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그 동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위기에 한정되었던 것이 이제는 프라임(prime ; 적격) 모기지로까지 부실위기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입증하는 것이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금융관련 공공기관인 패니매(FannieMae), 프레디맥(FreddieMac)의 부실 우려이다.
여기서는 이들 기관의 성격과 역할, 그리고 부실화의 원인을 살펴본다.
미국의 주택금융시스템은 모기지시장과 증권화 시장으로 구분된다. 모기지의 증권화란 모기지업체(주택대출기관)으로부터 모기지를 매집하여 풀(pool)을 구성한 후, 이를 담보로 하여 유동화증권, 즉 MBS(Mortgage-Backed-Securities)를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과정을 말한다. 증권화의 과정을 통하여 당초의 모기지업체들은 주택대출과 관련된 제반 리스크를 회피함과 동시에 대출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모기지업체들의 대출여력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미국에서 모기지의 증권화 비율(연간 모기지 발행액 대비 증권화 비율)은 2000년대 들어 70%를 넘어서고 있다. FHA(Federal Housing Administration ; 연방주택청) 등 정부기관이 보증하는 모기지의 증권화 비율은 90%를 넘으며, 프라임 모기지뿐 아니라 서브프라임 모기지까지 거의 70% 가까이 증권화된 바 있다.
모기지 증권화 시장은 크게 공공기관(Agency)이 주도하는 MBS 시장과 민간 MBS 시장으로 구분된다. 공공기관(Agency)이란 정부기관인 지니매(GinnieMae), 정부가 출자한 공공기관인 FannieMae, FreddieMac 등을 의미한다. FannieMae와 FreddieMac은 연방정부가 보증을 제공하지 않으나, 특별법에 의하여 설립된 기관인 데다 필요시 연방정부로부터 긴급지원을 받을 수 있어 신용등급은 AAA로 평가된다. 민간 MBS 시장은 이들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MBS 시장이다.
MBS 시장은 신규발행액 기준으로 2000년 7,000억달러 수준이던 것이 2005년 2조달러대 시장으로 급성장하였다. 공공기관 MBS가 약 1조달러 규모이고, 민간 MBS는 약 1조1900억달러 규모이다. 특히 민간 MBS 시장은 2000년의 1360억달러에서 2005년에는 1조1900억달러로 두드러진 성장을 보였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2001년 이후 주택가격의 급등은 저금리 및 MBS 발행액의 급증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다. 특히 MBS라고 하는 증권화 기법의 발전은 주택금융시장과 일반 자본시장을 긴밀히 연계시킴으로써 주택시장으로 유동성 유입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였다.
2007년부터 주택가격이 하락하자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대규모 부실사태가 발생하였다. 이로 인한 막대한 손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업체를 비롯하여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한 증권화 상품에 투자했던 헤지펀드, 지급보증을 담당했던 채권보증기관, 그리고 증권화 상품에 대한 신용보강을 제공하였거나 헤지펀드에 자금을 제공하였던 대형 투자은행 및 상업은행들로 파급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annieMae와 FreddieMac은 적격 모기지의 증권화를 주로 취급하여왔고, 평소 정부의 감독을 받기 때문에 이들 기관으로까지 부실위기가 파급될 것으로 보는 논자는 별로 없었다. 이들 기관은 민간금융기관과는 다른 준정부적 지위와 더불어 특혜가 있다. 대통령이 18인의 위원회 중 5인을 지명할 수 있고, 재무부로부터 22.5억달러의 긴급자금 대출이 가능하며, 법인세 혜택이 있고, 증권거래위원회(SEC)에의 등록이 불필요하다. 또한 이들이 발행하는 MBS는 FRB의 공개시작 조작수단으로 활용가능하며, BIS 위험가중치도 20%로 낮게 부여되고 있다.
그러나 FannieMae와 FreddieMac에 부여되는 이러한 준정부적 지위로 인하여 모기지시장의 리스크가 국가로 집중(Nationalization of Mortgage Risk)됨으로써 더 큰 규모의 시스템 리스크의 원천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논자(Wallison and Ely 등)들에 의해 제기되어 왔으며, 버냉키(Bernanke) 연준 의장도 비슷한 지적을 한 바 있다.
FannieMae와 FreddieMac이 비록 공공기관이라 할지라도, 역시 기업인 만큼 수익성을 추구하고 있다. FannieMae와 FreddieMac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고 투자가그룹의 모니터링 대상이 되며, 성과에 따라 관리자들의 보상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FannieMae와 FreddieMac은 주택가격의 급등을 배경으로 포트폴리오 규모를 확장시키는 경향을 보였다. 즉 이들 기관이 모기지업체로부터 매집하여 보유하는 모기지의 규모가 급증하였다. 1990년말에서 2003년말까지 두 기관이 매집하였으나 증권화하지 않고 자체 보유하는 모기지 규모는 1,350억달러에서 1조5,600억달러로 10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를 위한 자금조달용으로 2005년에만 3조달러의 채권을 발행하였으며, 2007년 기준으로 두 기관의 자체발행 채권 및 MBS 채무잔고는 5.2조달러로 국채잔고 4.9조달러를 능가하였다.
이들 기관에 대한 정부의 최종적 책임(back-up)은 명시적인 완전보증(full-faith-and-credit promise)이 아니며 묵시적일 뿐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들 기관의 파산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들 기관의 리스크 증가에도 불구하고 자금조달 코스트는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
당초 이들 기관은 프라임 모기지 시장에만 참여하였으나, 2000년대 들어 서브프라임 시장에도 참여하였으며, 이들 기관의 시장점유비중은 1998년의 19.5%에서 2003년 36%로 성장하였다.
의회는 1991년부터 OFHEO(Office of Federal Housing Enterprise Oversight ; 연방주택기업감독청)를 설립하여 FannieMae와 FreddieMac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 기관이 보유한 리스크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며, 또한 이들 기관의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자산매각 압박을 가할 경우 이는 직접적으로 모기지 시장의 위축과 모기지 금리의 상승, 주택건설의 감소로 연결되어 거시경제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당초부터 부실가능성을 안고 있었으며 2007년부터 주택가격이 급락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은 곧바로 현재화되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결국 주택가격의 하락과 모기지시장의 위축이 가속화되면서 프라임 모기지 시장으로까지 파급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 징후가 FannieMae와 FreddieMac의 부실화 문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위기, 나아가 FannieMae와 FreddieMac의 부실화 우려는 금융세계화, 유동성과잉 경제에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금융혁신이 리스크의 분산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기보다는 리스크를 확대시키고 리스크의 소재와 책임을 불명확하게 하여 오히려 시스템 리스크(system risk)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정부를 대신하여 자본시장의 질서유지 역할을 해온 Moody's, S&P 등 과점적 신용평가기관의 위상도 크게 추락하였다. 금융시장의 규율 및 감독체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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