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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냉전적 이분법부터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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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냉전적 이분법부터 벗어나야"

[진단] 한중정상회담 무엇을 남겼나

1.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타오르기 시작한 전국적 촛불시위에 가려 여론의 주목을 별로 받지 못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번째 중국 방문이 조용히 마무리 되었다. 금번 방중에 관해 정부와 일부 언론에서는 한중관계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었고, 양국 간 경제통상관계의 증진, 지진 현장 전격 방문으로 인한 우의 과시 등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 외교성과를 크게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 결과와는 별개로, 이번 방중에서 드러난 양국간 인식차이와 현실을 감안하면, 한중관계는 지금 중대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또한 우리 앞에 놓인 외교적 과제 역시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2.

이번 방중에서 한중간의 복합적 현실을 가장 극명히 보여준 사건은 뭐니뭐니 해도 친깡(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한미 군사동맹은 역사적인 산물이며 냉전시대의 군사동맹으로 현대 세계의 안보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발언이라 하겠다. 친 대변인의 이같은 발언과 한중 양국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수립은 한미 군사동맹에 대한 중국의 복잡한 시각과 이에 대한 대응을 복합적으로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한국과 한미동맹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친깡 대변인의 발언에 드러난 중국의 '신안보관'(new security concept)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신안보관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냉전 종식이라는 새로운 국제정치 환경의 출현과 중국경제의 고도성장 및 이에 따른 국제적 지위상승 등을 바탕으로 중국의 강대국화를 실현하기 위한 외교안보전략을 말한다. 신안보전략의 핵심목표는 국제질서의 '다극화'에 있다. 즉 중국은 복수의 강대국간 견제와 균형 그리고 협력이 공존하는 다극화를 추구함으로써 미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고, 중국의 안정적인 종합 안보 환경 구축과 '책임대국'으로의 부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추구하는 다극화가 곧 미국 유일패권에 대한 도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현재 상태에서 중국의 중장기적 목표는 동아시아 지역강국으로 공인받는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목표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국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중국의 신안보전략상 미국은 극복대상인 동시에 가장 중요한 협력대상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신안보전략의 실현을 위해 중국은 다극화를 위한 '다자주의'(multilateralism)와 양자관계에서 '동반자관계(partnership) 강화를 핵심적 외교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먼저 다자주의의 경우, 90년대 이후 중국은 미국이라는 유일패권국에 홀로 맞서기 보다는 다자주의의 틀 내에서 여러 국가들과 협력해 대응하는 것이 미국 견제에 유리하며, 중국 경제발전에 따른 국제협력의 필요성 증대, 전통적 국가안보에서 국가간 협력 및 공동안보의 부각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다자주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에 이른다.

현재 중국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나 북핵 6자회담이 바로 이러한 중국 다자안보외교의 주요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궁극적인 목표는 탈냉전 후 세계 다극화질서의 수립임은 앞서서 이미 언급한 바이다.

또한 '동반자관계'의 경우, 냉전체제 하에서 성행했던 군사동맹을 대신하는 탈냉전 시기 중국의 양자관계 외교정책이다. 중국은 동반자 외교에 있어 자신들의 목적과 필요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누어 명칭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번 방중에서 한국은 노무현 정부 시절의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전환되게 된다. 일반적으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서 양국은 군사동맹을 제외한 외교·안보·경제·사회·문화 등 제반분야에서 포괄적으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며 나아가 국제무대에서 제반 이슈에 대한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개혁개방과 탈냉전 후 중국은 그 어떤 국가와도 군사동맹을 체결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사실상 상당히 높은 수준의 양자관계라 할 수 있다. 다만 같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도 상대국에 따라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건설적', '협력', '포괄적' 등의 수식어로 구분된다.

예를 들어,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1996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선언, 2001년 우호협력조약 체결) 미국에 대한 견제가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면, 중국과 미국의 관계에서는(1997년 클린턴 행정부 시절 건설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었으나 2001년 부시 해정부 시절 관계 악화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재정의) 이견(異見)과 모순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경제통상이나 일반적 국제협력과 같은 현안에서 우선 협력하는 중층적 접근을 보이고 있다.

3.

