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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의 여직원 뽑은 사장님은 '합리적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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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의 여직원 뽑은 사장님은 '합리적 인간'!

[프레시안 books] 대니얼 해머메시의 <미인 경제학>

얼굴값은 인체의 어느 부위도 능가할 만한 경제 가치를 지닌다. 제보와 소문을 토대로 잘 알려지지 않은 미모의 무명 10~20대를 수소문해서 찾아낸 <얼짱 시대>나 그 뒤를 이은 <얼짱 TV>는 외모를 향한 대중의 호기심을 잠재된 시청률로 연결한 기획물일 것이다. 지하철 보도와 승강장에서 만나는 수술 전후 얼굴을 비교한 성형외과 광고는 또 얼마나 흔해빠진 도시 풍경으로 눌러앉았나. 정신분석학자 올리버 색스는 미모의 기준은 대체로 얼굴이라고 봤다. 상종가를 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얼굴책!)은 얼굴 확인을 향한 군중의 보편 심리를 이름에 반영한 게 아닐까.

외모 투자는 국적 직업 그리고 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미국에 사는 70세 이상 독신 여성이 외모 꾸미는 데 투자하는 시간이 1일 평균 43분이라 한다. 2008년 미국 평균 가구에서 외모 가꾸는 데에 전체 소비 지출의 5퍼센트를 쓴다. 미모란 언중의 가십거리다. 그렇지만 지속력과 폭발력을 지닌 어마어마한 가십거리다.

▲ <미인 경제학>(대니얼 해머메시 지음, 안규남 옮김, 동녘사이언스 펴냄). ⓒ동녘사이언스
<미인 경제학>(대니얼 해머메시 지음, 안규남 옮김, 동녘사이언스 펴냄)은 경제학이 희소성과 그것이 초래하는 행동을 다루는 학문인 점에 착안해 연구 주제로 미모를 다뤘다. 미모는 희소성과 교환가치를 갖는다. 당연히 경제학의 탐구 대상이 될 수 있을 게다. 가판대 가십거리에 어울릴 미모는 이제까지 근엄한 경제학의 연구 주제일 수 없었다. 그런 학계의 분위기를 의식해선지 저자는 노동 시장에서 좋은 외모가 나쁜 외모에 비해 경쟁력을 갖는 직장 내 여러 사례를 반복적으로 예시하면서, 외모를 경제학이 연구하는 건 자연스럽다고 누차 강조하고 자기 변호한다.

'사람의 미모는 주관적이어서, 보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 명제는 만장일치 '참'으로 통용될 수 있을 것이다. 미모의 상대성은 인류사를 기록한 상이한 사진 자료를 떠올려보거나, 미남 미녀를 꼽는 주변 사람의 견해 차이를 통해 충분한 근거를 갖는 것 같다. 그렇지만 책의 주장은 다르다. 미모의 기준은 '보편성'을 갖는단다. 여러 표본 조사 결과는 미인과 박색을 가르는 불특정 다수의 견해가 대개 일치점에 이르는 걸 보여준다. 보행자를 대상으로 멀리서 친구와 점수를 매겨본 몹쓸 추억을 떠올려보시라. 동일 인물에게 정반대 평가가 나란히 도출되긴 극히 드물다. 즉 평가자 A가 '매우 잘생겼다'고 평한 인물을 다른 평가자 B가 '매우 못생겼다'라는 정반대 평점을 매기긴 흔치 않단 얘기다.

책이 미모를 가르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진 않는다. 하지만 인물의 미추를 판별하는 선천적 직감이 아마 인간에게 있는 것 같다. 저자는 잘난 노동자와 못난 노동자의 임금 차이를 조사하기 위해 인물마다 5~1점까지의 점수를 매긴 후, 임금을 조사한다. 책의 부제('아름다운 사람이 더 성공하는 이유')에서 짐작되듯 결과는 직종을 불문하고 높은 미모 평점을 받은 노동자가 그렇지 못한 동료에 비해 근소하나마 높은 연봉을 받고 있었다. 고용주도 신규 채용 시 피고용인에 대한 다른 정보가 부재할 경우, 기왕이면 외모가 받쳐주는 사람을 곁에 두려한다.

