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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짜리' 이라크 정부를 붙들고 있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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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짜리' 이라크 정부를 붙들고 있는 까닭

전쟁 5년, 이라크는 지금 <중> '분할하여 지배하라'

이라크 전쟁 5년을 돌아보는 기획시리즈 두 번째 글은 전쟁 르포로 유명한 다르 자마일의 '지배는 있지만 화해는 없다'(Rule, Not Reconciliation)이다. (☞첫 번째 연재 '지도에만 있는 나라' 바로가기)

지난 17일 미국 외교정책 비평 사이트인 <포린폴리시>에 실린 이 글에서 다르 자마일은 시아파와 수니파의 화해를 추구한다는 미국의 점령정책은 모순으로 가득 찼으며 미국인들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고발하고 있다.

다르 자마일은 그같은 미국의 정책은 결국 '분할하여 지배하라'(Divide and Rule)는 고전적인 제국주의 전략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르 자마일은 전쟁 발발 이후 5년 내내 이라크에 머물며 현지의 실상을 사실대로 보여주고, 문제를 날카롭게 분석하는 독립언론인이다. <편집자>

▲ 미국의 지원이 없으면 '5분'도 버틸 수 없다는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 ⓒ로이터=뉴시스

지배는 있지만 화해는 없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5주년이 되면서 소위 '미군 증파'가 '성공'했다는 수사적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 후보들과 부시 행정부는 미국인 희생자가 줄고 있고 이라크의 제 세력들이 '화해'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라크 상황의 '진전'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폭력사태는 실제로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인들은 여전히 매달 수천명씩 죽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보도는 눈에 띄지 않는다. 미군 증파의 '성공'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폭력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마지막 신년 국정연설에서 최근 새로 결성된 '각성 그룹'(Awakening Groups)이라는 조직을 치켜세우며 이라크인들의 협력과 독립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떠들었다. 이라크 현지에서 '사화'(Sahwa)라 불리는 이 단체의 조직원은 8만 명 정도인데, 이들은 점령군을 공격하지 않는 대가로 미국인들이 낸 세금을 매달 300달러씩 지급받는다. 이 단체는 '요주의 시민'이라고도 일컬어지는데, 주둔군에 적극 협력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거 저항세력의 일원이었던 사화 조지원의 대부분은 현재 점령군으로부터 돈과 무기를 급받고 있으면서, 점령군에 대한 저항 공격을 재개할 수 있는 힘을 비축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또한 시아파 주도의 이라크 정부에 대한 저항도 계획하고 있다.

미국은 사화를 결성함으로써 이라크에서 알카에다를 쫓아내고 안정화를 가져옴으로써 이라크 정부 내에서의 정치적 화해를 가능케 하겠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사화 안에 알카에다 요원들이 많이 있다는 아이러니는 이라크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이 심어 놓은 누리 알 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이라크 허수아비 정부가 사화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은 부시의 계획이 본질적으로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보여준다. 미군이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에 살고 있는 셰이크족을 매수해 사화를 조직하기 시작하자, 말리키 총리는 사화에 소속된 어느 누구도 정부의 군경 조직에 들어올 수 없다고 못박았다.

말리키는 왜 미국과 생각이 다른가? 말리키가 지원하고 있는 시아파 민병대들과 납치·암살조직(death squad)이 이라크의 군경에 포함되어 있는 데에도 불구하고 말리키는 왜 특정 집단에게만 정통성을 인정하는 것인가?

부시 행정부가 말리키 총리와 이라크 정부를 주기적으로 비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리키 총리는 점령군의 뒷받침 그 하나의 힘에 의해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말리키 정부는 그린존(바그다드 내 미군특별경계구역) 안에만 있는 '이라크' 정부다. 말리키 정부는 점령군의 보호가 없다면 단 5분도 지탱할 수 없는 '이라크' 정부다. 여론조사를 보면 말리키 정부는 1%에도 못 미치는 지지를 받고 있다.

