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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ㆍ日ㆍ濠 대중국 포위망 결성,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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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美ㆍ日ㆍ濠 대중국 포위망 결성, 한국은?

일-호 공동안보선언의 다섯 가지 의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지난 13일 '안전보장협력에 관한 일호 공동선언(일호 안보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일본 자위대와 호주군의 공동훈련을 포함하고 있는 이번 선언을 통해 미국의 긴밀한 동맹국인 일본과 호주가 '준동맹국' 수준의 긴밀한 관계를 형성케 된 만큼 미국을 축으로 한 3국의 협력관계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틸러스 연구소의 리차드 탠터 연구원은 17일 <재팬포커스>에 게재한 글을 통해 이 공동선언이 "지난 반세기 동안 동아시아를 지탱해 왔던 안보 틀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일본, 미국과 호주 등 지역내 국가와의 양자동맹을 통해 소련을 견제해 왔던 미국이 그 틀을 미-일-호 다자동맹으로 발전시켰을 뿐 아니라 견제 대상도 중국으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탠터는 그러나 "이번 안보협력이 중국에 대해, 나아가 미-일-호 동맹에 대해 갖는 의미는 세계 패권국가인 미국이 또 하나의 떠오르는 권력인 중국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관한 미국 내 정책 충돌이 결론 나는 방향에 따라 정해지게 돼 있다"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황이 정리되는 즉시 미국 정가에서는 대 중국 정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탠터는 아시아-태평양 국가와의 군사동맹을 통해 중국 포위망을 짜려는 미국의 이 같은 계획에서 한국의 위상에 주목하고 있다.

탠터는 "한국은 중국과 가까워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한편 미국과는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려고 하며 아직 이 새 체제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미-일-호 3자 안보협력 틀 배후의 동아시아 정치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강화해 나가는 일본, 호주 등의 지역내 국가들의 움직임에 과연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탠터는 또 이번 공동선언으로 이미 속도를 타고 있는 일본과 호주 외교정책의 군사화 경향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며 지금이라도 호주 의회와 시민이 나서서 이 선언의 내용과 결과물을 감시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이 글의 전문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 새 안보 구도: 일본-호주를 묶어 중국을 포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존 하워드 호주 총리가 서명한 '일호 안보공동선언'은 일본이 (미일 안보조약 이후)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또한 미국 이외의 국가와는 처음으로 맺는 포괄적 안보 협약이다.

일본과 호주 간의 상호관계를 근본적으로 담보할 이번 공동선언은 다음 다섯 가지 측면에서 두 나라 외교 정책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이자, 앞으로 양국 관계가 안보를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재편을 겪게 될 것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일호 안보공동선언은 일본과 호주 간의 이미 존재하고 있는 광범위한 안보 협력의 존재를 처음으로 성문화하고 공표한 것이다. 양자간의 안보 협력은 이미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 활동에 광범위하게 참여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정보 협력, 호주 내 일본 기지 설치, 해사 협력, 양국 고위 관리 교류, 합동 군사 훈련, 반 테러활동 등의 형태로 진행돼 왔다.

지난 2006년 호주 국립대 국방전략 연구소의 데스몬드 볼 교수는 다음과 같이 예상했다.

"호주와 일본 간의 안보관계는 지금도 확장되고 있다. 만약 양국간 안보협력 관계를 요약한다면 일본은 미국, 영국, 뉴질랜드 다음 가는, 그리고 인도네시아보다는 중요한 호주의 5대 안보 파트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

조약 체결시 부수되기 마련인 비밀 합의록이나 MOU(양해각서)에는 한층 격상된 양국간 안보 협력이 구체적 실상이 드러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공동선언이 목표하고 약속하고 있는 개괄적인 협력 범위는 이미 합의를 본 사항들을 문서화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앞으로 훨씬 양국 간의 안보협력이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지를 시사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지난 13일 호주군과 일본 자위대의 공동훈련 방안 등을 규정한 '안전보장협력에 관한 일호 공동선언'에 서명했다.ⓒ로이터=뉴시스

공동선언에 '북한' 명시…그러나 목표는 중국

두 번째로, 이번 공동선언은 "공동의 전략적 이해와 양국이 각각 미국과 맺고 있는 동맹관계를 통해 구현되는 안보혜택을 확인하고 미-일-호 3자 협력을 강화할 것"을 명시함으로써 지난 반세기 동안 동아시아를 지탱해 왔던 안보 틀의 전복을 예고하고 있다. 그간 미국이 동아시아 각국과 양자동맹을 통해 구축해 왔던 반(反)소련 군사동맹이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다자동맹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한편 미국으로부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이 아직 이 새 체제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미-일-호 3자 안보협력 틀 배후의 동아시아 정치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세 번째, 이번 공동선언에서 미국 외에 나라 이름이 적시된 국가는 북한이 유일하지만, 선언 자체만으로도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로 볼 수 있다. 대중국 봉쇄를 넘어 정확히 어느 정도의 배제를 의도하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중국 경제라는 탐나는 특급열차에 올라타고 싶은 열망과 눈 앞으로 다가온 중국의 군사 대국화에 요란스런 경고음을 울리고 싶은 모순된 욕구가 명백하게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 두 가지만은 확실하다.

