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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기어이, 댐을 짓고 마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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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기어이, 댐을 짓고 마는구나"

[기고] 건설족의 꼭두각시가 된 참여정부를 개탄한다

결국 정부는 한탄강댐 건설 강행을 결정했다. 지난 8월 국무총리실에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 주도로 '임진강유역 홍수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때부터 걱정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이렇게 댐 건설 강행을 결정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친환경 댐'이라고?
  
  우선 명칭부터 살펴보자. 정부는 한탄강댐은 '친환경적 홍수조절 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댐이면 댐이지, '친환경적' 댐이 어디 있나? 막대한 국토를 수몰하고, 하천을 단절시켜 치명적 교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댐이 친환경적일 수는 없다.
  
  혹시 그 동안 수자원공사가 자랑해 왔던 부안댐의 아류를 지으려는 것인가? 부안국립공원 안에 다목적댐을 세우고, 건설 과정에서 천연기념물 미선나무를 옮기고, 댐 제방에 잔디를 씌우고서 '친환경' 운운했던 바로 그 댐 말이다.
  
  정부는 또 이렇게 한탄한다. "어떤 지역은 반대하고 있고 어떤 지역은 건설해 달라고 하니 어쩔 수 없지 않는가? 전문가의 검토와 합리적 조정을 거쳐 최적의 방안을 찾았다." 어찌 이것이 댐 건설의 명분이 될 수 있는지 황당하기만 하다.
  
  정부가 한탄강댐의 효과를 과장해 온 탓에 일부 하류 주민들이 '한탄강댐이 모든 홍수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해서 이것이 1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붓는 댐 건설의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도 없다. 댐을 건설하는 것이 다른 여러 가지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보다 나은지에 대한 면밀한 판단이 우선돼야 하지 않는가?
  
  댐 건설 위해 '학문적 사기'까지…
  
  다시 확인하건대, 한탄강댐은 지난 1996년, 1998년, 1999년 발생했던 임진강 대홍수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의 핵심이 아니다. 우선 한탄강댐을 건설할 때 가장 큰 혜택을 입는 지역이라고 꼽히는 임진강 하류 지역은 당시 홍수 피해의 약 10%를 차지하는 것에 불과하다. 나머지 90%의 피해는 한탄강댐과 큰 관계가 없는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것이다.
  
  더구나 큰 피해를 입은 파주시 문산읍의 경우도 댐과는 관계가 없는 다른 원인이 피해를 불러왔다. 하천보다 낮은 곳에 개발된 도시, 작동을 멈춘 펌프, 인근 동문천의 잘못 설계된 다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따라서 이 지역의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방제 시설에 투자를 해야지 70㎞ 상류에 댐을 만들어서 임진강의 수위를 낮추겠다는 것은 비논리적인 접근이다.
  
  이번 결정에 동원된 논리를 꼼꼼히 살펴보면 '학문적 사기'라는 비판도 면키 어렵다. 우선 한탄강댐의 홍수 조절 효과를 과장하기 위해서 그동안 학계에서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홍수량 산정 방법을 갑작스럽게 들고 나왔다. 홍수 조절 효과가 없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아예 자기들만의 방법을 적용한 것이다. 물론 본인들도 쑥스러웠는지 이렇게 덧붙이고 있다. "(이 새로운 방법은) 정부 차원에서 조속히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
  
  더 우스운 것은 이 과정에서 과거 자신의 연구 결과까지 부정했다는 점이다. 2002년 건교부는 한탄강댐의 대안으로 천변저류지를 건설할 것을 제안하면서 한탄강댐보다 더 홍수 조절 효과가 클 수도 있음을 주장하기도 했다('임진강 수해 원인 및 대책'). 그런데 이번에는 이런 과거의 연구 결과를 송두리째 부정한다. "천변저류지 계획은 말도 안 되는 이론이다. 수위도 크게 떨어지지 않고, 저류량도 작고, 효과도 거의 없다."
  
  한탄강댐 건설을 강행하려다 보니 무리에 무리를 거듭한 결과다. 제방 길이, 댐 규모, 보상 범위 등을 확정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경제성 평가를 한 것이나, 사업에 대한 충분한 고지 없이 진행한 여론조사를 주민의 수용성 조사 결과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책 사업이 늘 반복하는 양상이니 더 언급할 가치도 없다.
  
  건설족의 꼭두각시 노무현 정부
  
  결국 이번 결정은 댐 건설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건설족의 억지이며, 건설족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국민들을 현혹하는 노무현 정부의 '생쇼'에 불과하다. 이 나라가 허위와 조작이 횡횡하는 건설족의 무법천지이며, 노무현 정부의 실체가 건설족의 꼭두각시라는 것을 보여준 것에 다름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건설족의 난립을 통제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의지도 없으며, 다양한 가치와 미래의 자산을 지키는 국가 경영능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물 정책을 장악한 채, 댐과 제방 건설에만 매진할 뿐 치수와 수질관리에는 철저한 무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건설족과 이들의 뜻을 고스란히 실현하는 건교부의 해체가 우리사회의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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