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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포외고 사태, 부분재시험이 해법이다"

[기고]시험문제 유출은 어른들 잘못…학생 피해 없어야

"죽겠습니다…열심히 공부해서 김포외고에 비리 없이 당당히 합격했는데, 전체 재시험을 볼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제가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이건 모두 다 어리석은 어른들 때문에 이루어진 일이 아니던가요. 어른들의 어리석은 행동에 피해를 왜 학생들이 받아야 하는 거죠? 만약 재시험을 봐서 떨어지면 누가 책임질 겁니까?"

"요즘 김포외고에 대한 논란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매일매일 피가 마를 지경입니다. 별로 하지 않았던 컴퓨터를 요즘은 김포외고에 대한 새로운 기사가 뜨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1시간에 1번씩 컴퓨터를 켜봅니다. 소수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몇 년 동안 그 학교 하나를 바라보며 공부해왔던 아이들이, 그 학교를 꿈으로 생각했던 아이들이 꿈을 상실하게 된다면 나중에 그 많은 아이들의 혼란을 생각해 보셨습니까?"

"기말준비 한다고 공부하던 동생은 공부는커녕 공황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모든 것이 귀찮고 속도 메스꺼워 밥도 잘 못 먹고 있습니다. 우리 아빠 엄마도 걸려오는 전화에 이제는 답변하기가 귀찮은지 아예 전화코드를 뽑아 놓았습니다. 집안이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참 붙고서도 죄인 된 기분이고 껄끄럽고…휴…그게 유출된 시험지인줄 알았겠냐구요. 그걸 부정입학이다 완전 죄인취급…정말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요?"

"학교에서 쉬는 시간마다 뉴스 확인했습니다. 타 외고에 문제 어쩌구했다는 기사 보고 질겁했습니다. 이제 언론들 뜬구름 잡는 기사, 루머보고 대충 찍어쓴 기사 볼 때마다 짜증납니다. 지금 기분이요? 어른들 손에 놀아나는 기분밖에 안 듭니다. 토할 거 같고 배 아프고 짜증나고…"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그저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해서 이렇게 되었는데 결국 피해는 학생에게로 돌아가는 이런 현실…"

<경기도교육청 웹사이트 자유게시판에 실린 학생들의 글 중에서>


어른들의 만행에 난도질당한 어린 학생들의 꿈과 땀

김포외고 입시문제 유출사건은 단순 교육비리사건이 아니다. 어른들이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만행이다. 경기도교육청 웹사이트 자유게시판은 이 사건으로 상처 입어 힘들어하고 분개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호소로 가득차 있다. 합격자는 합격자대로 불안해하고, J학원 출신 수험생이나 불합격자는 또 그들대로 당혹스러움과 허탈감, 불만과 피해의식을 토로하고 있다. 밤잠 못자며 열심히 가꿔온 꿈과 노력이 어른들의 빗나간 욕심과 무신경에 짓이겨진 데 따른 처참함이 절절히 와닿는다.

이들의 아우성을 접하면서 한 가지 분명해지는 게 있다. 어른들이 저지른 일로 인해 단 한명의 학생이라도 부당하게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 점 하나만은 이번 사건 수습의 대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책임지고 모든 학생들에게 공평하고 정의로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학생들에게 억울한 피해 강요하는 처리방안은 안 돼

이런 원칙에서 볼 때 그동안 거론돼온 수습방안은 문제점이 적지 않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첫째, 김포외고 수험생 전원이 재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안이다. 이는 문제유출 사건과 관계없이 합격한 대다수 학생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에서 적절한 해법이 될 수 없다.

둘째, 문제의 J학원 출신 합격자 47명을 불합격시키고, 그 대신 기존 불합격자 중 그만큼의 숫자를 시험성적순으로 합격시키는 방안이다. 이는 재시험 없이 바로 적용 가능한 방법이란 점에서 편리하고 시간 절약의 이점도 크다. 그러나 깊이 검토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 유출된 시험문제들을 미리 보고 합격한 J학원 학생들에 한해 합격을 취소하는 것은 타당한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완전히 불합격처분하고 재시험의 기회까지 박탈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그들 역시 어른들이 저지른 범죄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불법적으로 유출된 입시문제인지도 모른 채, 버스 안에서 학원 측이 나눠준 유인물을 읽고 수험장에 들어간 학생들에게 직접 책임을 지우는 것은 옳지 않다. 학부모가 문제유출에 관여한 경우는 이와는 별개로 구분하여 판단-처리할 필요가 있다.

