 네 나이가 몇이냐, 이렇게 어렵게 만든 공당의 사무부총장으로서 진짜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프레시안 : 일심회 사건이 일단 이적단체 구성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 대부분 개인적 이적행위로 처벌됐는데. 이 분들에 대한 출당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나.
이덕우 : 당연하다. 그동안은 일반적인 원칙, 즉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을 해야하는 면도 있고 같은 당원으로서의 의리, 예의일 수 있으나 이제 판결이 확정됐다. 이건 내가 단순한 변호사로서가 아니라 당 인권위원장으로서 당을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말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종북이건 친북이건 국민들의 수준에선 민노당의 북한에 대한 태도가 변화되길 바라는 것 같다.
이덕우 : 그렇다.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것뿐이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알 만한 사람은 안다. 일심회 사건 때 검사들이 변호인단 대표인 내게 비공식적으로 주사파 문제가 장기적으로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야 입장이 있으니 남의 집 살림살이 걱정 말라고 했으나 기분이 좋지 않았다.
종북주의가 명확하게 있는데 그것을 없다고 하면 안 된다. 김형탁 전 대변인이 자주파를 향해 마치 유령하고 싸우는 것 같다고 했다. 그 표현이 적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왜 있는데 없다고 그러나.
프레시안 : 비대위의 역할 중에 종북주의 척결도 포함돼야 한다고 보나.
이덕우 : 평가에는 들어가야 한다. 척결이라는 표현이 과격하다면, 당내에 어떤 조직 정파가 있는지, 그 정파가 무슨 생각을 해왔고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당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에 대해 있는 그대로 평가해야 한다. 옛 안기부가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고 했는데 정보기관이라 그런 말이 가능할지 몰라도 어떻게 나라의 살림살이를 맡아서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공당에서 비공개 조직이 있을 수 있나. 그건 안 된다.
"자주파의 자기최면은 위험"
프레시안 : 민노당 중앙선관위원장을 하기도 했다. 한 때 종이당원 문제를 지적하면서 호소문을 낸 적도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민노당 역시 각종 선거 때마다 안 좋은 사건이 많았다. 이번 대선에서도 노회찬 의원에 대한 음해성 동영상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 대한 규제나 처벌은 보수정당에 비해서도 한참 부족했던 것 같다.
이덕우 : 중앙선관위원장을 맡으며 선거관리규정을 만들었다. 내가 보기엔 제도 자체는 다른 정당에서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 그런데 그것 역시 사람의 문제다. 중앙선관위 위원장 독임제가 아니라 위원들을 둬서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면 결국 투표, 즉 다수결로 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도 NL이 6, PD가 4다. 그런데 승패를 가를만한 사안이 발생하면 새벽까지 똑같은 이야기를 토론한다. 마주 앉아서 토론할 때는 미안해하면서도 투표할 때가 되면 화장실 간다며 핸드폰 질을 한다. 끝까지 반대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모양이다. 그러면 양심상 할 수 없다고 해도 끝까지 버티라는 식의 주문이 다시 내려온다.
프레시안 : 진성당원제 등 제도의 취지가 옳음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패권주의를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됐다는 지적이 많다.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이를 운용하는 사람이 마음먹기에 따라선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을 테지만, 그렇더라도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 방안은 없을까?
이덕우 :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은 가장 나중에, 의견이 합치 안될 때 하는 것이다. 설령 다수결 원칙에 의해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소수자보호가 그 핵심이다. 지난 당직선거에서 문성현과 조승수가 붙어서 '53 대 47' 정도가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긴 쪽이 중앙당 당직부터 시작해서 전부 먹었다. 1인 6표제인 비례대표 선출안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프레시안 : 남은 시간에도 자주파가 그에 대한 진지한 반성, 변화된 모습이 없으면 어떻게 할건가.
이덕우 : 끝까지 고집한다면 어쩔 수 없다.
프레시안 : 마지막 노력마저 실패하면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할 텐가.
이덕우 : 아직 결정 못했는데, 솔직히 사직서와 탈당계는 써 놨다. 이상하게 흘러가면 사직서와 탈당계는 내고 생각을 해봐야 겠다. 신당을 모색을 할 것인지 아니면 당분간 당적을 갖지 않고 지금 맡고 있는 삼성 일만 전력할 것인지 고민 중이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덕우 : 삼성 얘기가 나왔으니 덧붙이겠다. 이건희 일가는 욕망 때문에 대한민국 국가 권력 시스템을 전부 흐려놓고 망가뜨리는 것이다. 응징돼야 한다. 그와 비슷하다.
냉정히 이야기하면 몇몇 주사파 또는 자주파의 욕망, 또는 PD의 욕망은 무엇인가 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조직을 갖추려하고 이를 이끌려 하고 이탈하지 못하도록 하고 권력을 잡으려 하는 것이다. 그런 욕망을 떨쳐야 한다. 부단히 노력을 해야 한다. 내가 무엇이 되는 게 중요하는 게 아니다. 자기 욕망을 위해서 틀린 생각일지 모르나 그것을 주변에 강요하고 스스로 최면에 빠져 있는 사람은 위험하다.
프레시안 : 마지막 노력이 결실을 이룰 수 있을까?
이덕우 : 솔직히 큰 기대 안 하지만 그런 노력마저 하지 않고 탈당계를 내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다. 쉽지 않겠지만 마지막 희망을 가져보자.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