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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눈 낮추면 해결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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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눈 낮추면 해결된다고?

"백수 절반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이유"

'청년실업자 80만 명 돌파', '청년실업자 중 취업 비희망자 60%', '심신에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쉬는 게 30만 명'….
  
  어느새 '청년실업'이란 단어는 한국 사회에서 일상적인 용어로 자리 잡았다. 대선부터 지방선거까지 후보들은 저마다 '일자리 창출'을 외치며 20~30대 청년층을 끌어들이려 한다. 그러나 청년실업률은 증가하고 있고 아예 구직에 의욕을 잃는 이들은 더욱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실업 문제와 구직활동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SCCS(Seoul Center for Chinese Studies·대표 양필승 건국대 교수) 주최로 열린 '청년무직,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전국백수연대(대표 주덕한)가 실업 상태에 놓여 있거나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50여 명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동영상이 상영돼 눈길을 끌었다.
  
  "백수연대 회원 50%가 공무원시험 준비한다"
  
  "공무원시험 준비하는 친구들 보면 2~3년은 기본이다. 그 많은 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나 자신의 적성을 모른 채 한 가지에만 매달리는 건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직업 고민 많이 했다. 그렇지만 졸업하면서 내가 딱 무엇을 해야겠다는 확신도 없었고 그에 대한 학습도 안 돼 있었다."
  
  이날 토론회에 직접 참석한 주덕한 대표는 "고시학원이 몰린 서울 노량진을 비롯해 종로 인근 도서관이나 고시원 등 고시생들이 많은 곳과 홍대 앞 거리를 찾아가며 인터뷰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백수연대 온라인 카페에는 1만2500여 명의 회원이 있다"며 "그 중 50% 이상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왜 많은 수의 20대 청년들는 '백수'이기를 감내해가며 이토록 '고시'나 공무원 시험에 열을 올리고 있을까? 많은 이들은 '직업의 안정성'을 꼽는다. 그러나 이 답변은 '중독'처럼 '고시'에 매달리는 이유를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다만 응답자 중 상당수가 "내가 어떤 직장을 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부터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답하는 점에서 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었다.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제대로 짚어주는 사람 있나"
  
  "지방대를 나왔다. 대학 전공을 살려야 되는데, 고등학교 때 선생님, 부모가 가라는 학과에 갔다. 아무리 지방대라도 과를 잘 선택하면 다른데, 사실 어디가 좋은지, 어디가 맞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 행정학과 가라고 해서 갔다. 그러나 취업할 때 그런 전공을 살릴 수 없으니 어렵다."
  
  "중·고등학교 때는 단순히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학업만 중시한다. 지금 대학 다니는 친구들 보면 불쌍하다. 대다수가 남들이 토익학원 다니니까 자기도 다니고, 연수 가니까 연수 가고…."

  
  "고3때 담임 선생님과 상담했다. 이러이러한 학과가 취업이 잘 된다며 추천해주셨다. 그런데 대학가서 선배들이 하는 말이 '자기가 원하면 취업은 99%인데 적성이 안 맞아서 못 하거나 때려치우는 거다'라고…"
  
  응답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찾지 못하는 원인에 대해 우선적으로 '교육 체계의 부실'을 꼽았다. 적성을 찾는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취업에 대한 위기감을 느낀 이들은 자연스럽게 적성을 떠나 안정적인 직업에만 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응답자는 "내 적성을 함께 발견하고 상담할 '멘토'가 없는 점이 아쉽다"고도 털어놓았다.
  
  한편 청년실업의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답변도 있었다.
  
  "큰 욕심 안 내면 얼마든지 일자리는 많이 있는 것 같다. 처음 목표를 크게 잡으니까 아무래도 그런 거 아닌가. 자기 수준보다 조금 낮은 데서 일을 시작해 나중에 경력을 쌓아서 좋은 직장을 찾아가면 굳이 이렇게까지 청년 실업이 많을 것 같진 않다."
  
  "20대들의 가치관 문제 같다. 쉬운 일만 하려 하고, 어릴 때 고생 안하려는 게 몸에 배서…."

  
  '구직활동 아예 포기' 숫자 빠르게 늘어
  
  위와 같은 분석들은 실업 상태에 놓여 있는 이들 중 상대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구직활동을 아예 '포기'하는 이들이 경기변동과 상관없이 점차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 내 청년실업의 문제는 한층 심각해지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한국노동연구원 남재량 연구위원에 따르면 2004년 현재 '청년무업자' 121만 명 중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숫자가 40만 명인 반면 구직 노력을 하지 않는 숫자는 80만 명이었다.
  
  남재량 위원은 "학력이 높을 수록 구직활동을 포기한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구직자들의 '눈높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 위원은 "그런데 이와 반대로 아버지의 학력이 낮을수록 자녀의 실업 경향이 커지고 있다"며 "또 아버지가 비정규직이었거나 자영업자 또는 고용주인 경우 청년 실업자의 가능성은 정규직인 경우보다 더 컸다"고 밝혔다.
  
  또 그는 "1인당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구직을 포기하는 가능성이 높아져 이것이 부유한 계층의 게으른 자녀에 대한 얘기가 아님을 알려준다"고도 지적했다.
  
  인터뷰에 응한 한 실업자는 "처음부터 구직 의욕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이력서를 많이 넣었는데 가는 곳마다 잘 안됐고 그렇게 한 3~4개월 하다 보니까 일할 곳이 없는 것 같더라. '내가 일할 회사는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하게 됐다"며 자신이 구직활동을 포기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나약하고 눈높이만 높은 청년들의 문제인가"
  
  전국백수연대 주덕한 대표는 취재 후일담을 이렇게 털어놨다.
  
  "답답했을 때는 노량진에 갔던 때다. 대학교 1학년생이라는데 휴학하고 학원에 와 있다고 했다.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1년 동안 있겠다고 했다. 더이상 학교에 다녀봤자 소용없어서 안 다니고 공무원시험을 보겠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듯 했다."
  
  주 대표는 "이것이 과연 젋은 사람들만의 책임인가"라며 "정말 지금의 청년 세대들이 나약하고 눈높이만 높은 것이고 정부나 사회는 과연 책임이 없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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