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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또 댐 타령? 그래서 건교부는 해체돼야 한다"

[논란] 수자원국부터 건교부에서 떼내자

김석현 건설교통부 하천환경팀장의 '다소 진지한' 반론, "치수정책 비판, 제대로 알고 하자"를 잘 읽었다. 하지만 김석현 팀장의 반론엔 '비전문가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악의에 찬 공격만 있을 뿐, 논점인 '건교부 치수정책의 타당성'과 '건교부의 수해복구 능력'에 대한 답은 찾아볼 수 없다. "댐과 제방은 여전히 현실적으로 중요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하는 김 팀장을 모습을 보면서 새삼 '건교부에 치수정책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확신이 더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팀장은 "건설교통부 수자원국 직원들이 홍수에 대비해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는 것을 강조하며, 이를 몰라주는 환경단체를 원망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앞선 글에서 지적했던 것은 건교부 직원들의 성실성이 아니라, 건교부의 구조적 문제였다. 홍수라는 자연의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두 가지 대책만으론 안 되는데도 건교부의 치수정책에는 왜 댐과 제방밖에 없는지를 지적하고자 했던 것이다.

김 팀장은 환경단체의 전문성을 따지기 전에 건교부가 지난 수십 년간 치수사업에 할당된 수백조 원을 댐과 제방에만 쏟아부은 이유를 해명했어야 했다. 또 스스로 지적했듯이 댐과 제방을 짓는 것과 함께 치수정책에 포함시켰어야 했던 하드웨어(유수지, 배수펌프장)와 소프트웨어(재해를 염두에 둔 개발계획, 방재시스템)가 왜 거의 존재하지 않는지 그 원인을 밝혔어야 했다.

특히 홍수피해가 극에 달하던 날(7월 18일) 뜬금없이 '홍수의 원인은 다목적댐이 부족한 탓'이라는 둥, '환경단체 때문에 치수정책에 빈틈이 생겼다'는 둥 하면서 사실과 다른 방향으로 여론몰이에 나섰던 정황에 대해서도 해명해야 했다. 그러나 김 팀장은 정작 문제의 본질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면서 건교부 공무원들이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강의를 지루하게 늘어놓았다. 더구나 사실까지 호도하면서 말이다.

환경단체 탓이라고? 또 댐 타령이냐!

환경단체는 이번 홍수피해는 댐, 제방 부족과는 큰 관계가 없는 계곡 급류나 산사태 탓이 크다고 했다. 그런데 김 팀장은 "하천에 흐르는 거대한 홍수를 다목적댐으로 조절할 수 없었다면 여주와 서울에 강물이 범람해 그 피해가 국가위기 상황 정도가 됐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난감하기 짝이 없다.

환경단체의 주장을 제대로 반박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이번 홍수에서 다목적댐이 얼마나 피해를 줄였는지를 보여주거나, 다목적댐을 더 지었더라면 피해가 얼마나 축소될 수 있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했다. 환경단체가 한강에 있는 댐을 다 허물자고 주장해 온 것도 아닌데 '다목적댐이 없었다면 여주와 서울에 강물이 범람했을 것'이라고 딴 소리를 하다니.

저류지 얘기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환경단체가 댐과 제방보다 때로는 홍수예방에 효과적인 저류지 등에 건교부가 관심을 쏟지 않은 것을 비판해 왔다. 그런데 김 팀장은 "하천 변 저류지를 근간으로 하는 치수정책은 댐이나 제방보다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 '모 아니면 도' 식이다.

때와 장소에 따라서 치수대책도 달라야 한다. 곳에 따라서 댐과 제방뿐만 아니라 농경지 저류지, 홍수예경보 시스템, 심지어 홍수에 상습적으로 취약한 곳 주민의 이주까지 검토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치수정책이다. 더구나 김 팀장은 건교부도 저류지 대책을 추진해 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알기로 건교부의 치수정책에서 저류지와 관련해서는 변변히 계획조차 잡힌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도대체 뭘 추진 중이라는 것인가?

선진국 수준이라고? 또 하늘 타령이냐!

김 팀장은 홍수예경보 시스템과 방재 시스템이 (일본보다는 못하지만) 선진국 수준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여기서도 역시 댐 타령이다. 다목적댐 덕택에 한강의 수위를 그나마 조절할 수 있어서 홍수피해를 막았다는 것이다. 살짝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몇 가지 잘못된 사례를 전체인 양 분식해 치수정책의 근간을 부정하지 말라"고.

과연 그런가? 이번만 해도 그렇다. 하류인 여주를 홍수 직전의 위기에 빠뜨리고, 상류인 단양을 물바다로 만든 충주댐 수문 개폐가 어찌 성공적이라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환경운동연합이 지적했듯이 사전방류로 댐 수위를 조절했어야 함에도 이틀이나 방치한 것에는 여전히 제대로 해명조차 못하고 있다.

