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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로 옮겨붙는 패권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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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로 옮겨붙는 패권경쟁

[먼슬리 리뷰: 제국의 확장(2)] 미-중의 아프리카 쟁탈전

새로운 아프리카 쟁탈전
  
  아시아에서 새로운 거대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으로 강대국들 사이에 '새로운 아프리카 쟁탈전(New Scramble for Africa)'도 전개되고 있다. 2002년도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은 '전 세계 테러에 맞서 싸우고' 미국의 에너지안보를 확실히 하려면 미국이 아프리카에 대한 개입을 증대시키고 아프리카 대륙에 지역안보 협정들을 창출하기 위한 '자발적 의지를 가진 국가들의 연합(coalitions of the willing)'을 추진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 직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본부를 두고 있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군사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미군 유럽사령부(US European Command)가 서부 아프리카에서의 활동을 증가시켰으며, 특히 상당량의 석유가 생산되거나 매장돼 있는 기니만 안쪽 및 주변 지역(대략 아이보리코스트에서 앙골라까지에 해당하는 지역) 국가들에 활동의 초점을 맞추었다. 현재 미군 유럽사령부는 업무시간의 70%를 아프리카와 관련된 일에 쏟아붓고 있다. 이 비율은 2003년까지만 해도 거의 제로(0)에 가까웠다.
  
  현재 미국 외교협회의 회장인 리처드 하스는 이 협회가 2005년에 작성한 (책으로 발간된 시점은 2006년 초-옮긴이) 보고서 <인도주의를 넘어: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More Than Humanitarianism: A Strategic U.S. Approach Toward Africa)>의 머리말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2010년에 가까워지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미국의 에너지 수입처로 중동만큼이나 중요한 곳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서부 아프리카는 확인된 매장량 기준으로 600억 배럴 규모의 석유자원을 갖고 있다. 이 지역의 석유는 미국경제가 필요로 하는 저유황 스위트 원유다. 미국의 관련 정부기관과 싱크탱크들은 2006년부터 5년 간 전 세계에 추가로 공급될 석유 5배럴 중 1배럴이 기니만에서 나올 것이며, 미국의 석유 수입량 중 기니만에서 생산된 석유의 비중이 현재의 15%에서 2010년에는 20% 이상, 2015년에는 25%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이미 미국이 수입하는 석유의 10%를 공급하고 있다. 앙골라는 미국의 석유 수입량 중 4%를 공급하고 있으며, 2010년에 가까워지면 이 비중은 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역의 다른 나라들도 새로운 유전의 발견과 석유생산의 확대에 따라 주요 석유수출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적도기니, 상투메프린시페, 가봉, 카메룬, 차드 등이 바로 그런 나라들이다. 모리타니아도 2007년까지는 석유수출국으로 떠오르게 돼 있다. 동쪽으로 홍해, 서쪽으로는 차드와 접해 있는 수단은 이미 주요 석유수출국이다.
  
  현재 아프리카에 있는 가장 중요한 미군기지는 2002년에 '아프리카의 뿔(에티오피아, 지부티, 소말리아 등 3개국을 포함하는 지역을 지칭-옮긴이)' 지역 안에 있는 지부티에 설치돼 있는 기지다. 이 기지의 지리적 위치는 미국으로 하여금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4분의 1이 통과하는 수송로가 있는 해역에 대해 전략적 통제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지부티 기지는 수단의 송유관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기도 하다(참고로 프랑스군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부티에 상당 규모로 주둔해 왔고, 차드의 수단 쪽 국경도시인 아베셰에 공군기지도 두고 있다). 지부티 기지는 미국이 현재 자국의 전략적 이익에 긴요하다고 여기는 아프리카 횡단 '석유 띠'의 동쪽 끝을 장악할 수 있게 해준다. 여기서 '석유 띠'란 아프리카 동쪽에 있는 1600km 길이의 '히글레이그-포트 수단 송유관'에서 서쪽에 있는 1030km 길이의 '차드-카메룬 간 송유관' 및 기니만까지 남서쪽 방향으로 아프리카를 가로지르는 띠 모양의 광대한 지역을 가리킨다. 우간다에 새로 설치된 미국의 '전진작전 지역(forward-operating location)'은 수단에서 대부분의 석유가 발견되고 있는 이 나라의 남부지역을 미국이 지배할 수 있게 해준다.
  
