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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인정해 달라" 서울우유 운전기사 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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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인정해 달라" 서울우유 운전기사 분신

생명에는 지장 없어…"사측의 화물연대 탄압이 원인"

또 한 명의 노동자가 몸을 불살랐다.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해 5달이 넘도록 파업 중인 건설노조 인천전기원분과 조합원 정해진 씨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고 목숨을 잃은 지 닷새 만이다.

이번에는 우유 및 유제품을 운반하는 냉동차를 몰던 운전기사였다. 역시 파업 중이었다.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서울우유지회 조합원인 고철환 씨(52)는 파업 17일째였던 31일 새벽 서울 우유 안산 공장 앞의 자신의 5톤 냉동차 안에서 분신했다.

고 씨는 3도 화상을 입고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연대는 "이번 사태의 책임은 화물연대를 인정하지 않으려하는 서울우유협동조합에 있다"며 이날 오후 3시 안산공장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오후 2시 30분 경 오전부터 공장을 봉쇄하고 있던 서울우유지회 조합원 100여 명이 전원 경찰에 연행돼 집회도 무산됐다.

노조 인정도 못 받는 특수고용노동자…첫 번째 요구는 '화물연대 인정'
▲ 우유 및 유제품을 운반하는 냉동차를 몰던 운전기사로 지난 15일부터 파업 중이었던 화물연대 서울우유지회 조합원이 31일 새벽 분신했다. 노조는 '화물연대 인정'을 요구하며 이날로 17일째 전면 파업을 벌이고 있다. ⓒ운수노조 화물연대

전봇대를 오르내리며 일을 하던 고(故) 정해진 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인천 전기원들의) 파업은 정당하다", "유해성을 구속하라"였다. (☞관련 기사 : 20년 전기공 故 정해진 씨가 분신하기까지…)

한국전력공사의 하도급업체 소속 전기공들로 이뤄진 이들은 협력업체 대표들과 단체협상 체결을 요구해 왔지만 유해성 영진전업 대표는 "민주노총을 탈퇴하지 않으면 단체협약도 없다"며 팽팽하게 대립해 왔다. 결국 정 씨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유해성 대표의 구속을 외치며 지난 27일 분신, 사망했다.

서울우유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건설노조 전기원분과는 합법적인 노조인 반면 화물연대는 자신의 차를 소유한 차주라는 이유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는 화물차 운전기사들은 화물연대를 만들어 단체협상 체결 및 근로조건 향상을 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각종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박상현 화물연대 법규부장은 이날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서울우유에서도 화물연대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아무 연고가 없는 곳으로 강제로 전출당하고 탈퇴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감수한다는 각서를 조합원들에게 받는 등 사 측의 탄압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만들어진 서울우유지부는 회사의 이 같은 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지난 10월 15일부터 조합원 4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전면 파업을 벌이고 있다. 요구사항은 △화물연대 인정 및 활동보장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 금지 △고용 보장 등의 단체협약 체결이다.

"화물연대 탈퇴 종용하며 협박한 서울우유가 책임져야"

노조의 핵심 요구 가운데 첫 번째가 '화물연대 인정'이라는 것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처지를 잘 보여준다. 인천의 한전 협력업체들의 노조와의 교섭 회피는 부당노동행위로 처벌이라도 가능하지만 화물연대는 그마저도 어려운 처지다.

비록 자신의 차를 소유하고 운송회사와의 계약을 맺은 차주들이지만 이들은 스스로가 서울우유의 업무 지시와 감독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화물차 운전기사들에 비해 차량 자체가 유제품 운반을 위한 냉동차여서 다른 품목의 운반이 불가능한데다가 차 외각에도 '서울우유' 로고가 새겨져 있는 등 업무 종속성이 강하다는 것.

따라서 이번 분신 사태 뿐 아니라 서울우유지회의 파업도 서울우유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서울우유가 조합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교섭조차 나서지 않은 채 오히려 파업 참가자들을 감차 명단에 우선적으로 올릴 것이라며 협박하고 있는 것이 이번 분신 사태의 원인"이라며 서울우유 측의 책임론을 주장했다.

화물연대는 또 "서울우유 뿐 아니라 CJ GLS, SK에너지, 대한통운 등 곳곳에서 화물연대를 부정하고 부당한 계약조건과 각서를 강요하고 있다"며 "이들 역시 화물연대와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해 더 이상의 불행한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물연대는 현재 철도노조와의 공동파업 등을 위해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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