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2009년부터 지원해 줄 주한미군 주둔경비(방위비분담금)에 대한 4차 협상이 29~30일 서울에서 진행되었다.
  
  미측은 6.6~14.5%의 증액을 요구하고 있고, 우리측은 2.5% 증액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방위비분담금 '제도개선'과 관련해서는 현물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대강의 합의를 이뤘다고 한다.
  
  미국, 방위비분담금 빼돌려 1조1193억원 쌓아
  
  주한미군은 매년 방위비분담금이 부족하다면서 증액을 압박해왔다. 그런데 모자란다던 방위비분담금을 우리 국민과 국회 몰래 1조1193억 원 넘게 축적해왔다니 국민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주한미군은 방위비분담금 중 현금 지원분인 군사건설비를 2001년의 21.3%에서 2007년의 41%로 두 배를 늘려 이중 대부분을 쓰지 않고 미국 국방 예산으로 빼돌렸다. 미국은 이 돈을 미2사단 이전비용에 투입해 최첨단 초화화판 시설을 지으려 하고 있다.
  
  방위비분담금을 미2사단 이전비용으로 돌려쓰는 것은 한미 당국이 체결한 연합토지관리계획(LPP)개정협정 위반이다. 이 협정에는 미2사단 이전비용은 미국이 부담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방위비분담금 미국 맘대로 써도 된다는 국방부의 궤변
  
  국방부는 방위비분담금은 우리가 미국에 넘기는 순간 미국 돈이 되기 때문에 미국이 그 돈을 미군기지 이전비용에 사용하는 것은 미국 마음이라는 논리를 동원한다.
  
  그러나 방위비분담금은 예산회계법 제36조 제1항 단서 규정에 따라 분담금 내역 상호간에 이용(移用)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방위비분담금 협정 이행약정에는 인건비와 군사건설비에 대한 집행내역을 한국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방위비분담금이 한국 돈이 아니라면 이런 규정은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방부의 주장은 궤변이다.
  
  이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이상희 국방장관은 10월 8일 국정감사 자리에서 방위비분담금을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쓰는 것은 한미 간에 2000년부터 양해해 온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방위비분담금 돌려쓰기는 국가와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문제이기 때문에 한미 간에 정식 협정 체결과 국회 비준동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사항이다. 그러나 위의 양해는 이런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은 한미 국방 당국 사이의 비밀 이면합의에 불과하다.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설사 2000년의 한미 당국 간의 양해가 나름의 절차를 밟아 정당성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그 뒤에 한미 간 합의와 국회 비준동의를 거쳐 미2사단 이전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협정이 발효되었다. 따라서 상위법 우선 원칙과 신법 우선 원칙에 따라 2000년의 양해는 무효가 된 것이다.
  
  특히, 국방부는 2000년부터 이런 양해 사실을 알면서도 국회 비준동의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국회에 알리지 않았다. 아마도 미국이 부담하기로 한 미2사단 이전비용까지 우리 가 방위비분담금 등으로 부담한다는 사실이 당시에 알려졌다면 국회 비준동의가 순탄치 않았을 것이다. 국방부는 이 점을 염려하여 고의적으로 이런 중대한 사실을 숨겼을 것이다. 이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필요한 이유다.
  
  국방부는 또 방위비분담금 중 군사건설비는 위락시설이 아닌 한 새로운 주한미군 시설 건설에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방위비분담협정의 모법인 한미 SOFA 제2조에는 "'시설과 구역'은 소재의 여하를 불문하고 그 시설과 구역의 운영에 사용되는 현존의 설비, 비품 및 정착물을 포함한다"고 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육군본부가 발간한 <한미행정협정해설서>도 "새로운 시설을 요구하거나 독립된 시설만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도개선', 주한미군의 불법 정당화 핑계돼선 안 돼
  
  방위비분담금 문제는 한미 간 주요 현안으로 부상해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제도개선'을 합의했다.
  
  우리 정부는 현행 '총액기준 방식'을 필요한 곳에 자금을 지원하는 '소요충족 방식'으로 바꾸고, 현금지원 방식을 시설을 직접 지어주는 현물지원 방식으로 바꾸는 등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진정한 방위비분담금 제도 개선은 현재의 불법성과 불평등성을 수술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방위비분담금 돌려쓰기를 막고 그동안 불법적으로 축적해 온 방위비분담금 1조1000억 원을 전액 환수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만약 이를 내버려둔 채 제도를 개선한다고 하면 그것은 오히려 현재 방위비분담금의 불법성과 불평등성을 합법화하고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정당화하는 핑계가 될 수 있다.
  
  방위비분담금 전액 삭감, 불법 축적 자금 환수해야
  
  미국발 금융 위기의 영향으로 환율과 주가가 요동치고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는 등 경제가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또 주한미군이 부족하다던 방위비분담금을 1조원 이상 축적하고 그 돈으로 이자놀이를 해서 1000억 원 넘는 이자수입을 챙겨 미 국방부에 송금하고 그 과정에서 2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탈세한 사실에 대해 국민적 분노가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한미 당국이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협의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우리는 심각한 경제 위기와 주한미군의 방위비분담금 불법 축적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한미 당국이 2009년 방위비분담금은 전액 삭감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불법 축적한 방위비분담금 1조1000억원을 전액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
  
  나아가 주한미군 경비는 모두 미국이 부담하도록 명시하고 있는 한미 SOFA를 위배하고 있는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
  
  우리 국민 혈세를 주한미군 쌈짓돈 만드는 일을 이제 더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