우선, 일본 현 정부가 수사적으로는 북한이 최대 위협이라 떠들어대지만 실제적으로는 중국을 안보상의 최대 위협으로 여기고 있는 만큼 중국과는 이번 선언과 같은 형태의 안보 조약을 맺지 않을 것이다. 호주의 시각은 좀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호주는 일본과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역시 이번 조약과 동급의 양자 혹은 다자 안보 합의를 중국과 이뤄내지는 않을 것이다. 별도로 경제조약을 맺는 것은 가능하지만 말이다.

한편 이번 협약이 중국에 대해, 나아가 미-일-호 동맹에 대해 갖는 의미는 현재 미국 내에서 진행 중인 정책 경쟁의 결과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즉 세계 패권국가인 미국이 또 하나의 떠오르는 권력인 중국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에 관한 미국 내 정책 충돌이 어떤 식으로 결론 나는가에 따라 정해지게 돼 있다. 일단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한 숨을 돌리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고전하고 있는 상황만 완화해 놓고 나면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미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이 기간동안 중국이 (미국의 대응에 대해)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일-호 군사화 경향 강화될 듯

네 번째, 공동 선언은 이미 속도를 타고 있는 일본과 호주 외교정책의 군사화 경향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일본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보다 민족주의적인 지도자들이 나서서 일본을 '보통국가'로 만들겠다는 노력의 일환으로 온건 보수주의 성향의 전임자들보다는 훨씬 공격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호주 군보다 6배나 큰 규모의 일본 자위대는 이미 유엔 평화유지군 활동은 물론이고 이라크와 인도양에도 파견돼 있다. '전수방위'란 오랜 개념은 선제공격권과 필수적 공격능력의 획득을 외치는 목소리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대신 특수군, 정보위성, 미사일 방어, 해외파견의 정상화 등이 당대의 유행이 됐다. 아베 신조 내각의 최고참 장관들이 핵무장에 대한 논의를 촉구했을 정도다.

공동선언은 군사적 해결을 선호하는 하워드 정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리인으로서 대양주 지역에서의 맡은 바 임무를 다하기 위한 북쪽 지지대 역할을 함은 물론이다. 호주는 일 년 전 인도네시아와 비슷한 조약을 맺은 바 있는데 당시 호주-인도네시아 간 안보조약이 발표되기 하루 전, 일본과 인도네시아도 방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인도네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중국과 인도의 경제 성장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일본은 '안정자(stabilizer)'로서 중요한 영향을 발휘해 왔다"며 전략상의 의미를 정확히 짚었다.

다섯 번째, 이번 방위 협약은 아시아 지역과 양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진짜 안보 문제를 타개해야만 하는 상황에 대해 일-호 양국 정부가 공히 갖고 있는 반감의 상징이기도 하다.

공동선언에도 전염병이나 재해 구호 등을 언급하면서 '인간안보' 개념이 간략하게 거론되고 있기는 하다. 1980년대 일본은 에너지 안보나 지구적 불평등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는 군사적 해법이 적절치 않다는 인식 아래 '포괄적 안보'란 개념을 고안해 내고 '인간안보' 개념을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일본과 호주 정부는 기후변화, 전염병, 에너지 불안 등 현존하는 진짜 위협은 제쳐두고서 덜 실제적인 위협에 대한 군사적 대응부터 해 왔다. 호주의 지난해 국방 예산은 220억 달러를 넘었다. 그런데 조류독감 피해를 입은 이웃국가들을 돕기 위한 기금으로는 1억 달러를 내놨다. 일본이 아세안 차원의 조류독감 기금에 내놓은 돈은 4700만 달러다.

호주가 얻는 이득이 무엇일지는 모르나…

이번 공동선언을 통해 호주는 자국내 퍼스 국제 정보통신센터 내에 랜스데일 첩보위성 기지국 같은 일본의 기지가 더 많이 세워질 것을 기대하고 있을 수도 있다. 미국 주도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서도 호주 방위군과 일본의 자위대 간의 해상 협력이 좀 더 긴밀해 질 것을 예상할 수도 있다. 호주 내에서 자위대와 함께하는 군사훈련이나 군사연습이 늘어나거나 일본 우주선 발사가 좀 더 빈번하게 이뤄지길 기대할 수도 있다. 호주 혼자서는 기대키 어려운 일들이다.

중국을 견제한다는 명백하고도 경솔한 의도와는 별개로 지난 30여 년 간 일본과 호주는 공동 안보협력을 해 왔고 그 결과가 이번 공동선언으로 성문화된 것으로 보인다. 예전부터 이 작업의 대부분은 비밀리에 시작됐고 의회의 면밀한 감시도 받지 않았지만 점점 더 심화되는 쪽으로 힘을 받고 있다.

특히 '대량살상무기 확산'이나 '테러리즘' 등에 관한 공동 대응에 관해 애매하게 처리된 규정은 양국 정부 당국자들이 마음먹는 대로 그 범위가 확장될 수 있다. 우리가 일본과의 관계에서 원하는 바에 대한 의회차원의 논의와 공동선언의 예상 가능한 결과물에 대한 감시가 시급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최근 종군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인함으로써 이 공동선언의 정신에 흙탕물을 끼얹었다. 공동선언은 일본이 "민주주의의 가치에 기본을 두고 인권과 자유 그리고 법치를 존중한다"고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가치들을 거스르는 일본의 행태를 감안했을 때 일본과 군사적 동맹을 강화하려는 호주 정부의 결정은 국민들의 진정한 이해와 관심을 잘 헤아리지 못한 경솔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번역=이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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