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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가 임기말에 온난화 걱정하는 '꿍심'은…

"온실가스 대책 세우자…내 임기 중에!"

"부시가 전향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31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최대 배출국 회의를 제안한 데 대해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0도 전향(about face)', '개종(conversion)' 등의 표현으로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FT>의 반응은 언론의 흔한 호들갑이 아니다. 부시 대통령은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제적 노력에 '방해꾼' 역할을 톡톡히 해 왔기 때문이다. 2001년 취임하기가 무섭게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협정인 '교토의정서'에서 미국을 탈퇴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선진 35개국이 뜻을 모았지만 최대 배출국인 미국이 빠짐으로써 김도 함께 빠졌다.

그 이후로도 온실가스와 관련한 일이라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형평 문제를 거론하며 쌍지팡이를 들고 나섰던 부시 대통령이 돌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장기 전략"을 거론하고 나섰으니 지난 6년간 부시 대통령의 환경적 무관심을 질타해 왔던 유럽 언론으로서는 눈이 휘둥그레질 만도 하다.

그러나 갑작스런 변화는 늘 의심을 사기 마련이다. 부시 대통령처럼 이렇다 할 '전향의 계기'가 없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이에 유럽의 관료들과 환경론자들은 부시 대통령의 제안에 환호하기 보다는 그의 '꿍심'을 파악하는데 부심하는 분위기다.

갑작스런 제안, 왜?
부시를 어떻게 믿지? 부시 대통령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설 의사를 밝혔지만 그린피스 등 국제 환경단체들은 오히려 이를 '훼방'으로 인식하는 듯 하다. 사진은 지난해 독일을 방문한 부시 대통령을 맞이한 그린피스의 반부시 퍼포먼스.ⓒ로이터-뉴시스

부시 대통령은 이 '계기'에 대한 의문에 '과학 기술의 발전'이란 추상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과학이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도왔고 이 문제에 맞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어 중국, 인도 등 교토의정서 대상국에서 제외됐지만 최근 산업의 급성장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을 지목하며 "온실가스 최대배출 15개국 회의를 열자"고 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관세를 대폭 삭감하는 정책으로 청정에너지 관련 기술을 장려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부시 대통령의 제안에 일단 유럽 국가들은 환영 의사를 밝혔다.

앙엘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실행에 옮길만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평가했고,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엄청난 진전"이라고 칭찬했다.

"협상하자"면서도 정책엔 '묵묵부답'

그러나 정상들 간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와는 무관하게, 환경론자들 사이에선 부시 대통령의 속셈에 대한 추정이 오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산업계의 반발이란 엄청난 부담을 감수하고 전향을 도모한 것 치고는 계기에 대한 설명이 궁색하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견해다.

'기술의 발전'을 얘기했지만, 백악관의 발표가 있기 불과 몇 시간 전 마이클 그리핀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미국 공영라디오 방송인 <NPR>과의 인터뷰에서 "지구 온난화가 현 인류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솔직한 견해를 밝혔다.

"지구 온난화가 문제라고 보는 가정은 오늘날의 지구 기후가 최적이기 때문에 기후 변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란 그리핀 국장의 주장은, 온실가스 감축 대책의 기본 전제를 뒤흔드는 것이었다.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인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 발언인 것이다.

'전향'을 선언해 두고서도 정작 다른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내놓은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없다는 점도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요인이다.

부시 대통령 역시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안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으며, 백악관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지능적 방해 공작?

이처럼 '말잔치'에 지나지 않아 보이는 발표는 부시 대통령이 '임기 말 실적 세우기'의 일환으로 전 지구적 문제를 건드리고 나선 게 아니냐는 추정을 낳고 있다.

굳이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 회의의 기한을 "내년 말"까지로 정한 것이 의심의 고리다. 제안은 "장기 전략을 세우자"고 해 놓고 일정은 18개월로 한정해 놨으니 '임기 내에 해치워버리겠다'는 욕심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가깝게는 4일부터 열릴 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문제가 최대 이슈가 될 것이 예상되는 만큼, 선수를 친 것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이 교토의정서보다 한 층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제안할 것에 대비해 시간벌기용으로 15개국 회담을 제안한 것이란 얘기다.

이에 로빈 오클리 그린피스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고전적인 방해책략을 쓰고 있다"며 "자기 임기가 끝날 때까지 (온실가스 감축) 의제를 덤불속에 떨어뜨려 놓겠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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