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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교사 주축 전교조, 젊은 세대와 대화해야"

정진화 전교조위원장 당선자 "'변화' 통해 '고립' 벗겠다"

"기존의 투쟁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치열한 접전 끝에 지도부 교체를 이끌어낸 전교조의 새로운 화두다. 정진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당선자는 2년의 임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새 지도부의 포부를 언론에 밝히는 시간을 마련했다. 당선이 확정된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동 전교조 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 당선자는 '변화'라는 낱말을 유독 힘주어 발음했다.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나는 태도였다.

"전교조, 고립 벗어나기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

정진후 수석부위원장 당선자와 함께 13대 전교조 위원장 선거를 치르며 정 당선자가 내걸었던 구호는 "고립을 벗어나 자랑스러운 전교조를!"이었다. 전교조가 국민 속에서 고립돼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원인은 상당부분 기존의 경직된 투쟁방식에 있다는 것이 정 당선자 진영의 인식이었다.
▲ "고립을 넘어 자랑스러운 전교조를!"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던 정진화 위원장 당선자, 정진후 수석부위원장 당선자. ⓒ전교조

이날 정 당선자는 "무조건적인 거리 투쟁보다 사회적 공론화와 토론을 통해 전교조의 주장을 펼쳐가겠다"고 이야기했다. 전교조 투쟁 방식의 변화를 예고하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변화가 전교조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과거 전교조가 거리 투쟁에 주로 힘을 쏟았던 것은 교육부의 책임도 크다는 것이다.

정 당선자는 "지금까지 교육부가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여러 정책을 발표하다보니 전교조는 사후에 이를 막는 방식으로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는 그런 방식을 벗어나 교육부가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계·학계·시민사회단체와 정책에 대한 충분한 토론을 거친 뒤 정책을 생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전교조가 앞장서겠다"면서 한국 교육의 장기적인 전망을 세우기 위한 '범사회적인 논의기구'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이런 제안에 대해 정 당선자는 "매 사안마다 찬반을 가르는 데만 급급한 구도를 넘어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원평가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오해'"

이 밖에도 새 전교조 지도부는 다양한 구상을 제시했지만 이날 기자들의 관심은 교원평가제에 대한 입장에 집중됐다. 이번 위원장 선거에서 정 당선자 진영에 패배한 현 전교조 지도부가 정부의 교원평가제 추진에 대해 연가투쟁을 불사하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정진화 후보의 당선이 현 전교조 지도부가 이끈 강경 일변도의 교원평가 반대투쟁에 대한 조합원들의 심판이 아니냐는 것이다. 더구나 정 당선자 진영이 줄곧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 것도 이런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이에 대해 정 당선자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교원평가에 대한 반대 입장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교사가 평가받지 않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금도 교사들은 '근무평정'이라는 형태의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육부가 공교육 부실의 원인을 교사들에게 돌리는 방식으로 교원평가에 대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당선자는 "마치 교원평가제만 도입되면 공교육의 다양한 문제들이 해결되리라고 보는 것은 오해"라며 "교육 개혁의 과제는 다양하며 이를 위한 총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원평가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오해'라고 규정한 정 당선자는 국민과 전교조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선거 기간 내내 "전교조는 '고립'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학생·학부모와의 만남을 최대한 강화해야"

그렇다면 전교조는 왜 고립됐을까? 이에 대해 정 당선자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대투쟁에 치중하느라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데 소홀했고, 학생·학부모와 함께 소통하는 실천을 조직하는 데 힘을 쏟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견에서 새 지도부는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사회적 협의를 통해 단순한 반대를 넘어서는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것, 교사들이 학교를 넘어 지역 활동을 강화하는 것, 학생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정 당선자는 특히 "학교에서 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라며 공부방 활동 등을 통해 방과 후에도 지역에서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활동을 강조했다. 학생·학부모와의 접촉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전교조의 당면 과제라고 보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의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조합원들의 열정과 헌신성을 전제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9만 명에 달하는 전교조 조합원들이 새 지도부의 포부에 어울리는 열정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계속 줄어드는 신규 조합원 가입율, 침체된 조직 분위기, 현재 전교조를 이끌고 있는 해직교사 세대와 젊은 교사들의 문화적 괴리 등이 그 이유다.

해직 세대와 젊은 세대의 대화가 절실

11대 부위원장을 지냈던 박경화 교사를 제외한 역대 전교조 지도부는 모두 1989년 전교조 창립 당시 해직된 교사 출신이다. 이번에 당선된 정진화 위원장 당선자와 정진후 수석 부위원장 당선자 역시 해직 교사 출신이다. 이제 전교조도 세대 교체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정 당선자는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세대간 소통 역시 절실하다"고 대답했다. 군사정권에 의한 강제해직, 그리고 이어진 긴 재야 투쟁의 세월을 경험한 세대와 젊은 조합원들 사이의 대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정 당선자는 "전교조가 합법화돼 복직한 1999년부터 서울지부장을 맡은 2004년 이전까지는 전교조 전임자를 맡지 않고 평교사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했다"고 말했다. 운동가적인 관성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는 것이다.

오랜 해직 생활을 끝내고 돌아간 학교에서 '낯선 아이들과 어울리는 평범한 교사'가 되기 위해 발버둥치던 그가 이제 9만 조합원을 이끄는 위원장이 됐다. 평범한 교사로 지내려던 그 노력은 전교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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