셋째, J학원 출신을 포함한 기존 합격자를 그대로 인정하되, 문제의 J학원 합격자 숫자(47명)만큼 성적 순으로 추가 합격시키는 방안이다. 수험생 누구에게도 직접적인 불이익이 가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견 '윈-윈 솔루션'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결정적인 맹점을 안고 있다. 시험문제 유출이란 부정한 방법이 개입돼 만들어진 결과를 그대로 인정-수용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현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방안이다.

넷째, 이미 치른 시험 성적 중 문제가 유출된 부분을 제외하고 점수를 산정해 합격자를 재선정하는 방안이다. 이는 재시험을 치르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는 이점이 있으나, 기존 시험의 룰을 깨뜨리는 편법이란 점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점수 계산이 달라짐으로써 당락이 바뀌는 등 부당하게 피해를 보는 학생이 있을 수 있다.

J학원 출신과 불합격자만 보완적 재시험 치르도록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가능할까? 최선의 방안은 부분 재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과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문제유출과 관련없는 일반 합격자는 재시험 없이 그대로 합격을 인정한다.

(2) 문제유출과 관련된 J학원 출신 수험생에 대해서는 일단 합격을 취소한다. 앞서 지적했듯이 이들의 합격은 문제유출이란 부정한 과정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취소가 불가피하다. 단 J학원 수험생 중 입시날 학원버스에 타지 않는 등으로 무고한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 J학원 출신이란 이유로 이들까지 모두 합격 취소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들에게 소청의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간략한 소청심의절차를 마련하고 중립적 인사로 임시위원회를 구성하여 심의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3) 합격 취소된 J학원 수험생 그리고 이번 입시에서 불합격한 학생 전원에게 재시험의 기회를 주도록 한다. 일부에서는 J학원 47명과 불합격자 중 47위까지 총 94명만 재시험을 치르도록 하자는 의견도 제시된다. 하지만 J학원 출신 모두에게 재시험 기회를 주면서 일반 불합격자는 47위까지로만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 J학원 출신 합격자 47명 중에는, 만일 문제유출이 없었을 경우 불합격자 47명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을 수험생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J학원 출신 47명 모두에게 재시험 기회를 준다면, 모든 불합격 수험생들에게 재시험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

(4) 재시험은 이미 본 시험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유출된 문제에 해당되는 부분만 보완하는 성격으로 치르도록 한다. 기존에 치른 시험 결과중 유출된 부분을 제외한 다른 점수는 그대로 살리는 것이 형평성에도 맞기 때문이다. 이렇게 할 경우 동일 학년도에 별개의 입시를 두 번 치르는 법리상 문제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재시험에 필요한 문제는 새로 출제하되, 유출된 13문항(실제 입시에 출제된 문항수가 그보다 적을 경우 그에 맞는 문항수)에 해당되는 분야에서 난이도도 해당 문항과 유사하도록 구성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시험점수(유출된 문항부분 제외)에 재시험 결과를 합한 최종 점수로 합격 여부를 판정하도록 한다.

모든 학생에게 공평한 방법, 타외고에도 적용 가능

이렇게 하면 기존 합격자와 불합격자 그리고 J학원 수험생 모두에게 별다른 불만 없이 공평한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입시문제가 일부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다른 외고의 경우에도, 조사 결과 필요하다면 같은 방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이 부분재시험을 치를 경우 문제점은 일정이 너무 촉박하다는 것이다. 일반고 지원마감일(11/20) 이전에 재시험 결과가 나와야만 복수지원금지 규정에 저촉되지 않게 된다. 일주일도 채 안되는 사이에 재시험 출제-응시-채점-합격자 선정 작업을 모두 끝내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재시험에 응시했다가 불합격한 학생들에 한해 일반고 지원마감 후에도 지원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단순 행정절차상 문제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으리라 본다.

해당 학교 및 교육당국으로선 재시험 준비-시행 그리고 일반고 지원일정 조정문제 등 업무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무고한 학생들에게 부당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소한 필요한 일이다.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우리 어른들이 당연히 떠맡아야 할 몫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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