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이 22일 한국인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시한을 재연장한 가운데 이번 협상이 성공하려면 현지 부족 원로들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인 인질들이 납치된 가즈니 주(州) 카라바흐 부족의 원로들이 아프간 정부를 대신해 납치범과의 협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탈레반은 이날 협상시한을 24시간 연장하면서 "한국이 8명으로 구성된 협상 대표단을 파견한데다 부족 원로들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지도부가 연장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한국 대표단이 불행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면하려면 협상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dpa통신은 탈레반의 이런 발표가 부족 원로들과 탈레반의 협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프간에서는 앞서 지난 4월 프랑스 인질들이 부족 원로들의 중재 노력으로 석방된 사례가 있다.
당시 탈레반은 인질로 붙잡고 있던 프랑스 구호요원 2명 가운데 여성인 셀린을 석방하면서 칸다하르 주 서쪽 마이완드 지역의 부족 원로들에게 인도했다. 부족 원로들이 인질 석방의 모든 진행을 도맡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탈레반측은 프랑스인 인질 석방 이유에 대해 "(인질이) 여성이기 때문이며 프랑스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 때도 탈레반은 프랑스 구호요원들의 석방 조건으로 자국 내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일원으로 주둔 중인 프랑스군의 철수와 아프간 당국에 수감된 탈레반 무장요원들의 석방을 요구했었다.
납치됐던 프랑스인들은 '우리 아이들을 위한 세계(A World For Our Children)'라는 구호단체 소속으로 활동했다.
따라서 아프간 정부가 한국인 인질 석방을 위해 부족 원로들을 중재자로 끌어들인 것은 당시의 성공 사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가즈니 주 경찰총수인 알리샤 아마드자이는 이날 협상연장 시한이 결정되기 전 "부족 원로들과 종교지도자들을 통해 탈레반측과 대화를 시작했다"며 "좋은 결과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국인 인질들은 가즈니 주 모처에 잡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카리 모하마드 유수프 탈레반 대변인은 한국인 피랍자들을 여러 곳에 분산시켜 억류하고 있다면서 한국인들을 무력으로 구출하려는 어떤 시도도 목숨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한 상태다.
이에 따라 현재로서는 우리 협상 대표단도 탈레반과의 유일한 협상 통로라 할 수 있는 부족 원로들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4월의 프랑스인 인질 협상에서 탈레반은 여성 1명을 먼저 석방하고 프랑스 대선 결과를 봐가며 나머지의 석방을 검토할 것이라고 한 만큼 이번에도 부분 석방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아프간에서 부족 지도자들의 역할론은 옛 탈레반 정권의 통치구조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지난 1994년 옛 소련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한 뒤 남부 칸다하르주(州)에서 물라 모하메드 오마르라는 젊은 수니파 신학자에 의해 조직된 탈레반은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뽑지 않는다. 이슬람 율법(샤리아)이 정치나 정당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칸다하르 시절 이들의 의사결정 구조는 초기 이슬람의 모델이자 파슈툰족의 부족회의인 '지르가(jirga)'와 같은 형태였다.
1천400년 전 모하메드가 살았던 시대로의 회귀를 추구하는 이들은 당시에 그랬던 것처럼 정권 수립 후에도 국가기관이나 명확한 통치체계를 갖고 있지 않았다.
아프간 무장세력에 납치된 한국인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 시한이 연장됐다. 바짝 졸아들었던 가슴에 조금 숨통이 트였지만, 피랍자 주변 사람들의 초조함은 여전하다. 또 협상 관련 소식도 대부분 외신의 단편적인 보도에 의존하고 있어서, 이런 초조함을 달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하다. 관련 소식을 한데 모았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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