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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외교부, 종전선언 두고 '딴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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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외교부, 종전선언 두고 '딴 소리'

단순 시각차냐 충돌이냐…협상 나설 외교부 적극성 띨까

2007 남북정상선언에 명시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에 관한 청와대와 외교통상부의 엇박자가 예사롭지 않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24일 불과 몇 시간 전에 있었던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의 말과 상당한 거리가 있는 발언을 함으로써 그간 감지돼왔던 양측의 시각차가 확연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외교안보를 담당하는 핵심 당국자들이 각기 다른 주장을 공개리에 내세우는 것은 이례적이어서 향후 종전선언 추진과 평화체제 협상의 추이가 주목된다.
▲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왼쪽)과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오른쪽) ⓒ연합뉴스

공개적으로 이견 표출

먼저 입을 연 것은 백종천 실장이다. 백 실장은 이날 아침 한 강연에서 "남북정상선언에 담긴 3, 4개국 정상들의 종전선언은 평화협상을 이제 시작하자는 관련국들의 정치적·상징적 선언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백 실장은 이어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나고 평화로 가려면 평화협정이 맺어져야 하는데 그때까지 5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며 "평화협정으로 가는 터닝 포인트로서, 관련 정상들이 모여서 약속할 필요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종전선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종전선언의 개념이 평화협정을 맺기 위한 협상을 개시하는 시점에 4자 정상들이 모여서 하는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송민순 장관은 오전 11시 정례브리핑에서 전혀 다른 소리를 했다. 그는 "종전을 하려면 여러 가지 조치가 있어야 하며 정치적·군사적·법적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며 "평화협상 개시를 선언하는 것과 종전을 선언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종전선언이라는 것은 평화협정의 한 부분으로, 그것을 언제 하느냐는 문제와 그것을 누가 하는 것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데, 누가 하느냐는 부차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평화협정을 맺기 위한 협상을 시작할 때는 누가 하든지 단순 개시 선언만 하면 되고, 종전선언은 그 협상을 통해 내용을 정리한 뒤 평화협정의 한 부분으로 맨 나중에 하는 것이라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송 장관은 백 실장의 발언에 대해 "혹시 와전된 게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일반적인 원칙에 맞지 않는 일을 할 때는 분명한 논리와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시각차를 여과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송민순 장관, 청와대와 처음부터 달라

이런 차이는 비단 이날 처음 드러난 것이 아니다. 송민순 장관은 남북정상회담에서 '정상들이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합의한 후에도 청와대 및 노무현 대통령과 다소 다른 말을 해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정상회담 3일 후인 지난 7일 '종전선언을 위한 정상회담' 시기와 관련해 "연내 성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가 종전선언을 평화협상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며 정상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무현 대통령도 11일 외신기자 회견에서 "지금 (평화체제) 협상에 바로 들어가기는 조금 이른 것 같고, 선언하고 그 다음 가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 대변인은 "평화협정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종전선언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이며, 선언이 평화협정을 빨리 가도록 추동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주석을 달았었다.

그러나 외교부 당국자의 말에 따르면 송 장관은 평화체제 협상의 개시 선언은 언제나 할 수 있지만 종전선언은 평화체제 협상 끝에 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송 장관은 7일 유럽 순방차 출국하던 때나, 돌아와서나, 24일 브리핑이나 똑 같은 얘기를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 청와대 입장과 다른 게 아니냐'는 질문에 "장관은 일관되게 말하고 있다는 걸 참고하라"고만 되풀이했을 뿐 더 이상의 답변은 하지 않았다.

실제로 송 장관은 13일 "지금 우리는 비핵화의 빠른 진전에 모든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그 다음 올 일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 고려할 수 있는 것은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한 협상을 개시하는 것"이라며 "(그걸 두고) 어떤 선언이라 정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종전선언 자체는 협상 과정을 거쳐 끝 부분에 나오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 다물던 청와대, 기존 입장 재확인

이처럼 노무현 대통령의 11일 발언과는 다른 뉘앙스의 말이 송 장관의 입에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그 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에 따라 우리 정부의 방침이 송 장관이 말한 방향으로 정리됐으며, 그것은 미국과의 협의 끝에 나온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이미 지난 8일 "올해 안에 종전선언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것은 그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북핵이 폐기되는 시점이 되어야 평화체제 협상을 개시할 수 있다는 것은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송 장관은 특히 1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부시 미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언급한 것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미북관계 정상화가 되고 그러면 당연히 종전선언이 될 것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긴 과정의 끝에 평화체제와 평화협정이 나오며, 그에 따르는 종전선언이 나올 수 있다"면서 종전선언이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막바지에 이뤄질 수 있다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24일 백종천 실장이 노무현 대통령과 천호선 대변인의 11일 발언을 재확인하고, 잠시 뒤 송 장관이 전혀 다른 얘기를 함으로써 정부 내의 입장이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송 장관과 백 실장의 말의 강조점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어느 것도 확정된 입장이거나 이견의 노출로 볼 수는 없다"며 "우리가 어떤 입장을 가질 것이냐는 것은 내부 논의가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천 대변인은 "종전선언에 어떤 법적 규정이 없다. 따라서 4개 당사국이 어떻게 협의하느냐에 따라 시기와 형식,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해 송 장관의 '일반론'에 동의할 수 없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종전선언이 정전체제와 평화협정의 중간단계에서 어디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해 청와대의 입장이 백 실장쪽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시사했다.

"송 장관 발언은 미국의 구상일 뿐"

이에 대해 정부의 다른 외교안보 당국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노 대통령의 의중을 백 실장이 전한 것인데 그게 정부 정책이 아니면 무엇이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당국자는 "송 장관이 말한 시퀀스(순서)는 미국의 구상일 뿐"이라며 "미국은 '북핵 불능화가 마무리 되면 평화협정 논의를 시작하는데, 협상 개시 선언이 있을 수 있지만 정상들이 모여 할 필요는 없고 4개국의 실무자들이 하면 된다'는 것이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구분하지 않고 마지막에 하나만 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버시바우 대사는 25일 북·미가 포함된 양자 또는 다자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 시기에 대해 "정상회담은 백악관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은 최고위급의 만남은 (비핵화의) 마지막에, 4자 또는 6자가 합의했을 때 이뤄지는 것이며 (비핵화의) 초기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노 대통령의 뜻대로 종전선언을 먼저 할 가능성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가능성을 따지기보다 정부 정책이 결정됐으면 되건 안 되건 그렇게 해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말까지 이뤄질 불능화의 수준, 그리고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 미국의 상응조치가 종전선언 추진의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 "불능화와 상응조치에 대해 북한과 미국이 합의가 분명 있기 때문에 종전선언 성사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상황이 진전될 경우 4자 정상이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성사시키기 위해 미국을 설득해야 할 외교부가 초반부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실제로 대미 설득을 벌여야 할 때는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노 대통령의 임기가 그야말로 막바지에 다다른 시점이어서 설득의 동력이 현저히 낮아질 것이라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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