  미군 유럽사령부는 서부 아프리카의 여러 곳에 전진작전 지역을 설치해 오고 있다. 세네갈, 말리, 가나, 가봉, 그리고 남쪽으로 앙골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미비아가 바로 그런 곳들이다. 미군 유럽사령부는 이런 곳들에 있는 비행기 이착륙장을 개선하고, 긴요한 군사물자와 연료를 사전배치하고, 미군 병력을 신속하게 배치하는 데 필요한 기지이용 협정을 체결해두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03년에는 미군 유럽사령부가 서부 아프리카에서 테러대응 프로그램을 출범시켰고, 2004년 3월에는 미국의 특수부대가 사헬(Sahel, 사하라 사막 남쪽의 초원-옮긴이) 지역 국가들과 함께 미국정부의 테러조직 명단에 들어 있는 '살라피스트 선교전투그룹(Salafist Group for Preaching and Combat)'에 대항하는 군사작전에 직접 나섰다. 미군 유럽사령부는 기니만 지역에 '기니만 수비대(Gulf of Guinea Guard)'라는 이름의 해안보안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미군 유럽사령부는 또한 상투메프린시페에 미국 해군기지를 설치하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그동안 미군 유럽사령부는 이곳의 해군기지가 인도양의 디에고가르시아에 있는 미국 해군기지와 대등한 기지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해 왔다. 이처럼 미국 국방부는 기니만에 미군의 주둔을 공세적으로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기니만의 미군 주둔이 확대되면 미국이 광범한 아프리카 횡단 석유 띠의 서쪽 부분에 대해, 그리고 이 부분에서 발견되고 있는 중요한 유전들에 대해 통제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2005년 서부 아프리카에서 처음 실시된 '부싯돌총 작전(Operation Flintlock)'이라는 군사훈련에는 1000명의 미국 특수부대 병력이 참여했다. 미군 유럽사령부는 기니만 지역을 겨냥해 새로 편성한 신속대응군의 훈련을 이번 여름에 실시할 예정이다.
  
  여기서는 깃발보다 무역이 앞섰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모든 주요 석유기업들은 서부 아프리카의 석유를 놓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안전보장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미군 유럽사령부는 미국 상공회의소와 함께 '미국의 통합된 대응'의 일환으로 아프리카에서 미국 기업들의 역할을 확대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4월 25일자에서 보도했다. 아프리카의 석유자원을 놓고 벌어지는 이런 경제적 쟁탈전에서는 영국과 프랑스와 같은 옛 식민주의 강대국들이 미국과 경쟁관계에 있다. 그러나 군사적으로는 그들도 이 지역에 대한 서구의 제국적 지배를 확실히 하기 위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미국이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것은 테러에 맞서 싸우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유전지대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막는 데 필요한 조치라고 종종 정당화된다. 수단은 2003년 이래 남서부 다르푸르 지역(수단의 유전 중 상당부분이 이곳에 있다)을 중심으로 벌어진 내전과 민족 간 갈등에 시달려 왔고, 이로 인해 정부와 연계된 민병세력이 이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무수한 인권 유린 및 대규모 살상행위를 저지르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2003년에는 상투메프린시페에서, 2004년에는 적도기니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는 등 새로 산유국이 된 나라들에서는 최근 쿠데타 시도가 잇따랐다. 미국이 뒷받침하는 안보 및 첩보 장치에 의해 보호되는 잔혹한 억압정권이 통치하는 차드에서도 2004년에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 2005년 모리타니아에서는 미국의 지원을 받는 실력자 엘리 오울드 모하메드 타야(Ely Ould Mohamed Taya)에 대항하는 쿠데타가 성공을 거두었다. 앙골라에서는 미국에 의해 부추겨진 내전(이 내전에서 미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사빔비가 이끄는 앙골라완전독립민족동맹(UNITA)의 하부조직으로 테러부대를 조직했다)이 30년 간이나 계속되다가 2002년 사빔비가 사망한 뒤에야 비로소 중단됐다. 이곳의 역내 패권국인 나이지리아는 부패, 반란, 조직적인 석유 절도 등이 만연한 상태이며, 이로 인해 니제르 삼각주 지역에서 생산되는 석유 중 상당부분(2004년 초에는 하루에 30만 배럴)이 부정하게 착복되고 있다. 니제르 삼각주 지역에서 일어난 무장봉기도 그렇지만 이 나라 북부의 이슬람 지역과 남부의 비이슬람 지역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미국에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의 '인도적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부단히 이어지고 있고, 개입을 정당화하는 그럴듯한 주장도 모자람 없이 나오고 있다. <인도주의를 넘어>라는 미국 외교협회의 보고서는 수단의 다르푸르 지역에 대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국제적 제재조치, 필요하다면 군사적 개입을 포함한 적절한 행동에 언제든 나설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그렇게 하는 것이 방해받고 있다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군이 머지않아 나이지리아에 개입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학자들과 정책담당자들 사이에 폭넓게 거론되고 있다. 잡지 <애틀랜틱 먼슬리(Atlantic Monthly)>의 통신원인 제프리 테일러(Jeffrey Taylor)는 이 잡지의 2006년 4월호에 게재된 글에서 나이지리아가 "지구상에서 가장 큰 실패국가"가 됐다면서, 만약 이 나라가 더 불안정해지거나 급진 이슬람 세력에 넘어간다면 "미국이 보호하겠다고 공언해 온 풍부한 석유자원 매장 지역"이 위험해질 것이며 "그렇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것은 이라크 작전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대대적인 군사적 개입을 예고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썼다.
  
