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촛불이 지키는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광우병 쇠고기에서 시작된 수도, 전기, 가스, 의료 민영화 반대로, 조중동 반대로 확장됐다. 그리고 공영방송 지키기로 번졌다. 촛불의 확장은 이명박 정부로부터 부분적인 양보를 이끌어내고 있다. 사기와 기만의 성격이 농후한 광우병 쇠고기 추가협상이 그렇고, 수도, 전기, 가스, 의료 민영화 유보가 그렇다. 동시에 이런 양보는 촛불의 확장을 차단하고 반격을 위한 '알리바이 쌓기'의 성격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러나 정권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분야가 있다. 바로 언론 분야다. '조중동 광고 불매 운동'에 대해 현 정권은 포털을 매개로 한 인터넷 통제, 검찰 수사권 발동을 통해 '조중동 구하기'에 나섰다. '돌려 막기'로 끝난 전면(?) 개각에서도 언론 장악을 위해 포진시킨 인사들은 제외돼 있다. KBS와 관련 외주업체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원 특별감사는 예정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
한나라당 산하 '21세기 미디어발전특별위원회'를 주도하고 있는 정병국 의원을 비롯해 한나라당은, 올해 안에 신문-방송 교차소유 허용과 국가기간방송법 제정, KBS 2TV 분리와 MBC 민영화 등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도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
언론이란 관제고지를 장악하기 위한 현 정권의 계획은 아무런 수정도 없다. 오히려 촛불을 통해 '언론을 길들이고 장악하지 않고선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그 핵심에 공영방송의 국영방송화, KBS 2TV와 MBC 민영화, 신문-방송 교차소유가 있다. 현 정권은 이를 통해 미디어 지형 자체를 전면 재구조화시키려 하고 있다. 국가기간방송에관한법률(이하 국방법) 제정은 이를 추진하는 첫 번째 도미노에 해당한다.
2. 국가기간방송에관한법률의 내용과 의미
(1) 2004년 11월 발의된 국방법
국방법은 한나라당 의원 120명의 찬성을 얻어 2004년 11월 당시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것이 발단이다. "공영방송의 위상 정립 및 정체성 강화"라는 그럴 듯한 제안 이유를 갖고 있다. 하지만 당시 국회는 신문법 제정, 사립학교법 개정, 보안법 폐지 등을 둘러싸고 여야가 일대 격돌하던 때였다. 국방법은 이런 격렬한 입법대치 국면에서 한나라당의 '외곽 때리기' 수단의 성격을 띤다.
국방법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먼저, 공영방송만을 따로 떼어내 규제하는데, KBS와 EBS를 적용 대상으로 한다. 둘째, KBS와 EBS의 예산과 결산을 국회에서 승인한다. 셋째, KBS의 현 이사회는 폐지하고 9명으로 이뤄지는 경영위원회를 둔다(경영위원은 국회의장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 넷째, KBS 사장과 감사는 경영위원회가, EBS 사장은 국회 추천 거쳐 방송위원장(현 방송통신위원장)이 임명한다. 다섯째, 법안에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KBS의 광고수익은 전체 재원의 20% 이내가 되도록 수신료를 현실화한다 등이다.
이 법안은 "공영방송을 지켜야 할 중요한 사회자본(social capital)으로 보기보다는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실체로 파악하는, 긍정적 차원의 법(~을 하게 하는 법)이 아닌 부정적 차원의 법(~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의 전형적 사례"1)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결산뿐 아니라 예산까지 국회가 결정하게 한 것은, 공영방송의 핵심인 재원 문제에 대해 정치권이 직접 관여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예산 통제와 프로그램 통제가 동전의 앞뒷면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국방법은 공영방송의 국영화 또는 관영화를 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두 번째, 당시 국회 전문위원의 지적처럼, 이 법이 '국가기간방송'을 정의조차 하고 있지 않은 점도 큰 문제이다. 또한 공영방송에 대한 정의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 그러면서 KBS와 EBS만을 공영방송으로 선험적으로 전제하며, 국가기간방송이라는 위상을 동등하게 주고 있다. 공적인 소유 형태를 띠고 수신료 등 공적인 재원을 주축으로 운영되는 방송만을 '공영방송'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광고를 재원으로 하는 공적인 방송, 이를테면 MBC을 상업방송으로 분류하거나 상업방송으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이는 MBC를 향해 '이 법의 적용을 받을래, 아니면 상업방송으로 갈래'라며 선택을 강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 2004년 11월 국방법의 수정·보완 전망
현재 한나라당 이 법을 수정 보완해 연내 입법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어떻게 수정할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현 정권의 발언들, 애초 이 법안이 갖고 있던 맹점 등에 비춰보면 몇 가지 예측이 가능하다.