건교부가 언제 한 번이라도 "이번 수해는 기존 치수정책의 한계 탓입니다" 하고 인정한 적이 있었던가? 걸핏하면 하늘 탓하고 댐 타령만 해오던 것이 바로 건교부의 모습이다. 그나마 조금씩 건교부가 변할 수 있었던 게 환경단체의 지속적인 비판 때문이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아마추어리즘'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건교부의 오만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양치기 소년' 건교부는 해체돼야 한다

건교부는 '양치기 소년의 우화'에서 배웠어야 했다. 1987년과 2002년에 걸쳐 두 번이나 '평화의 댐'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국고를 탕진한 전과만으로도 충분하다. 안보를 바탕으로 공포를 조성하고, 국민들의 이성을 마비시켜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부끄러운 냉전의 기념비를 세운 것만도 심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10년 동안 댐 하나 못 짓는 나라'라며 국민들을 협박해 댐 건설을 윽박지르고 있다. 소위 전문가라는 건교부 관료들과 학자들이 그 맨 앞에 서서 환경단체를 '무책임'하다고 비난하며 홍수책임까지 뒤집어씌우느라 여념이 없다.

댐과 제방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건교부, 한 번의 홍수와 한 번의 가뭄만으로도 그 자리로 되돌아가고 마는 건교부, 자기 밥그릇 챙기느라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는 건교부, 그곳엔 희망이 없다. 수자원(댐)정책팀, 수자원(댐)개발팀, 하천(제방)정책팀, 하천(제방)환경(개발)팀으로 구성된 건교부 수자원국은 이제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 김 팀장의 편협함과 논점 이탈 역시, 개인의 한계가 아니라 건교부의 근본적인 모순과 오류에서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사회친화적, 지역친화적, 환경친화적, 비용효율적인 새로운 치수정책을 위해 건교부는 문을 닫아야 한다.

단언컨대 건교부는 주민들을 교육하고, 지자체 간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의 기대를 반영하는 세심한 작업을 감당할 수 없다. 또한 홍수에 대처하는 우리 사회의 상상력과 지혜를 발굴하고 적절히 역량을 배치할 수 없다. 토목공사만 진행할 수 있는 소위 전문가들과 개발업자들의 폐쇄적이며 자족적인 공사만 반복할 뿐이다. 따라서 치수정책의 중심은 지자체로 넘겨야 하며, 이를 총괄하는 것은 방재부서나 환경부서에서 감당하는 것이 옳다.

필자는 지난주 수해현장 방문을 통해 산사태 지역의 대부분이 국유림이었음을 알게 됐다. 수십 년간 심은 낙엽송과 같은 침엽수는 산을 녹화하는 데는 기여했으나, 수종의 특성 상 큰 비에 쉽게 휩쓸려 산사태를 일으키거나 떠 내려와 홍수를 키운 것이다. (1970년대 이후 대대적으로 조림한 낙엽송 등 침엽수는 물 소비량이 많고 낙엽 표면이 매끄러워 빗물이 잘 스며들지 못한다. 특히 낙엽송은 뿌리가 깊지도 넓지도 않아 쉽게 넘어지는 단점이 있다.)

숲이 너무 우거지면 토양이 활력을 잃게 돼 빗물을 머금는 능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때로는 수목을 솎아낼 필요도 있는 것이다. 이른바 '녹색댐'이라고 불리는 숲도 치수대책과 연계해 수종의 선택부터 계획적으로 가꿀 필요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치수대책이 얼마나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럼 건교부가 과연 이렇게 종합적으로 고민을 하고 있을까? 건교부는 사방댐 200개를 짓는 것으로 대책을 마무리지었다. 사방댐이 토사와 수목의 유출을 막는 유용한 수단이기는 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모든 것을 돈과 토목공사로 해결하려는 건교부의 경직된 정책의 한계를 상징처럼 보여준 것이다.

무능한 정권의 실상 보여주는구나!

김 팀장은 "물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현실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환경단체 간부'가 '선동적인 구호의 제목 아래 자기 멋대로의 논리를 전개"했다며 비난했다. 하지만 필자나 환경단체 인사들이 행사한 영향력이라곤 수자원장기종합계획 보완(2006년) 작성에 관여한 것이 전부고, 이를 통해 '댐을 건설하기보다 댐 관리를 효율화하자'는 방향을 수립하는 데 일조한 것이 끝이다.

그런데 이번 홍수에 건교부는 댐건설 강행을 밝혔고, 온 국민을 상대로 치수정책 실패를 환경단체 탓으로 돌렸다. 그것으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은 사문서가 됐고, 모양만 만들어 준 환경단체들의 영향력도 소멸됐다. 5년 전과 꼭 마찬가지다. 그때도 환경단체들은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01) 작성에 일부 참여했지만, 건교부는 가뭄이 심했던 그해 6월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12개의 댐 건설계획에 배경자료로나 덧붙여 소개한 바 있다. 이렇게 건교부가 환경단체를 두 번씩이나 우롱하고서도 김 팀장이 환경단체의 책임감 운운한 것은 지나친 처사로 보인다.

사족으로, 건교부의 개발 편향과 여러 부처로 나뉜 물정책의 비효율을 개혁하는 것은 환경운동 진영에서 10여 년간 지적해 온 과제다. 또한 참여정부도 정권 출범과 함께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물 관리 일원화를 발표하고 논의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참여정부 3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는 건설족의 막개발과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나 사회적 감시체계를 확보하지 않았다. 그나마 요즘은 관련한 논의조차 중단시키고, 건교부-환경부 통합 논의로 시간만 보내고 있다.

건교부 치수정책의 실패는 궁극적으로 환경을 포기하고 개발관료의 품에 안긴 노무현 정권의 무능과 개발주의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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