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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女超내각' 설전…MB내각은 '홍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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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女超내각' 설전…MB내각은 '홍일점'

'마초의 나라' 스페인서 30대 여성 국방부 장관 임명

이명박 정부의 초대 내각 15명 장관 중 여성은 1명 뿐(변도윤 여성부 장관)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유럽 정치권에서 때아닌 '여초(女超) 내각'을 둘러싼 설전이 국경을 넘어 벌어져 화제다. 그것도 유럽에서는 '남성우월주의(마초)'로 악명 높은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여성 장관이 너무 많은 거 아니냐"는 시비가 벌어져 이채롭기까지 하다.

18일(현지시간) 영국의 <데일리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마초 기질'로 잘 알려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당선자가 스페인의 사파테로 총리가 최근 '여초 내각'을 구성한 것을 농담거리로 삼으면서 시작됐다.
▲임신 7개월의 카르메 차곤 스페인 국방장관이 임신복 차림으로 지난 14일 첫 군대 열병식을 치렀다. ⓒ로이터=뉴시스

베를루스코니 "여초 내각, 이탈리아에서는 상상할 수 없어"

스페인은 '마초'라는 말이 나온 곳일 만큼 사파테로 총리가 17명의 장관 중 여성 장관 9명, 남성 장관 8명으로 스페인 사상 최초의 '여초 내각'을 구성한 것은 유럽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여초 내각은 드물다. 국제의회연맹(IPU)의 '2008년 정치에서의 여성'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각료 비율이 절반을 넘는 국가는 북유럽의 핀란드(여성 58%)·노르웨이(56%) 등 2개국뿐이었다.

이에 대해 베를루스코니 당선자는 지난 16일 이탈리아의 국영 라디오방송에서 "지나치게 분홍빛"이라면서 "사파테로 총리는 여성 장관들을 이끌고 가려면 고생 꽤나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정치는 일반적으로 남성의 영역이고 자격을 갖춘 여성을 찾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베를루스코니의 발언은 남성 우월적인 성향에 익숙한 이탈리아에선 가벼운 농담으로 여겨질 정도였지만, 발언을 전해 들은 스페인 여성 정치인들은 발끈했다.

마그달레나 알바레스 스페인 건설부 장관은 "그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며 시민에 대한 공격"이라며 "우리는 베를루스코니 정부에 임명된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스페인 사회당 엘레나 발렌시아노 국제담당 국장은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에도 정부 요직에 적합한 여성이 많다"며 "여성들이 이탈리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베를루스코니의 '마초 근성'을 비판했다.

파문이 커지자 베를루스코니는 차기 내각에 12명의 각료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4명 이상의 여성 장관을 기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을 내세워 "내각에서 분홍빛이 지닌 가치를 인정한다"며 "진의가 왜곡되게 받아들여졌으며, 스페인 정부와 여성 각료들의 활동에 각별히 존중할 것"이라면서 진화에 나섰다.

임신복 입고 열병식 치른 30대 여성 국방장관

유럽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을 접한 국내 여성계는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마초의 나라' 스페인에서 사파테로 총리가 지난 12일 집권 2기 초대 내각 구성을 선보인 것이 부러울 따름이기 때문이다.

특히 단순히 숫자에서만 남성보다 많은 것이 아니라 행정부, 국방부, 건설부 등 주요 부처는 물론 30대인 카르메 차콘(37)은 임신 7개월의 몸으로 국방부 장관에 임명된 최초의 여성이 됐다. 차곤은 지난 14일 임신복 스타일의 블라우스 차림으로 국방장관으로서 첫 군대 열병식을 치렀다. 31세의 비비아나 아이도는 신설된 평등부 장관에 기용됐다.

게다가 사파테로 총리는 선거 공천 및 기업이사회의 구성시 최소 40%의 여성 비율을 보장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사파테로 총리의 파격적인 '양성평등' 정책에 대해 스페인 보수진영은 "스페인의 문화와 전통 가치를 훼손하는 정치 마케팅"이라며 크게 반발할 정도다.

앞서 지난해 5월 출범한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도 15명의 장관 중 7명이 여성인 '양성평등 내각'으로 라시다 다티 법무 장관, 라마 야드 인권 담당 장관 등은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국제외교무대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8대 총선에서도 여성의원 10% 초반에 머물러

특히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양성평등에서 그리 앞선 나라가 아니다. 128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세계경제포럼(WEF)의 2007 남녀평등지수(Gender Gap Index)에서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1·2·3위를 차지한 반면 프랑스는 51위, 이탈리아는 84위에 그쳤다. 여성들의 정치 진출도 부진해 의회 내 여성 의원 비율이 프랑스는 18.2%, 이탈리아는 17.3%에 그친다.

우리나라는 더욱 초라하다. 여성 의원 비율은 이번 18대 총선에서도 10% 초반에 그쳤다. 지역구에서 14명이 당선했고 비례 대표 27명을 합해 41명으로 299석인 전체 의석 중 13.7%다. 지난 17대 때 39명, 13.4%에서 0.3% 증가한 것에 불과하다.

이런 수준은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회원국 여성의원 평균(24.2%)에도 한참 뒤떨어지는 수치다. 지난해 행정고시 여성 합격률이 49%를 기록하고 사법고시 여성 합격자가 35%를 넘은 등 시험으로 선발하는 부문과 비교해도 정치권은 그 낙후성을 보여주듯 여전히 '남성우월주의'의 벽이 강한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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