먼저, '국가기간방송에관한법률'이라는 법률 명칭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냐다. 이 명칭을 유지하면 국가기간방송과 공영방송에 정의는 필수적이다. 아울러, 국가기간방송을 정의할 경우, 국가기간방송이 아닌 방송을 정의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통신역무가 기간통신역무, 부가통신역무, 별정통신역무로 분류되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방송역무도 이와 유사한 분류가 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방송법 개정을 동시에 수반한다.
이런 부담 등을 감안한다면, 한나라당은 '공영방송에관한법률'(이하 공방법)로 명칭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2). 이럴 경우 공영방송에 대한 정의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의 정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5월 대통령 업무보고를 위해 작성한 것처럼, 공적 소유, 공적 재원 및 운영, 그리고 공적 서비스 제공 의무 등 세 가지 요소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3). 이렇게 하면, 아리랑TV나 KTV 등도 자연스레 공방법의 적용 대상으로 하기가 쉽다.
다음으로, 국회의 예산 승인권을 그대로 존속할 것이냐에 관한 문제다. 한나라당은 이 문제를 KBS 내부를 분열하기 위한 카드로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선 여러 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KBS 2TV 분리하지 않을 테니 이 조항을 받으라' 또는 역으로 '예산 승인권 도입 안할 테니 2TV 분리에 동의하라'거나, '수신료 올려줄 테니 예산 승인권 받으라'도 가능하다. 따라서 향후 언론운동진영이 국회의 예산 승인권에 지나친 관심을 쏟을 경우, 한나라당의 틀에서 헤어나지 못할 위험성이 높다. 유료방송 시장이 점점 더 확대되는 미디어 환경에서, 무료 보편적인 서비스를 수행하는 공적인 방송 부문을 축소하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는 게 이 법의 핵심임을 견지하는 게 중요하다4).
3. 국방법 또는 공방법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현 정권은 현재 강도높게 진행되고 있는 KBS에 대한 감사원 표적감사로부터 국방법 또는 공방법 추진의 1차 동력을 얻으려 하고 있다. KBS의 방만함과 비리를 최대한 들춰내 촛불이 '공영방송 지키기'로 확장되는 것을 차단하고, 근본적인 수술의 필요성을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미 한나라당은 이것의 효용가치를 잘 알고 있다. 2004년 5월 한나라당의 요구로 이뤄진 감사원 감사결과가 발표되면서, KBS를 향해 곱지 않은 국민들의 눈길이 쏟아졌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감사결과에선, 1995년 이후 사원들의 개인연금을 위해 380억원 지급, 2002년 월드컵 광고특수로 예비비 109억원 전용해 특별성과급(215억원) 지급 등 일반 국민이 분노할 사례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재 감사원은 드라마 제작국에 대해 집중 감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비리와 방만한 사례가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감사원은 2004년 때처럼 경영지배구조와 관련한 권고를 할 가능성이 높다. 당시 이 권고 중의 하나가 정부투자기관의 예산편성지침을 준용하는 쪽으로 방송법을 바꾸라는 것이었다5).
감사결과에 대한 대응의 문제는 '밥그릇 지키기'를 위한 임기응변에 그쳐선 안 된다. KBS 운영의 비효율성과 방만 경영을 앞세워 공영방송을 통제하고 전체 미디어 지형을 현 정권의 입맛에 맞게 재편하려는 기도를 다시 못하도록 하는 공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국방법이나 공방법에 대한 사전대응의 의미를 분명히 지니는 것이어야 한다. 개인적으론 그 핵심에 '공영방송의 민주적 책임성 확립'이 있는 게 아닐까 한다.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안이 나와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활발한 논의를 위해 몇 가지 단상을 적는다. 공영방송, 아니 전체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을 위해 내부 구성원들의 각오와 눈물이 필요한 내용이지 않을까 싶다6).
현재의 KBS 이사회 권한으로 있는 예산 편성권을 일부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프로그램 제작·편성의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인건비에 대한 예산 편성은 공공기관 지침을 준용하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7). 공영방송의 독립성은 '밥그릇 지키기' 차원의 문제가 아님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국방법이나 공방법에 규정될 국회 예산 승인권에 대한 선제 공격의 측면도 함께 지니고 있다. KBS 내부 구성원들의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KBS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지금의 (한국방송광고공사를 포함하는) 지상파 방송체제가 미디어 공공성을 실현하는데,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실현하는데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특히 광고를 재원으로 하는 공영방송은 불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8). 한겨레나 경향신문, 프레시안 등과 같은 매체들이 직접 광고 영업을 하면서 공영방송보다 더 민주적 공론장으로 구실하고 있는 왜 가능한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9).
