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씨 학력위조에서 촉발된 검찰 수사가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이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자금 수사로 본격 전환되는 국면이다.
지난 11일 신씨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구속으로 한숨을 돌린 검찰이 박문순 성곡미술관장 자택에서 압수한 '괴자금' 60억여원의 정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은 14일 최근 괴자금에 포함된 수표의 출처 확인을 위해 해당 은행을 압수수색해 발행 기록 등을 조사하는 한편 박 관장의 남편인 김 전 회장이 총수로 있던 쌍용양회 본사를 압수수색해 회계 장부와 전산 자료 등을 분석 중이다.
60억여원의 괴자금이 신씨와 박 관장의 업무상 횡령 혐의와는 관계가 없지만 대신 김 전 회장이 몰래 숨겨놓은 범죄 수익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따라서 검찰은 신씨와 변 전 실장의 기소 시점인 이달 말까지는 이들 혐의를 입증하는 작업과 함께 괴자금 출처 확인을 위한 기초조사를 병행하다가 다음달부터 김 전 회장의 비자금을 수사할 방침이어서 검찰의 조사는 '제2라운드'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신정아씨 학력위조 파문에서 비롯됐지만 관련 의혹을 모두 규명하려면 아무래도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며 괴자금의 실체를 정확히 규명하려면 수사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내비쳤다.
검찰이 이 괴자금을 김 전 회장의 범죄 수익으로 보는 근거는 김 전 회장이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했으며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1993년 노 전 대통령이 맡긴 비자금 200억원을 쌍용양회, 쌍용제지, 쌍용자동차 등 그룹 계열사 주식 형태로 관리해오다 법원으로부터 이를 국가에 반환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또 2000년 개인 부채를 갚으려고 쌍용양회 자금을 위장 계열사에 지원하게 한 뒤 이 돈을 대여받는 방식으로 회사에 178억원의 손해를 끼치는 등 모두 310억여원 상당의 횡령 및 배임을 저질러 작년 3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때 쌍용양회에 대한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은 괴자금이 국고에 반환되지 않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거나 횡령한 돈의 일부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또 올해 2월 노무현 대통령 취임 4주년 기념 특별사면 때 김 전 회장이 사면ㆍ복권된 데 신씨와 변 전 실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괴자금 출처 수사와 함께 이 부분에 대한 조사도 비중있게 진행하고 있다.
해외에 체류 중인 김 전 회장이 귀국하면 괴자금 실체와 사면 청탁 의혹에 관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어서 김 전 회장의 귀국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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