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한 시민이 1일 협상장인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 입구에서 분신을 했다.
민주택시노조 소속으로 민주노동당 당원이기도 한 허모(56) 씨는 이날 오후 3시55분께 하얏트 호텔 입구에서 20m 떨어진 지점에서 온 몸에 신너를 끼얹고 "한미 FTA를 저지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불을 붙였다.
주변에 있던 경찰이 황급히 휴대용 소화기로 진화에 나섰지만, 허 씨는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고 용산의 중앙대 병원으로 옮겨진 뒤 화상전문 병원인 한강 성심병원으로 이송됐다.
허 씨가 분신하던 당시 민주노총, 전국농민회 회원 100여 명이 호텔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경찰과 대치 중이었고, 호텔 주변에는 많은 경찰병력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었지만 허 씨가 분신을 한 곳은 기자회견장과 떨어져 상대적으로 감시가 소홀했던 장소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씨는 분신 직전에 구호를 외쳤지만 바로 곁에 사람이 없어 구호 내용이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허씨는 분신장소 근처에 편지지 한 장 짜리 유서를 남겼고 여기에는 "한미FTA 졸속추진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유서를 갖고 있는 허씨의 지인들은 유서 공개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서울 H운수에서 택시운전사로 일해온 허씨는 이 회사 노조에서 대의원으로 활동했으며 지난달 29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참여연대 회원 자격으로 한미FTA 체결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평소 FTA관련 신문 기사를 꾸준히 스크랩할 정도로 한미FTA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자신의 택시에 타는 승객들에게 범국본 선전물을 나눠주는 등 한미FTA 반대운동에 적극 참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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