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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열차, 56년 만에 울리는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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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열차, 56년 만에 울리는 '기적'

北 대표 "아직 '위대하다'는 말 붙이지는 말자"

반세기가 넘도록 달리지 못했던 남북 열차가 그간 묵은 한을 털어내듯 힘 찬 기적소리와 함께 첫 바퀴를 굴렸다.

남북은 17일 오전 경의선 남측 문산역과 동해선 북측 금강산역에서 각각 북한 개성역과 남한 제진역을 향하는 열차 시험운행 행사를 가졌다. 경의선의 경우 1951년 6월12일 서울-개성 운행이 중단된 이후 56년 만이며, 동해선은 1950년 이후 57년 만의 첫 운행이다.

"분열주의 도전 계속돼도 민족공조는 탈선하지 말아야"

출발에 앞서 권호웅 북한 내각책임참사 등 경의선에 타는 북측 열차 탑승자들이 출입사무소를 거쳐 행사장인 문산역에 도착한 가운데 남북 대표단은 '남북철도 연결구간 열차시험운행' 기념식을 가졌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기념사를 통해 이번 열차운행이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서막을 열게 된 것"이라며 "한반도를 하나로 연결하는 종합적 물류망을 형성해 남북경제공동체 형성과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민족적 염원을 싣고 경의선 남북철도 연결구간을 운행할 열차가 17일 경기도 파주 문산역에서 역사적인 출발을 하고 있다. 남북은 이날 오전 경의선 문산역과 동해선 금강산역에서 '남북철도연결구간 열차시험운행' 기념행사를 갖고 오전 11시30분 북측 개성역과 남측 제진역을 향하는 열차를 동시에 출발시켰다. ⓒ뉴시스

그는 남북 철길이 번영의 통로, 평화의 가교, 통합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남북 군사 분야 협력을 통한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촉진하고 남북 주민이 진정한 화해를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더 이상 물러설 수도, 기다릴 수도 없다"며 "남북이 주도적으로 한반도의 미래를 설계하고 실천해 나가는 결단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뒤 "'한 단계 더 높은 평화'와 '남북을 넘어 한반도 전체를 아우르는 경제협력'을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 참사는 축사에서 "이제 저 열차는 민족 염원과 지향을 그대로 안고 통일의 이정표를 향해 달릴 것"이라며 "앞으로도 북과 남이 몰아가는 통일의 기관차가 민족중시, 평화수호, 단합실현의 궤도를 따라 달릴 수 있도록 모든 노력과 성의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금 이 시각에도 우리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달가워 하지 않는 내외 분열주의 세력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며 "그럴수록 우리 겨레는 더 큰 하나가 돼 민족자주, 민족공조의 궤도를 따라 힘차게 달려야 하며 절대로 탈선하거나 주춤거리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동시에 북측 금강산역에서도 우리측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과 북측 김용삼 철도상을 비롯해 열차 탑승자와 북측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기념식이 열렸다.

이 장관은 "오늘 시험운행이 남북철도의 완전한 연결을 앞당겨 계속해서 남으로, 북으로 열차가 오가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남북철도공동운영위원회'의 조속한 구성과 경의선.동해선 개통 준비를 서두르자고 제의했다.
이재정 "위대한 승리" 자축에, 권호웅 "아직은…"

▲ 경의.동해선 남북철도 연결구간을 운행할 열차가 17일 경기도 파주 문산역에서 역사적인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이재정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북측 장관급회담 단장인 권호웅 내각참사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이날 오전 기념식이 열리기 전,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문산역에 도착한 권호웅 북한 내각참사를 맞아 잠시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오늘 남북이 정말 힘을 모아 민족의 염원이었던 분단의 역사를 뒤로하고 이제 우리가 서로 하나가 될 수 있는 길을 만든 것은 정말 남북이 함께 이뤄낸 위대한 승리의 역사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한껏 자축의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권 참사에게선 "아직까지 '위대하다'는 말을 붙이지 마시라"는 싸늘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 장관이 "시작이 위대하다는 것"이라며 머쓱하게 반응하자, 권 참사는 "포부는 원대하게 가지고 소박하게 시작해서 앞으로 좋은 일을 많이 만들자"고 받았다.

이에 자리를 같이 한 백낙청 6.15 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 남측 상임대표는 "사실 큰 장벽이 있어도 벽돌 한 장을 떼어내면 큰 장벽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권 참사의 소박하다는 말씀도 맞고, (이 장관의) 위대한 출발도 맞는 말씀"이라고 부연했고, 박경철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부회장도 "권 참사의 말씀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낮 12시 20분 전후, 군사분계선 통과

오전 11시30분 북측 개성역과 남측 제진역을 향해 동시에 출발한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는 각각 낮 12시15분(남→북)과 낮 12시20분(북→남)께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하며 역사에 남을 한 장면을 연출했다.

경의선 열차는 문산역을 떠나 도라산역에서 세관.통행검사를 거쳐 MDL을 통과한 뒤 판문역을 경유해 개성역에 도착하며, 동해선 열차는 금강산역을 떠나 감호역에서 세관.통행검사를 받고 제진역으로 온다.

운행구간은 경의선이 편도 27.3km, 동해선이 25.5km다.

양 쪽 열차에는 우리 측에서 100명, 북측에서 50명 등 모두 150명씩 탑승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했다.

경의선 남측 탑승자들은 개성에 도착한 뒤 자남산여관 오찬, 선죽교 관람을 마치고 오후 2시40분 개성역을 떠나며, 동해선 북측 탑승자들은 우리 측 도로출입사무소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3시 제진역에서 돌아간다.

양측 열차는 오후 3시30분께 다시 MDL을 넘어 각 측으로 돌아간다.

남측에서는 경의선에 이재정 장관을 비롯해 김원웅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 이춘희 건교부 차관, 이철 철도공사 사장 등이, 동해선에는 이용섭 장관과 조일현 건설교통위원장, 이성권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등이 탄다.

북측의 경우 경의선에 권호웅 책임참사와 김철 철도성 부상 등이, 동해선에 김용삼 철도상과 주동찬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 박정성 철도성 국장 등이 각각 탑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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