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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짜리 그림 사면서 월 130만원 노동자는 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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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짜리 그림 사면서 월 130만원 노동자는 자르고…"

[현장] 8개월째 싸우고 있는 삼성SDI하이비트 해고자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씨가 사들였다는 <행복한 눈물>이 100억 가까이 한다면서요? 비자금으로 산 것이든 아니든, 그만큼 능력 있는 사람들이 휴일마저 반납하고 잔업 특근 다 해도 한 달 월급이 130만 원 수준인 우리는 왜 쫓아내나요? 가슴이 찢어집니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으로 삼성 그룹의 비자금 문제가 잇따라 폭로되는 가운데 이를 지켜보는 삼성SDI 하이비트 해고자 18명은 "피눈물이 난다"고 했다. 이들은 울산시 울주군에 있는 삼성SDI 부산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로 휴대전화 LCD를 만들다가 지난 3월 해고됐다.

이미 해볼 것, 안 해 볼 것 다 해봤다. 해고되자마자 공장 본관 앞에서 침묵시위도 해 봤고 울산시청 앞에서 태풍과 비바람과 뙤약볕과 싸우며 90일 동안 농성도 했다. 공장 앞으로 농성장을 옮긴 것이 지난 12일이다.

삼성SDI하이비트 해고자 "원직복직" 요구하며 상경투쟁
▲ '100억의 행복한 눈물, 삼성 해고 노동자의 피눈물.'ⓒ프레시안

이들 가운데 5명이 지난 16일부터 서울에서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으로 온 세상이 들썩이기 시작한 지 보름 가량이 지난 후였다.

서울 태평로 삼성본사 앞에서 시위도 벌이고 노무현 대통령이 삼성특검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운운하자 청와대 앞을 찾아가기도 했다. 지난 27일에는 홍라희 씨가 관장으로 있는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 앞에서 1인 시위도 했다.

그리고 새달 7일에는 금속노조 울산지부가 "삼성 재벌과의 전면전"을 선언하는 총파업에 들어간다. 금속노조는 28일 삼성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은 노동자의 피눈물로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초일류 악질범죄집단"이라며 "삼성SDI에 마지막 교섭 요구를 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7일 2800여 명이 참여하는 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SDI의 사내하청 기업인 하이비트에서 이들에게 해고통보를 한 것은 지난 3월 28일이었다. 당시 사장은 "물량이 줄어 회사를 더 이상 운영할 수가 없게 됐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미처 새로운 회사로의 이직을 준비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비록 해고 통보 직전 두 달 동안 물량이 적긴 했지만 바로 옆의 브라운 공장과 달리 LCD 공장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더 억울"했다. 그리고 그 '억울함' 때문에 이들은 복직 투쟁을 시작했다.

해고통보 직전 하나씩 둘씩 개별적으로 가입한 금속노조의 도움을 받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부터였다.

"하이비트는 삼성SDI의 불법파견업체였다"

더욱이 이들은 "삼성SDI와 하이비트의 관계가 도급을 가장한 불법파견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4년 이전에는 비정규직의 인원관리 및 작업지시 등 모든 것을 정규직이 했으며 2005년 경부터 현장에 칸막이를 설치하고 공정을 분리하기 시작했지만 하이비트는 전혀 사업의 독자성이 없다"는 것이다.

도급제로 전환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그 전과 달리 직접 정규직들이 생산물량이나 근태관리를 하지는 않지만 모든 지시는 삼성SDI로부터 나오는 것이 여전하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심지어 일하는 공정은 입사 이후 그대로인데 소속 업체만 2번에서부터 많게는 4번까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바뀌기도 했다. 결국 사내하청 기업들이 독자적인 인사관리 및 노무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이들은 "원청인 삼성이 직접고용의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이건희 회장의 인형을 쓴 사람 옆에서 울고 있는 삼성SDI 하이비트 해고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들고 서 있는 삼성SDI 해고자의 모습. ⓒ프레시안

"벼랑 끝 노동자 방치하고 대화조차 거절한 것은 삼성"

삼성SDI 하이비트 해고자 대표 최세진 씨는 "삼성은 우리가 뭘 하려고만 하면 '합법적이지 않다'고 하는데 정작 삼성이, 하이비트 사장이 우리에게 했던 그리고 지금도 하고 있는 것은 과연 합법적인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차량을 동원해 미행을 하고 수시로 노무팀 직원이 문자를 보내고 가족들에게 전화를 할 것이 아니라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성실하게 대화에 나서야 하지 않냐"는 비판이었다.
▲ '비정규직 짜르고 비자금 조성해서 죄송합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삼성 본관 앞에 서 있는 노동자.ⓒ프레시안

금속노조 울산지부도 이날 울산시청 앞과 삼성본관 앞에서 동시에 진행한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의 성실한 대화와 교섭을 촉구했다.

금속노조 울산지부는 "삼성은 '원청인 우리에겐 책임이 없으니 금속노조와의 대화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하지만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린 비정규 여성 해고자들을 길거리에 방치하고 대화마저 단절하고 오로지 사법처리와 공권력을 동원한 탄압에만 골몰한 것은 삼성"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새달 7일 금속노조 울산지부 2800여 명 삼성 맞서 총파업

금속노조 울산지부는 지난 26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만장일치로 '하이비트 노동자의 원직복직, 삼성재벌 심판'을 위한 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울산지부는 "삼성SDI에 대화로 이 문제를 해결할 마지막 기회를 주겠지만 이 교섭 요구마저도 무시한다면 오는 12월 7일 2800여 명의 조합원이 모두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일 것이며 동시에 삼성SDI 부산공장 정문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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