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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로 가자"…反FTA 행진, 경찰 극력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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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로 가자"…反FTA 행진, 경찰 극력저지

서울 도심서 6만여명 궐기대회…부상자 속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12일 물대포와 최루액을 동원하며 저지하는 경찰과 대치하며 서울의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한미 FTA 저지 국민 총궐기 대회'가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서울광장)에서 열렸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6만여 명(경찰 추산은 3만7천 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시민들은 서울광장에서 1부 행사를 가진 뒤 2부 행사로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을 하려 했으나 경찰의 강력한 저지에 부닥쳤다. 그 과정에서 시위대 중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많은 수의 시민들이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이에 따라 3부 행사로 예정됐던 '청와대를 둘러싸는 인간띠 잇기' 행사는 결국 무산됐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 전·의경 203개 중대 2만4천여 명과 교통경찰 288명을 동원했고 물대포와 최루액까지 쏘면서 시민 시위대의 행진을 막았다.

이날의 '국민 총궐기 대회'의 상황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본다.

오후 2시: 농민, 노동자, 빈민 등 사전집회…"UR보다 심각할 것"

장맛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서울시청 앞 광장에 3만여 명의 농민들이 모였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가톨릭농민회 등 40여 개 농민단체가 이날 집회에 참가했다. 서울광장이 농민들로 가득 메워지자 인근 도로의 차량통행이 통제됐다.
▲ 범국민대회가 열린 12일 서울광장에는 종일 비가 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비옷을 걸치고 있었지만 얇은 비옷은 장대비를 온전히 막지 못했다. ⓒ프레시안

▲ 미국 대사관 앞을 지키고 있는 전경들(왼쪽), 오후 2시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농민 3만명이 모여 결의대회를 가졌다(오른쪽) ⓒ프레시안

▲ '한미FTA'라고 씌여진 현수막을 집회 참가자들이 단체로 찢고 있다. ⓒ프레시안

전남 이리에서 올라온 농민 김규식(57) 씨는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 남긴 기억이 자신을 새벽부터 집을 나서게 했다고 이야기했다. 김 씨는 "700만 명에 달하던 농민이 UR 협상 이후 350만 명 이하로 줄었다. 농민의 절반이 땅을 버리고 떠난 셈"이라며 "한미 FTA는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에 서울역 광장에서는 민주노총 조합원 1만2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한미 FTA 협상 저지! 노사관계 로드맵 폐기! 특수고용 노동3권 쟁취! 총파업 투쟁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에 앞서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하루 일정으로 시한부 총파업에 들어갔다. 민주노총은 이날 총파업에 15만 명(정부추산 10만 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또 농업협동조합 노동조합원 2천여 명은 서울 서대문구 농협박물관 앞에서, 전국빈민연합 회원 1천여 명은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평택범국민대책위 회원 1500명은 광화문에서 각각 사전집회를 열었다.

오후 4시30분: 서울광장에 7만여 명 운집…"멕시코, 그 비극의 전철을 밟으려나"

오후 4시께 서울시내 곳곳에서 사전집회를 마친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학생 등이 서울광장으로 속속 몰려들었다. 6만여 명에 가까운 인파가 모인 오후 4시30분께 '한미 FTA 저지 국민 총궐기 대회'가 시작됐다. 영화배우 문소리와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이 연단에 서서 '한미 FTA 저지 대국민 호소문'을 낭독했다.
▲ 서울역 광장에서 사전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울광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프레시안

▲ 한미FTA반대 대국민 호소문을 낭독하는 영화배우 문소리와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 ⓒ프레시안

▲ 해맑은 표정의 아이들. 한미FTA는 이 아이들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프레시안

▲ 서울역 앞에서 사전결의대회를 마치고 국민총궐기 본대회 장인 서울시청 앞 광장에 들어오고 있는 노동자들. ⓒ프레시안

"한미 FTA는 미친 짓이다. 진정 멕시코, 그 비극의 전철을 밟으려는가? 12년 전 지구 반대편 멕시코에서 똑같은 일이 있었다. 당시 멕시코 대통령은 '모두를 위한 번영'이라 떠들어댔고, 멕시코 국민들은 미국처럼 되리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미국과의 FTA를 '악마와의 키스'라고 부른다."

호소문을 읽어내려가는 영화배우 문소리의 카랑카랑한 음성이 비에 젖은 서울의 공기를 흔들었다.

오후 5시10분: 광화문 향해 행진 시작…"노무현 정권 심판하자"

서울광장에서의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5시 10분 무렵부터 '한미 FTA 졸속 강행하는 노무현 정권 심판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시작했다. 범국민대회의 2부 행사인 광화문 거리 행진과 3부 행사인 청와대 주위 인간띠 잇기 행사를 위해서였다. 이들의 행진을 경찰이 막아서자 집회 참가자들은 행진대오를 여러 갈래로 나누었다. 한 대오는 종로 1가를 지나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 도착했다.

경찰은 전경차를 줄지어 세워놓고 시위대를 저지했다.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은 물대포를 쏘고 최루액을 뿌리며 시위대를 막았다. 직장인들의 퇴근시간이 다가오면서 광화문 일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다른 한 대오는 안국동 종로경찰서 앞 사거리에서, 또 다른 대오는 사직터널 근처에서 각각 경찰과 대치했다.

오후 7시를 전후해 광화문 일대의 경찰 방어선이 시위대의 몸싸움에 뚫렸다. 이에 따라 시위대가 분산되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했지만, 경찰이 곧 후속 방어선을 구축했다.
▲ 국민총궐기 참가자들 중 일부는 오후 7시 무렵 광화문을 지나 청와대로 가는 길목인 경복궁 앞 사거리까지 진출했다. ⓒ프레시안

▲ 미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던 시민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왼쪽), 미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던 도중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피를흘리는 집회 참가자(오른쪽). ⓒ프레시안

오후 8시45분: 집회 해산…다수의 시민들 부상

광화문, 안국동, 사직터널 등에서 흩어져 경찰과 대치하며 행진을 시도하던 시위대는 오후 8시 45분 무렵 집회를 정리하고 해산했다. 이날 여러 대오로 나뉘어 곳곳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시민들이 부상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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