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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자치는 풀뿌리 강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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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자치는 풀뿌리 강화다

[김주원 박사의 '마을자치에 학과 습을 이야기하다'] ⑨스위스 마을자치의 저력

우리는 변화의 한가운데 있다. 끝날 것 같던 촛불은 광화문, 서초에서 광장시위로 계속되고 있다. 현재 우리 민주주의 체제는 너무 나약해 보인다. 사상누각처럼 우리를 지탱하는 사회의 기반이 풀뿌리가 약하기 때문이다. 예전의 낡고 단순한 이데올로기로 설명하기 어려운 우리사회의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은 자치의 단위를 더 작게 줄여 가야 한다. 효율성만 강조하는 시각에서 보는 분들은 더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장기적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약화시켜 우리 사회를 더 병들게 하는 잘못된 시각이다.

특히 지방자치 정상화를 위해서는 스위스 모델을 잘 고려해야 답이 나온다.

스위스 연구자들은 국가번영의 동력이 평균인구 4천여 명의 2,200여 개 코뮌들 중심의 풀뿌리민주주의라고 지적한다.

Robert Nef 박사는 스위스 번영의 비밀이 “과세권을 갖는 경쟁력 있는 마을(코뮌)의 활약”에 있다고 강조한다. 스위스 전체 세출의 22.8%를 사용하는 코뮌정부는 상위정부가 남겨준 보충적 권한과 공적 자금을 운영하는 하급행정기관이 아니다.

ⓒ김주원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스위스 국가를 떠받치는 “원초적” 자치의 뿌리다. 코뮌정부가 가구와 기업에 부과하는 소득세와 재산세는 스위스 전체 소득세와 재산세의 30.1%를 차지한다. 스위스인 중 4분의 3이 사는 인구 2만 명 미만의 작은 도읍은 하찮은 농촌이나 마을이 아니다.

스위스를 방문한 여행객은 누구나 농촌의 쾌적함과 도시의 편리함에 놀란다. 스위스의 마을들이 이런 매력을 갖추게 된 것은 무엇보다 코뮌의 건강한 경제생활을 뒷받침하는 건실한 기업과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풀뿌리의 저력은 Vladimir Lenin의 경험에서 그 진실이 더 확증된다. 1917년 볼셰비키혁명을 통해 소련 최초의 국가원수가 된 렌닌은 네 차례 6년 반 동안 망명객으로 스위스에 체류한 바 있다.

그 기간 동안 각 가정마다 총을 소지한 스위스를 공산주의 혁명의 최적지로 확신했었다. 그래서 취리히에 있는 사민당에 가입한 후, 비밀리에 7명의 노동자를 포섭했다.

그러나 결국 혁명의 꿈을 접고 1917년 러시아로 떠나야 했다. 동지로 여겼던 베른의 당대표를 “뻔뻔한 악당”으로 비난하면서 “스위스 사회는 혁명하기에 너무 부르주아적”이라고 했다. 레닌이 보기에 스위스는 너무 부르주아적이었던 사회라고 치부했다.

그보다는 스위스의 강한 풀뿌리민주주의가 위험한 것을 가려낼 역량을 가지고 있었던 것을 렌닌은 간과했던 것이다. “아래로 부터 국가가 세워진 나라, 나라의 무게중심이 아래 풀뿌리에 있는” 스위스의 마을자치는 위험한 전체주의 폭정의 인물 등장을 가려낼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스위스의 지방자치는 마을(코뮌)자치가 근간이다. 풀뿌리가 국가의 기반인 나라다.

ⓒ김주원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국을 비롯해 유럽 중남부 선진국의 기초정부 평균 인구는 1만 명 미만이다. 그동안 북유럽 국가들과 일본은 기초정부 합병을 추진해 기초정부의 평균인규모가 늘어나 1-7만 명 수준으로 늘었지만 풀뿌리자치의 기본 골격을 유지한다.

예외적으로 선진국 중 가장 중앙집권적인 나라로 변모한 영국은 자치계층 단층화에 집착해 많은 지역에서 기초정부가 폐지되어 기초정부의 평균인구가 무려 약 13만 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보통 기초정부 산하에 약 1만2천 개의 준자치계층이 있어 대규모 기초정부의 풀뿌리자치 기능장애를 부분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는 1961년 5․16군사정부에 의해 읍․면자치제가 폐지된 이후 줄곧 합병 위주의 지방행정체제개편이 이루어져 기초정부 수가 1960년 1,465개에서 2019년 현재 226개로 격감했다.

이로 인해 한국은 시․군․구 평균인구 22만7천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기초정부를 가진 나라가 되었다. 더욱이 기초정부 산하 읍・면・동은 자치적 권능이 전혀 없는 천덕꾸러기 말단행정계층으로 대접받아왔다. 심지어 2006년 특별자치 실시와 함께 시․군자치제가 폐지된 제주지역은 13년째 광역정부만으로 운영되는 기형적 특별자치제가 시행되어왔다.

지난 수년 동안 정부는 읍・면・동 수준에 대의민주제적 성격을 띤 ‘주민자치회’를 시범실시하고 ‘지역공동체 활성화 기본법(안)’을 마련하는 등 오랜 세월 고질화된 읍・면・동 천시정책에서 벗어나려했다.

그러나 법제정은 아직도 국회계류중이다. 검토만 되고 있을 뿐 현실 정치의 벽은 아직 공동체 육성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풀뿌리에 대한 생각은 종종 주민생활 참여자치와 연관된다. 그리고 참여문제다.

더 민주적인 사회를 추구하고 보다 공평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풀뿌리의 강화를 통해 스위스처럼 마을주민의 권리와 경제 개혁 운동의 기초가 더 강화되어야 한다.

몸이 건강하려면 실핏줄 모세혈관이 튼튼해야 한다. 몸의 기관 중 어느 한 곳의 기능이 온전하지 못하면 몸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된다. 국가나 지역 마을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 지역에 문제가 생기면 국가가 엄청난 비용을 들여 복구하고 재생해야 한다.

부분과 부분의 집합이 전체라는 전체주의적 시각은 현재 우리에게 적합한 설명도구는 아니다. 우리는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부분이 전체를 대신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지만 농산어촌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소멸문제를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지역공동화현상이 예고되어 있다.

대도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중 투자한 결과다. 이를 극복하려면 이제 풀뿌리를 튼튼하게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마을 현장에서 만들어 가야 한다. 마을주민들이 스스로 고민해야할 수 있도록 하여 현장에서 지혜를 모아야 극복 가능한 대안이 만들어질 수 있다.

마을은 국가의 프랙텔(fractal)이다. 국가가 잘 발전하려면 마을이 잘 살 수 있는 적용방법을 현장중심 지혜에서 만들어가야 한다. 풀뿌리는 마을 현장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마을단위는 가구 수가 적다고 무시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대단위 마을보다 소규모 마을에서 지역혁신과 대안이 더 잘 만들어질 수 있다. 마을자치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슈마허(Ernst Friedrich Schumacher)의 진실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사람중심 마을을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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