셋째, 무료 보편적 서비스 방송으로서의 KBS가 계열 PP들을 통해 유료방송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평가가 필요하다. 이들 PP는 자체 제작능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주로 콘텐츠 2차 유통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KBS만이 아닌 MBC, SBS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서의 지상파 콘텐츠는 자체 플랫폼이 아닌 다른 유료방송 플랫폼을 통해 유통될 때 계열 PP를 거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미디어 공공성 구현 차원에서 무료방송과 유료방송이라는 시장 구도를 형성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10).
넷째, 공공연하게 유포되고 있는 KBS 2TV 분리가 공영방송의 공공성에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KBS 2TV 분리는 송출공사 설립을 통해 네트워크 분리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 이럴 경우, KBS는 네트워크가 없는 종합편성채널로 전락한다. 송출공사 설립으로 방송기술직 노동자들의 삶이 불안정해진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네트워크 분리는 주파수 할당을 받는 주체와 콘텐츠 제작주체의 분리를 의미하며, 멀티모드서비스(MMS)를 비롯해 공공성을 높이는 쪽으로 신규 서비스를 설계하는 데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방송발전기금의 용도에 대한 KBS, MBC, SBS를 포함한 지상파 방송의 분명한 의견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광고에 부과되는 부담금 성격을 지닌 방송발전기금에 대해 지상파 방송 종사자들의 대부분은 '자신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기 때문에 방송 진흥에만 사용돼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옛 방송위원회가 문화예술진흥사업과 언론공익사업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고 방송 진흥에만 사용하는 쪽으로 용도 변경을 했을 때에도 대부분이 침묵했다. 현 정권 아래에서 진행되고 있는 방송발전기금 지원의 축소에 지상파 내부 구성원들이 항의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면 매우 부정적이다.
여섯째, 공영방송 사장 후보 추천 과정에 대한 비국가적 제도화를 이룰 수 있느냐다. "공영방송 내외부에서 공영방송의 사장이 입후보하거나 추천된다. 공영방송의 이사회나 사장선출을 위한 위원회(공영방송사 이사회 + 시청자 위원회 + 노조 + 시민사회 대표)에서 이 후보들에 대한 검증과 공청회를 실시하고 가장 적합한 2-3인의 후보를 추천한다. 언론은 공영방송의 후보자 검증과 공청회 관련 내용들을 다양한 보도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한다. 2-3인의 추천된 후보들은 공영방송 정책과 주요 부서 책임자를 공개적으로 표명할 기회를 가진다. 이후 공영방송의 모든 구성원들의 투표에 의해 사장을 선출한다. 선출된 사장이 정책상의 변경을 요구할 경우, 이사회와 시청자 위원회, 노조가 함께 모여 이 변경안을 승인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2008년 7월11일, '공영방송 정책론의 단절', 이영주) 이런 이상적인 제안의 일부라도 구현하기 위한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큰 의미를 지닌다.
이 모두가 지상파 방송 내부 구성원들이 공공성을 사고하며 풀어가야 하는 문제이다. 공영방송이 주도하는 지금의 지상파 방송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지, 공영방송에 대한 전면적 통제 시도가 이뤄지는 속에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킬 수 있는지, 공영방송이 주도하는 공공서비스방송위원회(또는 지상파위원회) 설립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는 온전히 지상파 방송 내부 구성원들의 어깨에 달려 있다. 공공성을 확장하고자 하는 미디어 운동진영은 내부 구성원과 소통하며 격려와 비판을 할 수 있을 뿐이다.
1) 방송 공공성 확보 위한 18대 국회 과제', 강형철 숙명여대 언론학부 교수 <방송문화> 2008년 6월호 34쪽
2) 황근 선문대 교수는 2008년 1월16일 한국언론학회 주최 토론회에서 '공영방송법'이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국방법의 경영위원회는 '공영방송위원회'로 부르고, 국민 대표성을 감안해 9명을 국회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자고 이미 제안한 바 있다.
3) 방송통신위원회는 로드맵 '세계일류방송 실천계획'에서 이미 공영방송을 정의하고 있다. '공적 소유 형태를 띠면서 공적 재원으로 운영되면서 공적 서비스 제공 의무를 지는 방송'이 그것이다. 아무런 사회적 합의도 없이 공영방송이라는 핵심 개념을 이미 정리한 것이다. 때문에 "올해 12월까지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통위의 계획은 입발린 말에 불과하다. 방통위의 이런 공영방송 정의, "공영방송의 운영 및 시청률이 저조해 경영개선의 필요성이 지적되고 소유·운영방식에 따른 공·민영간 구분도 불분명" 등과 같은 방통위의 언명에 비춰보면, MBC와 KBS 2TV는 공영방송에 이미 해당되지 않는다.