예쁜 매춘 여성은 평균 미모보다 12퍼센트 높은 수입을 올리고, 예쁜 에스코트 걸도 그렇지 못한 동료보다 11퍼센트 높은 수입을 올린다. 그런데 외모 의존도가 본래 높은 이런 직종 외에도 거의 모든 직종에서 미모 근무자가 평균치 미모나 그 이하의 동료보다 근사하나마 높은 연봉을 받고 있었다. 심지어 범죄에서도 박색보다 미인 사기범이 피해자를 손쉽게 속일 수 있었다. 결혼 시장에선 당연히 외모가 큰 교환가치를 행사한다. 소득 수준에 따라 외모를 평가해 보면 외모 평점은 하류층에서 상류층으로 상승곡선을 그리며 나타난다. TV에서 중요한 배역은 출연 빈도가 낮은 배역보다 잘 생긴 배우에게 돌아간다는 건 상식일 게다.

마찬가지로 TV를 중요한 자기 홍보 매개로 쓰는 정치인도 미모가 정치력만큼 중요하다. 잘못된 처신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한국 정치인들을 떠올려보자. 오세훈과 나경원은 모든 경선에서 정치력과 무관하게 미모라는 가산점을 먹고 들어간다. 그들은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언제고 다크호스로 등장할 상수를 타고 났다. 그 상수란 미모다. 그렇지만 미모 의존도로 비교우위를 누리는 이들을 탓만 할 순 없다. 외모 차별이라는 부조리의 가장 큰 책임은 소비자(유권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고용주는 함께 일할 피고용인이 기왕이면 박색보다 절색이길 바란다. 저자는 이것을 종래의 차별이론과는 다르다고 보고, '선호 기반 차별'이라고 규정한다. 종래의 통계적 차별이론은 고정관념 때문에 누군가가 나쁜 범주화에 포함되어 불이익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차별받는 집단은 '덜 생산적'이라는 고정관념의 범주 속에 갇혀 연신 차별의 고리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저자는 고용주가 자기 곁에 미모의 부하 직원을 두고 싶어 하는 선호는 합리적이라고 본다. 때문에 미모를 채용하는 건 선호 기반 차별이라고 온도차를 둔다. 더구나 대개의 고객도 역시 미모의 근무자로부터 서비스 받기를 선호한다. 고용주의 처지에서는 고객이 선호하는 미모의 근무자를 통해 생산력을 올리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다. 이런 배경 때문에 저자는 "예쁜 사람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면 사회가 더 좋아진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까지 주장하면서 외모가 생산적이기 때문에 외모 차별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못 박는다.

<미인 경제학>의 요지는 다음처럼 투명하게 압축된다. 미모는 초기 설계(선천성)에서 대개 결정되기에 이후 크게 변하지 않는다. 의복으로 꾸미거나 성형수술을 동원한 후여도 표본조사를 해보면, 유의미한 수준의 임금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외모에 인위적인 손질을 가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고작 0.05퍼센트 임금이 상승했을 뿐이다. 이것이 전적으로 참인지는 알 수 없어도 유명인 몸값의 순수성(!)을 확인한답시고 무명시절 사진을 털어서 천연 미인임을 확인한 후, 모태 미인 운운하며 언론과 여론이 얼마나 호들갑 떠는지를 떠올려보면 이해가고도 남는다. 미모는 타고난 것으로 미모 당사자의 사회적 성공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것이 책이 전달하는 핵심이다. 주장의 선명성 때문인지 동어반복이 차츰 늘어나고 거의 흡사한 표본조사들의 열거도 잦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점점 지루해져서 200 쪽 분량은 읽기에 좀 길다는 인상마저 든다. 이미 결론에 대한 저자의 확신이 명확하게 제시된 터라 달리 반박의 여지가 남아있지 않아서 일게다.

