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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법'인가"

[현장]홈에버월드컵점 점거한 비정규 노동자들의 절규

"드디어 7월 1일이 왔네요. 막상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비정규법 시행을 하루 앞둔 30일 이랜드 그룹에 소유하고 있는 홈에버와 2001아울렛 비정규직 노동자 600여 명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점을 점거하고 파업을 벌였다.

이날 홈에버 월드컵점은 비정규직 계약해지 및 외주화에 반대하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으로 오전 11시부터 영업이 모두 중단됐다. 이랜드 그룹이 운영하는 또 다른 유통업체인 뉴코아에서도 킴스클럽 서울 강남점이 뉴코아노조 조합원들에 의해 봉쇄돼 영업이 중단됐다.
▲ 비정규법 시행을 하루 앞둔 30일 이랜드 그룹에 소유하고 있는 홈에버와 2001아울렛 비정규직 노동자 600여 명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점을 점거하고 파업을 벌였다.ⓒ프레시안

이날은 지난해 11월 통과된 비정규직법의 시행을 하루 앞으로 둔 날이자, 동시에 이들 가운데 몇몇 비정규직들의 계약이 만료되는 날이기도 했다. 이랜드 측이 비정규법 시행을 앞두고 소유하고 있는 유통업체들에서 비정규직의 계약해지 후 외주화 등의 방식으로 '차별시정제도' 및 '2년 사용 후 정규직화'의 법망을 피해가려는 시도를 대대적으로 벌였다. (☞관련기사 보기 : "십일조 110억 내면서 비정규직은 모두 외주화")

이랜드 그룹이 운영하는 유통업체 노동자들은 뉴코아-이랜드 공동투쟁본부를 만들어 최근 이같은 이랜드의 움직임에 맞서 지난 10일부터 공동 파업을 벌이며 각 매장별로 싸워 왔다. (☞관련기사 보기 : 이랜드일반노조-뉴코아노조 2000명 공동파업)
▲ 홈에버 월드컵점은 비정규직 계약해지 및 외주화에 반대하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으로 오전 11시부터 영업이 모두 중단됐다. ⓒ프레시안

홈에버, 용역경비원 동원해 한때 마찰…12시 30분 경 매장 영업 전면 중단

홈에버 월드컵점에는 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 110여 명이 가입돼 있다. 대부분 캐셔 등 비정규직인 이들은 이날 오전 정상출근했다. 다른 매장의 조합원들도 노조의 계획에 따라 하나 둘씩 매장 안으로 오전부터 들어갔다.

하지만 오전 11시 경 다른 점포의 조합원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자 홈에버 측은 아예 출입문을 용역 경비원을 동원해 지키고 손님들의 출입마저 통제했다.
▲ 홈에버 측은 용역 경비원을 동원해 출입구 자체를 봉쇄하고 소비자들의 출입도 막았다.(좌) 조합원들이 직원 출입구를 통해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비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우)ⓒ프레시안

손님들은 이유를 알지 못해 어리둥절하다가 출입문 밖에 모여있던 다른 비정규직들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만 소비를 멈춰달라"는 호소에 일부 시민들은 "꼭 필요한 생필품을 사러 왔다"며 항의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비정규직들이 그런 처지에 있는지 몰랐다.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12시 경 직원 출입구를 통해 매장 내로 들어가기 위해 시도하는 조합원들과 용역 경비원 사이에 물리적 마찰이 20여 분 벌어지기도 했다. 조합원들은 "내가 이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이다"라며 항의했지만 용역 경비원은 출입 자체를 막고 나섰고 이 과정에서 이들은 조합원들을 향해 소화기를 분사하기도 했다.
▲ 조합원들은 "내가 이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이다"라며 항의했지만 용역 경비원은 조합원들을 향해 소화기를 분사했다.ⓒ프레시안

한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정말 비용 때문에 도저히 정규직화를 못 해준다면, 연봉 5000만 원씩 받는 관리자들이 직접 막아야지 용역을 동원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결국 12시 30분 경 매장 밖에서 대기 중이던 조합원들이 매장 안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600여 명의 비정규직들은 자신들이 평소에 일하던 계산대를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오후 4시 현재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학생들이 함께 농성에 참여해 700여 명의 사람들이 홈에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 "고용안정 쟁취하자."ⓒ프레시안

"오늘 하루로 끝 아니다…앞으로 계속 곳곳의 계산대 멈출 것"
▲ 계산대를 막고 농성중인 비정규직들.ⓒ프레시안

뉴코아노조와 이랜드일반노조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의 계약해지에 맞서 이랜드 그룹을 상대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아웃소싱 중단 △비정규직의 부당계약해지 중단 △정규직-비정규직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만 강조하고 있어 이들은 쟁의조정절차를 거쳐 지난 10일 파업을 시작했다.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은 이날 조합원들 앞에서 "오늘 우리는 저기 밖에 있는 전경들은 없어도 매장이 돌아갈 수 있지만 우리가 일을 멈추면 매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우리가 매장을 멈춰 이랜드 그룹의 돈줄을 막지 않으면 회사의 해고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회사를 향해서도 "오늘 하루만이 아니고 (회사가 비정규직에 대한 대량해고를 멈추지 않는다면) 앞으로 계속해서 매장의 계산대가 멈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통업계의 비정규직은 대부분 30대를 훌쩍 넘긴 '아줌마'들이다.

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는 "동료들 가운데 한 가정을 책임지는 여성 가장들이 많다"며 "우리가 언제 그런 법을 만들어 달랬다고 비정규직법을 만들어서 우리를 길거리로 내쫒냐"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는 7월 1일 0시를 이 매장 안에서 농성을 벌이며 맞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서울 강남점을 봉쇄시킨 뉴코아노조 조합원들도 이날 저녁 홈에버 월드컵점으로 이동해 함께 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 "비정규직의 대량해고, 초단기계약 난무. 이것이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 보호법'"ⓒ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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