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건의안 부결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한숨을 돌리고 있는 사이 이명박 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돌아가면서 '사고'를 치고 있다.
고위직 관료들의 자녀학교·모교 특별교부금 '선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김도연 교육과학부 장관에 이어 이번에는 어청수 경찰청장이 도마에 올랐다.
어청수 경찰청장의 친동생이 최대 주주인 부산의 한 호텔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을 뿐더러, 이를 보도한 언론사 기자에 대해 관할 경찰서를 통해 뒷조사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부산 경찰 "청장님 보호하는 것이 의무"
<부산MBC>는 지난 4월 23일, 24일 두 차례에 걸쳐 어 청장의 친동생이 투자한 호텔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산MBC>에 따르면 어 청장 동생이 투자한 부산의 한 호텔은 15층으로 이루어졌는데 이중 6,7,8층은 대형룸 28개를 갖춘 최고급 룸살롱이다.
또한 <부산MBC>는 룸살롱 종업원들이 객실비용을 제외하고 30만 원씩 받고 해당 호텔에서 '원스톱'으로 성매매에 응하는 장면도 보도했다.
문제의 호텔은 지난 3월 29일 개업했고, 어청수 청장은 개업식에 자신의 명의로 대형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이 호텔 개업식 초청장에는 동생 어 모 씨가 회장으로 적시되어 있지만 어 모씨는 <부산 MBC>와 인터뷰에서 "호텔에 20억 원 가량을 투자한 최대 투자자일 뿐 호텔 운영과는 무관하며 룸살롱도 임대해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부산 MBC>는 후속보도를 통해 "어 청장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경찰조직을 활용해 은폐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 방송은 "개업식 직후 현직 경찰청장 동생이 호텔과 룸살롱을 운영한다는 소문이 돌자 경찰 정보라인이 본격 가동됐다"며 "부산경찰청 정보과는 어청수 경찰청장의 지시로 동생 어씨가 호텔에 돈을 투자한 경위와 언론사의 취재 동향, 심지어는 취재기자의 신상정보까지 보고서로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들은 이 방송과 인터뷰에서 "경찰청에서 알아보라고...", "청장님 보호하는 것이 의무"라고 털어놓았다.
<부산MBC>의 조영익 기자는 28일자 <기자협회보>와 인터뷰에서 "부산시경 캡이 언론사 취재동향 보고서가 실존한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결국 이 사실도 보도했다"고 전했다.
한편 <부산MBC>는 뉴스 다시보기에서 문제의 뉴스를 삭제한 상황이라 외압설까지 나돌고 있다.
"성매매 단속해야 할 경찰청장이 기자 뒷조사나 시키냐"
촛불집회에 대한 과잉진압 논란으로도 빈축을 사고 있는 어 청장으로서는 엎친 데 겹친 격이다.
광우병 대책회의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된 쇠고기 협상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와 재협상에 나서는 것만이 시민들의 거리행진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경찰은 지금 당장 연행자를 석방하고 어청수 경찰청장은 이 모든 사태를 진두지휘한 책임을 지고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정치권도 거들고 나섰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고소영 내각과 강부자 인사, 위법자들의 측근 취임 등으로 물의를 빚더니 이제는 성매매를 단속해야 할 경찰청장이 동생의 성매매 의혹을 취재한 기자의 신상정보와 취재동향에 관한 정보보고를 받았다니 어이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변인은 "청와대 대변인이 자신의 위법사실이 신문에 게재되지 않도록 언론사에 외압을 가했으나, 쇠고기 파동에 묻혀 버렸듯이 이번에는 경찰청장이 동생의 성매매 영업의혹을 취재한 기자의 뒷조사를 한 사실이 촛불집회에 묻히기를 바란다면 큰 오산이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도 "경찰청의 수장이 자신의 동생이 관련된 것을 은폐하기 위해 공조직을 사조직처럼 이용한 것"이라며 "취재 기자의 신상정보까지 파악한 것을 보면 언론 개입의도가 있었다는 의혹까지 사실로 여겨질 만 하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어청수 청장은 이러한 모든 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당장 현직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아울러 교과부 교부금을 쌈짓돈으로 유용하고, 공권력을 가족의 범죄은폐에 이용하는 등 이명박 정부 관련 인사들의 거듭되는 권력 사유화에 대해 청와대의 공식 사과와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경찰 "어 청장 동생과 성매매는 무관"
그러나 경찰은 "어 청장의 동생은 해당 룸살롱과 전혀 관련이 없으며 다만 호텔에 지분투자를 했을 뿐"면서 "그리고 룸살롱은 임대해 준 것이라 어 청장 동생과 성매매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자 뒷조사' 의혹에 대해서도 "뒷조사가 아니라 경위 파악 차원에서 한 번 알아본 것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이 룸살롱 업주는 경찰에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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