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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북한 핵정책, 미치기는커녕 매우 이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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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북한 핵정책, 미치기는커녕 매우 이성적"

"핵강대국들의 이중잣대가 북핵실험 배경"

북한이 끝내 핵실험을 강행하자 강대국들의 주요 언론들은 북한 지도부가 제 정신이 아니라며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영국의 진보성향 일간 <가디언>은 10일 "북한의 핵정책은 전혀 비이성적이지 않다(North Korea's nuclear policy is not irrational at all)'는 제목의 논평을 실어 주목된다. 필자 댄 플레시는 <세계평화에 이르는 아름다운 길>의 저자이며, 현재 영국 킬 대학교 등의 펠로우로 있다.
  
  다음은 이 논평의 전문이다(
원문보기)<편집자>
  
  핵강대국들의 이중잣대
  
  북한의 핵실험은 서구 정책의 실패를 보여주는 최근 사례일 뿐이다. 또한 이번 사건은 다자간 군비축소라는 검증된 체제로 복귀할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치기는커녕 북한의 정책은 매우 이성적이다.
  
  공산정권은 지도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믿는 미국 정부에 맞서 북한은 억지력을 구축해 왔다. 조지 부시는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해 빌 클린턴 시절 합의된 석유공급을 중단했다. 부시는 이미 '악의 축'이라고 지칭한 정권에 대해서 이라크에서처럼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한 바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배경에는 냉전이 끝난 이후 핵보유국들이 보여준 이중잣대가 있다. 자기들과 동맹국들은 핵무기에 매달리면서 다른 나라들에게는 핵무기 보유를 용납하지 않는 행태다.
  
  마치 10대 청소년들이 음주를 한다고 비난하는 알콜중독자처럼, 핵강대국들은 핵무기 확산을 이 시대의 테러로 규정하면서 자기들의 행동에 대한 주의를 분산시켰다.
  
  서구 지도자들은 다른 나라들이 그들의 행동을 따라 하도록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북한이 행동함으로써 핵무기 보유국은 이제 9개로 늘어났다.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이스라엘, 그리고 영국 등 핵보유국 대열에 1998년 이후 인도, 파키스탄, 그리고 이번에 북한이 합류했다.
  
  그 '도미노 효과'는 너무나 확실하다. 영국은 프랑스가 핵무기를 보유하는 한 핵무기 보유를 원한다. 인도는 다자간 군축회담이 이뤄지지 않는 한 핵무기 보유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파키스탄도 곧바로 뒤를 이었다.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란과 아랍권 국가들을 핵보유로 이끄는 유인제가 되어 왔다. 이란에게 파키스탄의 핵보유는 '핵없는 영국'과 '핵실험을 하는 벨기에'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동아시아도 다를 게 없다. 2002년 당시 일본의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세계 정세로 볼 때 주변 여건과 여론이 일본의 핵무기 보유를 요구하는 쪽으로 흐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 이어 당시 관방 부장관이었던 아베 신조 현 총리는 "일본이 소형 전략적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식의 상황전개는 기대와 다르다. 냉전 종식 무렵 군축협정들이 잇따라 체결되고 1996년 강대국들은 1945년 이래 처음으로 핵실험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전세계 인민들과 압력단체들, 언론들은 모두 크게 안도하면서 핵폭탄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됐다. 모든 사람들이 소련의 붕괴와 함께 다자간 군축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론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향한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프랑스에 있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주인공으로 여기서는 뒷감당 못하는 일을 저지르는 강대국들의 수뇌부를 가리킨다 : 역자)들이 군축을 위한 협의를 중단하고 새로운 핵무기를 필요로 하는 새로운 구상을 들고 나왔다.
  
  10년 전 클린턴 시절의 펜타곤은 '비국가 행위자'(테러리스트)들을 미국의 핵무기를 사용할 대상들로 지정했다. 기존의 핵보유국들은 이제 새로운 핵무기들을 구축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사태를 악화시켰다. 무엇보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 1918년 이래 전임 대통령들이 준수했던 군비통제협정에 따르는 정책을 거부했다.
  
  두번째, 부시 행정부는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막기 위한 선제공격에 핵무기를 포함한 군사력을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런 정책은 이라크를 침공하는 구실로 사용됐으며, 이란이나 북한에 대해서도 사용될 수 있다.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으면서 선제공격이 추가로 이뤄진다면 고통과 혼란이 가중될 것이다. 군비통제를 위한 검증된 방법 대신 거들먹거리는 (미국의) 정책만 지켜보는 상황이 된 것이다.
  
  유엔 군축 논쟁에 침묵하는 언론들
  
  다행히, 현실적인 방안이 남아 있다. 로널드 레이건 시절 핵 협상가로 활동했던 막스 캄펠만은 미국의 최우선 정책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를 포함해 모든 대량살상무기들을 폐기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유엔에서 진행되고 있는 군축 회담에서 대다수 회원국들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계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적인 감시활동이 가장 예민한 상황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는 증거로는 유엔 이라크 사찰단이 거둔 성과를 들 수 있다.
  
  그린햄(영국의 미사일 기지 : 역자)에서 해당 미사일을 제거한 '중거리 핵전력협정(INF)'은 아무도 완벽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합의가 이뤄진 본보기다. 냉전 시대에 이뤄낸 이러한 유산들은 전세계적으로 적용될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아일랜드를 포함한 영국의 동맹국들은 전세계적인 군축을 위한 중재에 나섰다. 영국이 이를 지원할 의지가 없다는 것은 비극이다.
  
  정당과 언론들이 이런 구상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영국의 3대 주요정당들은 모두 미국과 유사한 접근방식을 따르고 있다. 그들은 영국이 미국의 핵무기 정책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 한 어떤 미국 정부도 트라이던트(미국의 핵잠수함) 후속 모델을 영국에게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영국의 언론들은 유엔의 군축 논쟁에 대한 보도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군축은 '상류사회'에서 감히 말해서는 안되는 단어가 되었다.
  
  영국의 정치권이 작금의 핵 위기로부터 연착륙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 우리는 또다른 선제공격이나 일본의 핵무장을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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