  미국의 거대전략가들은, 문제는 아프리카 국가들 자체나 그 국가들에 사는 사람들의 복지가 아니라 '석유' 및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 확대'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아프리카가 전략적인 싸움터로 떠오르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중국은 아프리카를 전선으로 삼아 자국의 지구적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아프리카와의 무역을 지난 5년간 세 배로 늘려 그 규모를 약 370억 달러로 확대시켰고, 아프리카의 에너지 자산들에 대한 자국의 독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고, 수단과 같은 나라의 정권과 무역협상을 타결했고, 중국의 대학이나 군사학교들에서 아프리카의 미래 지도자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미국 외교협회도 <인도주의를 넘어>라는 보고서에서 주된 위협은 중국으로부터 오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의 전략적 맥락을 변화시켰다. 오늘날 아프리카 전역에서 중국은 자연자원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고 있고, 주요 기반시설 건설공사 입찰에서 서구의 기업들을 따돌리고 있으며, 자국의 경쟁우위를 떠받치기 위해 장기저리의 융자를 비롯한 유인들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은 국내에서 사용하는 석유의 4분의 1 이상을 앙골라, 수단, 콩고를 중심으로 아프리카에서 수입하고 있다. 중국은 수단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국가이기도 하다. 중국은 나이지리아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 나라에 많은 보조금을 지원해 왔고, 이 나라에 전투기도 판매하고 있다. 미국 거대전략가들의 관점에서는 2004년에 중국이 앙골라에 제공한 20억 달러의 저리차관이 가장 위협적이었다. 이 차관은 앙골라로 하여금 자국 경제와 사회를 신자유주의 노선에 맞게 재편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에 맞설 수 있게 해주었다.
  
  미국 외교협회가 볼 때 이 모든 상황은 아프리카에 대한 서구의 제국주의적 지배체제를 위협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 협회의 보고서는 중국의 역할을 전제로 할 경우 "과거에 프랑스가 프랑스어권 아프리카를 바라보았던 것처럼 지금 미국과 유럽이 아프리카를 자기만의 사냥터로 간주할 수는 없다"면서 "중국이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자원의 생산과 배분까지 통제하고, 자원이 점점 더 희소해지는 상황에서 자원에 대한 우선적인 접근권까지 미리 확보해두려고 함에 따라 게임의 규칙이 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프리카에 관한 이 협회의 보고서는 이 지역에서 미국이 군사작전을 확대하는 것을 통해 중국을 물리쳐야 한다는 점을 대단히 중요하게 지적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무부의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를 지낸 체스터 크로커(Chester Crocker)조차도 이 보고서가 "미국 또는 서방이 유일하게 주된 세력이고 자신의 목표를 멋대로 추구할 수 있었던 시대에 대한 희망 섞인 향수"를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분명한 것은 미 제국이 탐욕스럽게 석유를 찾아다니다보니 이제는 아프리카의 일부까지 포괄할 정도로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는 아프리카 민중에게 파멸적인 것이 될 수 있다. 과거의 아프리카 쟁탈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의 새로운 아프리카 쟁탈전도 자원획득과 약탈을 위한 강대국간 싸움이지 아프리카의 발전이나 아프리카 민중의 복지를 위한 것이 아니다.
  
