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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자치는 생활친화형 만들기다

[김주원 박사의 '마을자치에 학과 습을 이야기하다'] ⑧강릉 명주동 작은 정원

지난 11월 24일 ‘우리 동네 우체부’라는 독립영화 상영회가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에서 열렸다. 명주동의 마을 공동체인 ‘작은 정원’에 살고 있는 어르신 6명과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영화인들이 협업한 15분 분량의 독립영화다.

명주동의 독특한 우체부가 어르신 댁을 돌아다니며 일어나는 소소한 일화들이 담겼다.

올해 4월에 처음 시작한 이 영화는 김숙련(80), 최정숙(80), 김혜숙(74), 문춘희(73), 김희자(73), 박정례(63) 등 평균나이 74세 어르신들이 배우로 영화에 출연했다.

▲지난 11월 24일 ‘우리 동네 우체부’라는 독립영화 상영회가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에서 열렸다. ⓒ김주원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 어머니들은 배역이 없을 때는 연출과 촬영, 음향 등의 감독이자 스태프로도 참여했다. 어르신들은 영화시나리오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강사와 함께 작품을 완성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강릉 할머니들의 일대기를 그린 책 ‘은빛언니! 금빛인생!’이 출간됐다. 강릉에서 활동하는 극단 9번지(현 극단 파라솔)는 마을과 이웃의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해 2017년부터 명주동, 남문동 일대 할머니들의 모임인 ‘작은 정원’과 협업해 자서전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책에는 강릉에 거주하는 평균 나이 75세 할머니 10명의 파란만장한 인생사가 담겼다.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첫사랑, 시집살이 등 일화를 비롯해 가장 행복했던 순간, 후회하는 것 등이 인터뷰 형식으로 실렸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2018년 10월 21일 오후 2시 강릉 명주동 작은 공연장 단에서 자서전을 축소한 형태의 공연도 있었다. 무대는 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대다수 할머니들의 꿈을 담아 무대를 학교 교실처럼 꾸미고, 교복을 입은 할머니들이 무대에 섰다.

▲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대다수 할머니들의 꿈을 담아 무대를 학교 교실처럼 꾸미고, 교복을 입은 할머니들이 무대에 섰다. ⓒ김주원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실제 연극은 할머니들을 재연한 배우들이 전면에 나서 할머니들의 인생을 극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어머니들의 활동이 독립영화, 자서전 출판, 연극 등 다양한 문화활동으로 표출되기까지는 강원도와 강릉시의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이 토대가 되었다. 강릉 명주동 작은 정원 공동체는 강원도가 지원한 사업 중에서도 최우수 모범적인 사업이다.

2014년부터 16년까지 3년간 강원도와 강릉시가 지원한 사업이다. 이 사업은 작은 정원을 골목길 도로변에 설치하는 작업에서 시작되었다. 강릉시 중앙시장과 가구골목 등을 접하고 있는 명주동은 시장에 가는 고객들의 주차장이었다. 명주동 골목이 주차장화 되면서 접촉사고도 빈번했고, 주민생활불편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곳 어머니들이 중심이 되어 주차장화 된 마을 골목 살리기를 강릉마을센터 교육과 지원을 계기로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어머니들이 중심이 되어 마을공동체 ‘작은 정원’을 결성하였다.

작은 정원 사업은 어머니 시각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여성친화적인 정책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어머니들의 시각에서 생활하는데 불편한 점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가 살아났다.

따라서 이 경우는 생활친화적인 대안 공동체사업으로 분류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생활친화적인 공동체사업은 현재 살고 있는 마을에서 주민들이 살아가는데 불편한 요소를 찾아 마을주민들이 협력하여 문제점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도・농경계지역으로 아이들 학원 보내기가 어려워 육아공동체를 원주 서곡에 사는 엄마들이 스스로 만들어 모범사례가 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영월 여행자의 노래 공동체가 폐가를 활용해 교육문화공동체로 발전하면서 이웃 주민들과 신뢰확보로 농산물 판매 프리마켓을 열어 신뢰를 확보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강원도내에 마을들이 다양하게 산재되어 있어 마을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각양각색으로 다양하다. 사실 불편한 점이 다양하게 더 많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 주민들은 무던히 견디어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이젠 불편한 줄도 모르고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과거 강릉의 중심가 골목이었던 곳이 시청 이전으로 침체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여성 어머니들이 스스로 깨끗하고, 밝은 골목길을 만들고자 의기투합하였다.