그렇지만 저자의 처지로도 주장의 과격성이 맘에 걸렸던지 책 후반부 8장에 '못생긴 사람을 위한 법적 보호'를 배치했다. 외모 때문에 프리미엄과 페널티가 주어지는 현실을 공정한 상거래에 위배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추한 외모로 불이익을 받는 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강구할 때라고 입을 뗀다. 그리고 과거 입안되어 현재까지 시행 중인 소수자 차별 금지법들을 열거한다. 1963년 동일 임금법, 인종 피부색 종교 등에 대한 고용 차별을 금지한 1964년 민권법, 1990년 장애인법까지 소수 집단 우대 정책들이 예시된다.

그러나 저자의 좋은 의도는 알겠지만 이것들이 잘난 근무자와 못난 근무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임금 편차를 해소하는 법안의 선례일 진 의문이다. 저자도 실토한대로 외모 차별법에는 걸림돌이 많다. 첫째 잘난 이와 못난 이를 평가하는 기준은 앞서 얘기했듯이 대개 의견 일치를 본다. 그렇지만 법적인 보호라는 우대가 전제된 '못난 이'의 선별은 다른 문제다. 기준을 정하기 쉽지 않다. 그렇지만 더 큰 걸림돌은 보호 대상의 승인일 것 같다. 자신을 '보호가 필요한 정도의 박색'이라고 자인하는 건 간단한 선택일리 없다. 아무리 금전적 보전이 따른다 해도.

외모 차별법을 읽는 중 나는 30년도 더 지난 초등학교 시절이 연상됐다. 겨울철마다 각 학급에서 불우 학생을 선별해서 작은 보조를 해줬는데, 선별 방법은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우리 반에서 집안이 가난한 친구는 누구예요?"라고 전체 학생에게 물었고, 우리는 전적인 선의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걸로 알려진 급우를 지목했더랬다. 그러자 앞으로 불려나간 그 친구는 "나는 우리 집이 가난하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구슬프게 울며 선택되길 거절했다. 시혜란 섣부르게 베풀다가는 오히려 상대방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만 남기기 쉽다.

아마 미모에 대한 인류의 보편적인 추앙은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일 게다. 누구도 못난 사람이 되길 원치 않는다. 때문에 외모에서 비롯된 근로자 사이의 임금 편차(직업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5퍼센트 내외라고 책은 소개한다)를 보전받기 위해 미인의 정반대 범주 속에 자신을 투항할 노동자는 많지 않으리라. 그렇지만 저자가 제안한 외모 차별법이 진짜 입안될지 여부를 오늘의 기준으로 속단하긴 어렵다.

저자는 결론부 '외모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의 미래'에서도 타고난 미모가 누리는 차별적 혜택을 객관적으로 재확인한다. 그렇지만 짧게 "외모는 운명이다. 하지만 다른 많은 것도 운명이다. 운명이기는 하지만 나쁜 외모는 결정적인 약점도 아니고, 자신의 행동으로 결코 극복할 수 없는 것도 아니며, 우리의 정신을 무너뜨릴 정도로 엄청나게 무거운 짐도 아니다"라고 매듭짓는다. 언뜻 황급한 꽁무니 빼기 같지만, 저 마무리 주장이 거짓을 담고 있는 건 아니다. 비록 본문 내내 쏟아놓은 미모 우위의 물량공세에 비하면 초라하더라도 말이다.

미모라는 '주어진 것'이 경제적으로 유의미한 효과를 실제 발생시킨다면, 학문은 그 점을 완화하거나 부인해선 안 될 것이다. 그것이 학문의 딜레마이지만 또한 고유 권한일 테니까. 언제나 해법은 불편한 실체를 직시하는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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