  확장의 거대전략
  
  최근 전략적 맥락이 급속히 변화하고 제국주의가 보다 노골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제국적 거대전략에는 하나의 일관성이 유지되고 있다. 사실 미국의 제국적 거대전략은 미국 권력구조의 최상층부에 존재하는 폭넓은 합의, 다시 말해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에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말한 '지구적 우월성(global supremacy)'을 미국이 추구해야 한다는 합의로부터 도출되고 있다.
  
  미국 외교협회의 보고서 <인도주의를 넘어>는 미국이 거대전략을 확장시켜 아프리카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작성을 주도한 사람은 1993년부터 1997년까지 클린턴 대통령의 국가안보 자문관으로 일했던 앤서니 레이크(Anthony Lake)와 부시 행정부에서 환경보호청장을 지낸 크리스틴 토드 휘트먼(Christine Todd Whitman)이다. 레이크는 클린턴 대통령의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내며 클린턴 행정부 안에서 미국의 거대전략을 정의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2003년 9월 21일에는 존스홉킨스대학의 고등국제문제연구대학원(School of Advanced International Studies)>에서 '봉쇄에서 확장으로(From Containment to Enlargement)'라는 제목으로 한 연설을 통해 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미국이 "세계의 지배적 강대국"이 됐다고 선언하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대, 가장 큰 경제, 다인종이며 가장 역동적인 사회를 갖고 있다. (…) 과거에 우리는 시장민주주의에 대한 지구적 위협을 봉쇄했다. 이제 우리는 시장민주주의가 미치는 범위의 확장을 추구해야 한다. 봉쇄의 독트린을 잇는 것은 확장의 전략이어야 한다." 해석하면 이 말은 미국의 군사적, 전략적 우산 아래 세계 자본주의의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레이크는 그런 새로운 세계질서의 주된 적으로 '반발국가들(backlash states)', 그 중에서도 특히 이라크와 이란을 지목했다. 레이크가 클린턴 행정부의 초기에 미국의 거대전략으로 주장한 '확장의 전략(strategy of enlargement)'이 오늘날 중앙아시아와 중동에서만이 아니라 아프리카에서도 미국의 군사적 역할이 확장되는 것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의 제국적 거대전략은 워싱턴에서 지배계급의 이 분파 또는 저 분파에 의해 창출된 정책의 산물이라기보다는 21세기가 시작된 시기에 미국 자본주의가 갖게 된 역관계상 지위(power position)가 낳은 불가피한 결과다. 미국의 경제적 힘은,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과 더불어 꾸준히 퇴조하고 있다. 강대국들이 20년 뒤에도 서로 간에 경제적으로 지금과 똑같은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세계에 대해 미국이 갖고 있는 군사적 힘은 소련이 붕괴한 이후 상대적으로 증대돼 왔다. 지금 전 세계 군사비 지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정도이며, 이는 전 세계 생산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의 두 배 또는 그 이상에 해당한다.
  
  미국의 새로운 제국적 거대전략의 목표는 이런 전례 없는 군사적 힘을 이용해 모든 대륙을 다 포함하는 광대한 영역에 걸쳐 전면적인 지배권을 확보함으로써 향후 수십 년간 그 어떤 잠재적 경쟁세력도 미국에 도전할 수 없도록 하는 방식으로 역사적 세력의 부상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 자본주의, 특히 미국 자본주의의 확장을 위해 세계 자본주의의 주변부 민중을 대상으로 미국이 벌이는 일종의 전쟁이다. 이것은 또한 지구적으로 넓게 펼쳐지는 지정학적 싸움 속에서 제3세계 국가들은 그저 '전략적 자산'으로만 간주되는 '새로운 미국의 세기(New American Century)'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전쟁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사의 교훈은 분명하다. 군사적인 수단으로 세계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비록 자본주의 아래에서 불가피한 것이긴 하나 반드시 실패하게 돼 있고, 더 큰 규모의 새로운 전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제국주의와 그 주된 뿌리인 자본주의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미국의 이런 새로운 제국적 거대전략에 저항하는 것은 세계평화를 지향하는 모든 사람들의 책임이다. (끝, 번역=이주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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