이와 같이 탈냉전 후 국제체제의 다극화를 목표로 하는 중국의 신안보질서관과 냉전 이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군림하며 그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의 의도는 분명 본질적으로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성장과 국제사회에서의 지위상승으로 인해 미국은 과거와 같은 대(對)중국 직접 봉쇄를 실행하기는 어렵다. 그에 따라 미국은 인도·베트남·한국과 같은 중국의 인접 국가들과 정치·경제·군사적 양자관계를 강화해 중국에 대한 견제를 실현하는 장기적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국과 한국의 전략적 동맹관계로의 격상은 중국의 코앞에 위치한 한국을 미국의 지속적 영향력 아래 둠으로써, 중국에 대한 효과적 견제를 추진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중국이 한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제안한 것 역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강화에 대한 대응의 의미가 강한데, 지정학적으로 인접한 양국관계에서 한국이 미국에 편중되지 않도록 사전에 경고함과 동시에 보다 강한 제도적 틀의 구축을 시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합의한 한중정상회담 ⓒ뉴시스

반면 이처럼 미·중 양국이 탈냉전기 새로운 세계질서 인식과 국가전략에 따라 한국에 체계적으로 접근해 오는 것과 달리, 한국의 대외전략은 그 존재 여부도 의문스러울 뿐 아니라, 여전히 냉전적인 이분법적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인수위 시절부터 최근 미국 방문까지 국내외 상당수 학자와 연구기관에서는 이전 정부와 차별만을 강조해 '읽어버린 10년, 한미관계의 '복원'이란 감정적 구호 아래 한국의 변화된 외교안보 환경과 이에 따른 복잡한 과제를 이분법적 시각으로 단순화시키는 과오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는 충고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4월 미국 방문에서 한미 양국 정상이 합의한 '한미 전략동맹 강화'는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미 정상이 합의한 새로운 한미 전략동맹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대테러 국제연대, 유엔 평화유지군 활동, 환경, 재난 구조, 초국가적 범죄 및 전염병 퇴치, 민주주의, 인권 증진 등에서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데 포괄적으로 협력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외교적 수사와 일반적 내용을 뒤로 하고 중국과 연결해서 보면 인권과 민주주의는 미·중 간의 가장 첨예한 외교적 충돌 지점 중 하나로 한국이 이와 관련해 미국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노력한다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인권을 둘러싼 충돌과정에서 미국 편에 서겠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선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나아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PSI)이나 미사일방어시스템(MD), 테러와의 전쟁 등과 같은 군사적 현안에서 포괄적으로 협력한다는 것은 한미 군사동맹이 북한의 군사위협 대처라는 전통적 목표에서 벗어나 미국의 전 세계 군사전략에 하위로 편입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따라서 그 대상이 되고 있는 중국이나 북한 등의 반발을 사는 것은 자명한 결과라 할 것이다. 더욱이 부시 대통령은 한미 전략동맹을 논하는 자리에서 중국을 직접 언급함으로써 한미동맹 강화가 중국의 부상에 대한 견제를 포함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추기까지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미국에 대한 '올인 외교'를 추진하는 것은 한반도를 한·미·일 해양세력과 북·중·러 대륙세력의 충돌이라는 신냉전의 전장으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다행히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북아 평화유지를 위해 균형외교를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또한 신임 신정승 주중 한국대사도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고 했다.

이의 연장선에서 친깡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강한 발언과 동시에 중국 외교가에서 들려오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과의 전략동맹에 합의한 것은 한미 양자가 한 것이기에 개의치 않는다. 한미동맹이 강화된다고 한중관계가 약화된다는 것은 흑백논리이다" 등의 발언은 중국이 바로 우리나라에게 기대하고 있는 '전략적'인 외교자세라 하겠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균형외교' 발언이 과연 향후 우리나라 외교정책의 기본방향을 의미하는 것인지, 중국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면피용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다만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시 드러났던 미묘한 갈등상황이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지극히 단순화된 외교정책에 대한 수정, 미국·중국·일본 등 상이한 이해를 가진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의 복잡한 외교안보 환경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고려를 통한 체계적 전략수립의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미국의 PSI 혹은 MD 참여요구와 7월 부시 대통령의 방한 등 각 종 현안에 대해 창조적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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