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은 하나은행의 내부 품의서를 바탕으로 제기된 "BBK는 이명박 후보의 회사"라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봉주 의원의 주장에 이 후보 측이 반박의 근거로 제출했던 김경준 씨의 '금감원 제출 확인서'를 두고 벌어졌다.
"비스듬히 복사해 '다스' 표시 숨겼다"
전날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김경준 씨의 자필 서명이 포함된 이 문건을 두고 "김경준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답변서로서, 'BBK의 지분은 100% 제가 소유하고 있다'는 부분이 포함돼 있다"고 반박했었다. 김경준 본인도 BBK를 '자기 회사'라고 인정했다는 것.
이는 말만 무성하던 BBK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난 경선과정에서부터 이 후보 측이 "BBK와 이 후보는 관계없다"는 주장의 근거로 내세워 온 문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문건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점. 이 답변서는 김경준 씨와 미국에서 소송을 벌이고 있는 '다스(이 후보의 친형 상은 씨와 처남 김재정 씨가 운영하는 회사)'가 미국 법원에 제출했다가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던 <금감원의 BBK 검사결과 보고서>에 포함된 문건이다.
실제로 이 답변서의 우측 하단에는 다스의 문건임을 의미하는 'DAS0117'이라는 표시가 돼 있다. 그러나 전날 이 문건을 배포한 한나라당은 문서 자체를 비스듬히 기울여 복사해 이 표시가 보이지 않도록 했다.
대통합민주신당 김현미 의원은 "한나라당은 미국 법원으로부터 신뢰할 수 없다는 판결을 받았던 문건을 갖고 국민을 속이고 있다"면서 "그것도 모자라 이 서류가 다스의 문건이라는 것을 감추기 위해 비스듬히 복사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문건 하단에 포함된 김경준 씨의 자필서명을 두고 '위조논란'도 벌어졌다. 이 문건의 서명과, 실제 LKe뱅크가 하나은행과 체결한 계약서에서의 김경준 씨의 서명이 서로 상이했던 것. 김현미 의원은 "얼핏 보면 비슷하지만 두 서류의 서명은 완전히 다르다"면서 "서류위조 여부에 대한 전문가의 감정서를 내일 중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에서도 해당 문건의 진위 여부를 두고 "지금까지 금감원에서 유출된 서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답변으로 의혹에 기름을 끼얹었다.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 26일 금감원을 상대로 진행된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해당 문건의 진위를 확인해 달라는 김현미 의원의 요구에 "다양한 가능성이 있지만, 해당 서류가 금감원이 작성한 서류와 같다는 보장은 없다"며 이같이 답했다.
"변죽만 울리지 말고 증거를 제시하라"
반면 이 후보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문건을 고의로 비스듬하게 복사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한나라당 법률지원팀의 한 관계자는 "문건을 여러 차례 복사하다 보니 벌어진 일일 뿐 고의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일단 사실관계에 대해선 좀 더 확인을 해 보겠다"면서도 "이 문건의 서명은 김경준의 서명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지금 신당에서는 핵심과는 무관한 문제제기로 변죽만 울리고 있다"면서 "차라리 이명박 후보가 BBK의 주식을 단 한 주라도 갖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라"면서 역공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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