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로 접어든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이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남측은 애초 계획대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한 반면, 북측은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과 국가보안법 철폐 등 '근본문제'를 제기하며 현격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장관급회담 남측 수석대표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12일 오전 열린 첫번째 전체회의 기조발언에서 "유관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것에 대해 매우 개탄스럽게 생각한다"며 미사일 추가 발사가 이뤄질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라며 추가 발사 중단을 촉구했다.
이 장관은 또 "우리측을 사정거리로 하는 스커드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한 것은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무색하게 하는 행위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이관세 장관급회담 대변인이 전했다.
이 장관은 이어 "미국도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금융(제재) 문제를 포함한 북한의 관심사를 폭넓게 다룰 수 있다고 표명한 바 있다"며 남측도 북측이 결단을 내린다면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6.15가 날아가고 전쟁 화염에 휩싸일 것'이라는 안경호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의 발언을 재차 거론하며 "북측 인사가 남측 내부 문제에 대해 한 발언이 매우 부적절했다"며 재차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北, 3대 '기본문제' 또다시 제기
이에 대해 장관급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기본발언'에서 ▲상대방 지역의 성지와 명소 등 참관지 제한 철폐 ▲내년부터 한미합동군사연습 중지 ▲국가보안법 철폐 ▲쌀 차관 50만t과 경공업 원자재 제공 등 4개항을 요구하면서 오는 8월 15일 남북 공동행사 때 우리측 당국 대표단의 평양방문을 제의했다.
북측이 제기한 문제 중 경제협력에 대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3개항은 최근들어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근본문제'에 해당하는 것이다. 북측은 지난해 12월 제17차 장관급회담 때부터 이른바 '대결시대의 마지막 장벽'을 철폐하라는 주장을 본격화했다. 지난 5월 16일 열린 제4차 남북장성급회담에서 북측이 제기했던 서해상 해상경계선 문제 역시 '근본문제'에 해당했다.
남북문제 전문가들은 북측이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남측도 이번 회담에서는 이에 대해 모종의 대응을 할 것으로 전망됐었다. 그러나 북측이 지난 5일 미사일 7기를 발사하고 그에 대해 남측이 이번 회담의 의제를 '6자회담 복귀와 미사일 문제'로 공개 규정하면서 근본문제에 대한 논의는 차후로 미뤄졌다.
"남측 대중도 선군 덕을 보고 있다" 논란될 듯
북측은 특히 남북회담장에서는 처음으로 "선군(先軍. 선군사상)이 남측의 안정을 도모해 주고 남측의 광범위한 대중이 선군의 덕을 보고 있다"고 주장해 남측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누가 남쪽에서 귀측에게 우리의 안전을 지켜달라고 한 적이 있느냐"고 반문한 뒤 "우리의 안전을 도와주는 것은 북측이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을 하지 않는 것이며 북측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그 사정거리만큼 남북 간 거리도 멀어질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선군으로 남측도 안전을 확보했다'는 말은 북측이 자신들의 핵·미사일 개발과 남측의 쌀·비료 지원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종종 써 오던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며 남측의 대북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북측이 장관급회담에서까지 그런 발언을 하게 되어 남측의 여론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관세 대변인은 미사일 문제에 대한 북측 반응과 관련해 "7월 6일 외무성 대변인이 밝힌대로 이해해 달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북측은 그러나 남측의 6자회담 복귀 촉구에 대해서는 전체회의 석상에서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남측은 북측의 쌀 차관과 경공업 원자재 제공 요구에 답하지 않았다.
남북은 이날 오전 있었던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오후에는 수석대표와 실무대표 접촉을 동시에 개최하면서 본격적으로 이견 조율에 들어갔다. 그러나 회담에 임하는 양측의 기본 인식이 이처럼 현격히 차이가 나 심각한 난항이 예상된다. 남북 양측은 이날 오후 있었던 회의 내용에 대해서는 언론 브리핑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편 뉴라이트청년연합과 북한민주화운동본부, 활빈단 등 4개 보수단체 회원 10명은 이날 오후 회담 숙소인 부산 웨스틴조선호텔 로비에서 기습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이 일방적으로 통보해 열리는 회담을 즉각 중단해야 하며 국민들에게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인공위성이라고 속이는 통일부 장관도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활빈단 홍정식 대표 등 5명을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연행해 조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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