4)공영방송 정의를 둘러싼 투쟁은 이미 시작됐다. 최근 '지상파 방송=무료 보편적 서비스 방송'이라는 의미를 축소하려는 시도도 이런 맥락에 놓여 있다. "유료방송시장이 성장하면서 무료방송시장에서 광고로 재원을 조달하고 있는 KBS 2TV와 MBC의 정체성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 왔으며, 이것이 '다공영 일민영 체제'와 '일공영 다민영 체제' 논의의 출발점"이라는 주장(지성우 단국대 교수)이 그것이다. 그러니 무료방송과 유료방송이 아니라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의 개념쌍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비판은 본 연구소 발행의 '주간정책브리핑' 4호 참조.
5)감사원의 이 권고는, 2006년 12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현실화했다가, 이듬해 11월 KBS와 EBS를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예외조항이 가까스로 마련됐다.
6)"현실 정치 속에서 '공공성'은 명백하게 정의내릴 수 있는 과제나 목표가 아니다 … 과연 무엇이 다수의 삶에 의미를 갖는 공공적 사안인지를 정의하고, 공공적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회 문제가 무엇인지를 판단하며, 경쟁적 혹은 연대적 문제 해결 방식을 취함으로써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별하는 모든 지점에서 그러한 투쟁이 벌어진다 …", 2008년 5월21~23일 사회공공성 포럼 자료집 34쪽.
7) 이 방안은 새로운 게 아니다. 2004년 12월 방송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마련한 바 있으며, 당시 KBS 노조는 국영방송 회귀 음모라고 반발한 바 있다.
8) 필자는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이 아닌 지상파 무료(보편적 서비스) 방송과 비지상파 유료방송의 개념쌍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한국방송광고공사는 지상파의 직접 광고영업에 따른 폐해를 막아주면서, 지상파가 무료 보편적 서비스 매체로 실현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실을 하고 있다. 광고를 재원으로 하는 공영방송 개념이 불가능하지 않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오히려, 신문처럼 지상파 방송이 직접 광고영업을 하면서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더 이율배반에 가깝다.
9)이영주 한국예술종합학교 책임연구원은 "방송의 공공성, 미디어의 공공성, 공영방송의 공공성, 도대체 이 공공성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보더 정확히 질문하자면 '공영방송의 종사자들은 공공성에 대해 진지하게 사고해 본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2008년 7월11일 언론개혁시민연대 토론회 발제문 '공영방송 정책론의 단절 : 쁘띠부르주아 언론장의 문제') 기존 공영방송에 대한 그의 통렬한 "'public'은 어떤 특정한 대상 집단이나 '국민' 또는 '시청자'를 가리키는 개념이 아닌 집단 지성과 이성의 주체로 형성되어 지는 '과정 중의 주체'인 것이다. 따라서 공영방송의 'public'은 존재하는 어떤 구체적인 집단과 대상으로 사고하기 보다는 공영방송과의 만남 속에서 형성되어지는 어떤 집단적 주체라고 봐야 하고, 'public interest' 또는 존재하는 어떤 구체적인 이해관계(이익)라기 보다는 공영방송과의 만남 속에서 형성되어지는 집단적 주체들의 욕구와 욕망, 요구와 필요, 목소리와 생각들을 포괄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영방송은 이미 존재하는 어떤 대상(집단)을 상상하고 이들의 욕구와 필요에 부응한다는 논리적 전제를 벗어난다. 이 말은 결국 공영방송이라는 것은 어느 한 사회 속에서 과정 중의 집단적 주체가 형성되는 장소(site)이자 이 주체들 간의 자유로운 소통 장소이며, 이러한 장소에서 표현되어지고 정의되어지는 interest가 public interest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공영방송의 공공성은 공영방송의 중립성이라는 말과 너무나 달리 이해되어야 한다. 우리는 보통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이야기할 때 중립성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성립될 수 없는 논리 모순이다. 왜냐하면, 공공성 자체가 '공적인 것, 공통적인 것, 사회적 합리성'을 지향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이것을 지향하는 행위 자체가 중립적일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10) 유료방송시장의 지상파 계열 PP는,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 독과점이 유료방송시장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주장을 낳는 핵심 고리에 해당한다. 계열 PP에 대한 지상파 방송의 축소지향적인 교통정리가 없으면, 무료시장과 유료시장이라는 개념쌍의 확립은 거의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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