시아파와 수니파의 무장과 분열

미 제10산악사단 소속이었던 필 알리프는 지난해 10월 "(미국의 이라크 주둔은) 분할하여 통치하라(Divide and Rule)는 언명의 가장 고전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8월부터 2006년 7월까지 거의 1년간 바그다드 서쪽 아부 그라이브와 팔루자에서 근무했던 알리프는 미국의 정책에 손사래를 치면서 "정치적으로는 시아파를 지원하면서 수니파를 무장시키는 정책이 어떻게 화해를 가져오겠나"라고 반문했다.

미군 당국에 따르면 사화 조직의 82%는 수니파다. 사화는 현재 바그다드의 이라크 정부에 노골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디얄라주의 주도인 바쿠바에서 사화는 주 경찰국장인 가님 알-쿠레이시를 사퇴시키려고 하고 있다. 바쿠바에서 만난 한 사화 조직원은 "4명의 수니파 후보 중 하나가 새 경찰국장이 될 것이고, 사화 조직원 5000명이 정부 보안대원이 될 것이며, 경찰의 종파주의적 행태를 막기 위해 정부 소속 경찰은 더 이상 수니파 거주지역에 들어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파간 화해란 건 고작 그런 것이다. 내부 권력투쟁과 부패에 능숙한 사화는 이라크 정부에 대항할 힘을 비축하고 있고, 바그다드 중부 내 여러 부처와 정부 보안부대 내의 권한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라크 내무부 보안부대의 마흐디 수베이흐 사령관은 지난 3일 영국에서 발행되는 사우디 신문 <알 하야트>와의 인터뷰에서 "각성 위원회(Awakening Council) 소속 요원들의 역할이 커지면서 이라크 보안군, 군, 경찰의 3분의 1을 차지하게 됐다"라며 "각성 위원회 지도자들은 위원회 운영을 전담하는 정부 부처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면서 자신들의 성공을 선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수베이흐 사령관은 "각성 위원회 일부의 반란, 그리고 보안군 사이에서 불거진 충돌은 양측(수니파/시아파)의 균열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수니파가 압도적으로 많은 사화는 역시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정부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을 정도로 크고 강력해졌다. 양측의 화해가 이처럼 어렵던 적은 없었고, 수니파와 시아파가 이렇게 심하게 분열된 적도 없었다.

미군은 지속적으로 수만명의 이라크 군대, 경찰, 보안부대를 훈련시키고 있다. 갖가지 민병대나 범죄자 출신인 이 병력은 무력하고, 작전을 제대로 수행할 의사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는 수백억 달러가 들어갔고 그 결과 미국이 지원하는 양측의 갈등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식민지 전략

'분할하여 통치하라'는 미국에 낯설지도 않고, 새로울 것도 없는 제국주의 전략이다. 미국이란 나라가 존재하기 전까지도 제국주의 전략은 바로 그것이었다. 역사학자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에 따르면 개리 내쉬는 19750년대 미국에는 원주민과 흑인이 유럽 출신 백인들보다 많았다며 "식민지 시절 인디언들의 봉기와 노예들의 폭동이 이어지자 사우스캐롤라이나 사람들(백인들)은 철저한 경계, 그리고 적들을 분열시키는 정책만이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하워드 진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백인 지배자들은 인디언과 흑인들이 서로를 견제하게 만드는 정책의 필요성을 안 것 같다. 그에 따라 흑인들이 인디언 구역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걸 금지하는 법이 통과됐다. 인디언 부족과의 조약에는 도주 노예의 송환을 요구하는 조항도 삽입됐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였던 리틀타운은 1738년 '주정부는 인디언이 흑인에 대한 혐오감을 갖게 만드는 정책을 늘 취해 왔다'라고 기술했다"라고 말했다.

1700년대 권력 엘리트들은 식민지를 통치하기 위해 인디언과 흑인뿐만 아니라 백인 빈곤층과 흑인의 갈등도 조장했다. 하워드 진은 "부유한 백인 농장주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백인 빈곤층과 흑인들의 결합"고 덧붙였다.

