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측과 탈레반이 11일 아프가니스탄의 한국인 피랍자 중 건강상태가 나쁜 여성 2명을 석방하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측과 탈레반 간의 이틀째 대면 접촉에서 피랍자 2명의 우선 석방에 합의했다는 외신보도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현 단계에서 언급하기 어렵다"면서 "탈레반 측과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고만 했다. 또 한 정부 소식통은 "이행이 중요한 만큼 무사히 석방되는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2명 석방 합의를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실제로 풀려날 때 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어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유수프 아마디가 이날 AFP통신을 통해 "우리(탈레반) 지도위원회가 아픈 여성 인질 2명을 조건없이, 선의의 표시로 석방키로 결정했다"고 한 것과 관련, 외교 소식통은 "당장 나온다는 정보는 없다. 당장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인질과 자기 측 수감자 맞교환을 강하게 요구해오던 탈레반이 수감자 석방 요구가 관철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인질을 석방키로 했다는데 대해 일단 고무된 분위기다.
2명 석방에 대해 어떤 조건이 붙었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정부는 이틀간 진행된 대면 접촉을 통해 인질-수감자 맞교환 요구가 한국 정부 권한 밖의 일임을 설명하고 입장 변화를 설득한 것이 헛되지 않았다고 평가하는 모습이다.
지난 9일 개막한 아프간-파키스탄 부족장 연석회의인 '평화 지르가' 등을 계기로 이슬람권에서도 여성을 납치한 것 등에 대한 비난이 제기된 터에 한국 측이 대면 접촉을 통해 성의를 보인 점이 주효했다는 판단인 것이다.
정부는 아직 탈레반 측이 인질-수감자 맞교환 요구를 철회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2명이 실제로 풀려나면 그것을 계기로 양측이 초보적 신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신뢰를 바탕으로 나머지 19명을 석방하기 위한 교섭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는 일단 접어두고 정부는 '석방 합의'와 '이행'은 별개라는 차원에서 여전히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상대가 돌연 입장을 바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는 2명의 신병을 안전한 곳으로 빼내기 전에는 안심할 수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남은 인질 19명을 석방하기까지 어떤 난관이 닥칠 지 꼭집어 예상할 수 없다는 것도 신중론의 배경이다.
실제로 정부는 탈레반 측이 아픈 인질 2명을 풀어줌으로써 여론의 화살을 잠시 피한 뒤 남은 19명을 놓고 수감자-인질 석방 요구에 더욱 고삐를 당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 만큼 탈레반 측의 의도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남은 피랍자 석방 교섭에 철저히 대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인질 석방의 대가로 현찰을 제공할 가능성, 탈레반 장악 지역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할 가능성, 그리고 수감자 석방을 위한 '묘수'가 도출될 가능성 등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인질 무사석방을 위한 다양한 카드를 검토하되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 교섭 상황에 대해서는 철저히 보안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