이라크 점령군에 저항하기 위해 수니파와 시아파가 가장 강력히 단결했던 때는 2004년 봄이었다. 그해 4월 미군이 팔루자를 공격할 당시 시아파 성직자인 무크타다 알 사드르는 바그다드 지역 대부분과 이라크 남부에 걸친 광범위한 지역에서 첫 번째 봉기(인티파다)를 일으키고 있었다. 필자는 당시 바그다드 부근 카다미야와 아드하미야에서 시아파와 수니파가 한데 모여 점령군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것을 목격했다. (수니파 지역인) 팔루자에서도 (시아파인) 사드르 민병조직 메흐디군 병사들을 볼 수 있었다. 그 후 사드르가 두 번째 인티파다를 일으켰을 때에도 팔루자에서 온 수니파 전사들은 메흐디 민병대를 지원하기 위해 나자프로 무기를 나르곤 했다.

2004년 봄에는 또 미군들이 병참공급선을 일었고, 그 후 이라크인들이 통제하던 지역의 통제권을 잃었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그에 따라 점령군에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게 됐는데 (식민지 시절의 백인들처럼) "철저한 경계, 그리고 적들을 분열시키는 정책만이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 후 3년이 흘렀고 바뀐 전략의 성과는 뚜렷해졌다.

정치적 분열

이라크 정부에 참여하는 정당들잉 내부적으로도 분열된 상황은 미국의 분할통치 정책을 더욱 강화해 주고 있다. 최근 이라크 대통령위원회는 의회가 통과시킨 지방선거법을 거부했는데, 압델 압둘-마흐디 부통령(이슬람 최고위원회 소속) 사인을 거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같은 조치는 몇몇 정치 집단, 특히 '사드르운동'과 다와당의 분노를 샀고 지방선거법, 사면법, 예산안을 동시에 통과시킨 의회 내 주요 정치세력의 합의를 좌초하게 했다.

<알 하야트>는 지난 7일 대통령위원회의 지방선거법 거부는 의회 내 여러 세력, 특히 시아파가 주도하는 통합이라크연맹(UIA) 지도층간 불화의 문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분석가들은 UIA, 이슬람최고위원회, 사드르운동, 파딜라당, 다와당 등 주요 정당 사이의 새로운 분열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알 하야트>에 따르면 올해 안에 치르도록 되어 있는 이라크 남부 지역 지방의회 선거가 끝나면 이슬람최고위원회가 현 의석의 반 이상을 잃을 것이라는 게 사드르운동의 기대다. 파딜라당도 지방선거가 이라크 중부와 남부의 정치적 균형을 흔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대통령위원회의 법안 거부가 제정파간 정치적 합의를 깨뜨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사드르운동 지도부인 압둘-카림 알-살라미는 <알 하야트>와의 인터뷰에서 "사드르운동은 남부 지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라며 지방선거법이 승인되고 선거가 예정대로 치러진다면 이슬람최고위원회는 남부지역의 통제권을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쿠르드족이 지배하는 북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쿠르드족 군벌들과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중앙정부 대통령을 동시에 지지하고 있고, 심지어 탈라바니와 끝없는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는 마르조우드 바르자니 쿠르드민주주의당(KDP) 지도자도 지지하고 있다.

미국은 전쟁 초반부터 쿠르드족에게 크게 의지해왔고, 쿠르드족 퍼쉬메르가 민병대를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터키가 쿠르드 게릴라를 소탕한다며 이라크 북부에 공습을 퍼붓고 지상전을 벌일 때 미국은 터키군에 쿠르드 게릴라들의 위치를 알려줬다. 물론 미국의 꼭두각시인 이라크 중앙정부나 쿠르드 자치정부에는 그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라크인들을 좌절키는 '성공'

미군 군사·정치 전략의 1차 목표는 종파간 갈등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점령군은 이라크 제세력간 화해보다는 분열을 부추기고 있고 폭력과 권력투쟁을 조장하고 있다. 미군의 전략은 화해를 향한 진전에 필요한 공간을 제공하지 못함으로써 정치 과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 전략이 이라크 내전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것은 최악의, 그리고 비극적인 아이러니다.

부시는 미군 증파를 거론할 때 이 '성공'과 '진전'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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