이로써 골목 활성화 분투기가 시작되었다. 자동차 중심 골목에서 사람중심골목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명주동이 안전하고 행복하며 이웃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제는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골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에펠탑 효과라는 것이 있다. 프랑스에서 에펠탑을 만들 때, 시민들은 “철골덩어리를 왜 도시에 만드냐?”라고 저항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익숙해지다 보니 프랑스의 상징이 되었다.

농산어촌, 폐광촌, 민북마을 등 다양한 강원도 마을에도 이러한 불편한 것들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제 이 다양한 생활불편요소를 해결하면서 더 쾌적하고 더 잘사는 마을을 만드는 일,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주민들이 결정하고 마을 속에서 주민들의 힘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생활친화적 공동체 만들기는 주민들이 기존의 관례를 깨는 혁신적인 생각과 아이디어가 결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의 열정과 이웃의 협력이 필요하다. 작은 정원은 그것을 현실화했다고 본다.

문춘희 어머니 회장님의 리더십이 빛났다. 함께 하고자 하는 이웃들의 참여가 더 밑바탕이 되었다.

실제 명주동 골목길의 변화는 시청이전으로 소외되고 공동화되었던 마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17년도 동계올림픽 전부터 매주 플리마켓이 열리는 강릉의 핫플레이스로 변했다.

▲명주동 플리마켓. ⓒ명주동 어머니회

시작할 당시, 어머니들은 ‘시민단체 자연 친구’에서 진행하는 작은 정원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화분과 친환경 거름을 만드는 법, 꽃을 심고 가꾸는 법을 배웠다.

그러면서, 배운 지식과 그동안 살면서 쌓아온 경험을 활용해 마을의 변화를 모색할 방안을 찾기 시작해 스스로 ‘작은 정원’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었다.


외부 차량뿐 아니라 마을내 주민들의 차량 주차도 공터 주차장에 세우도록 주민들을 어머니들이 설득했다. 그 자리에 어머니들이 주민들과 함께 직접 제작한 화분을 놓았다.

그러자, 골목도, 이웃도, 공동체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차량으로 뒤엉켰던 작은 골목이 아담하고, 소박한 예쁜 정원으로 탈바꿈되었고, 그 변화된 골목 모습에 마을 주민들도 차츰 공동체 활동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여 처음 9명이었던 공동체는 금세 23명으로 회원이 늘게 되었다.

주민들의 관심이 눈에 띄게 늘고, 회원도 늘면서 공동체는 활력을 찾았고, 활동을 다양하게 확대해 나가기 시작했다.

▲명주동 '작은정원' 꽃밭. ⓒ명주동 어머니회

주차장 옆 시유지를 개간하여 작은 공동 텃밭을 만들고, 여기서 생산되는 채소들을 독거노인과 마을 주민들이 나누어 먹으며 이웃과 정을 나누었다. 골목길 건너편 강릉대 도호부 관아에서 진행하던 프리마켓(월1회 셋째 주 토요일)을 골목 안으로 유치하고, 차 없는 거리 문화를 만들어 회원들이 직접 만든 식혜와 묵밥 등을 판매하기도 하였다.

동네에서 잘 사용되지 않던 공간을 저렴하게 임대하여 아지트 겸 마을 홍보 장소로 만들어 ‘명주 사랑방’이라 명명하고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회원들이 만나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골목길을 바꾸었다.

이러한 노력은 마을 골목길을 문화활동 공간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정원을 잘 가꾼 할아버지 집 담장을 걷어내면서 마을 무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여기서 인디 밴드들의 공연도 이루어졌다.

골목에 있던 봉봉방앗간은 빵도 함께 만들어 파는 유명 핸드드립 커피숍으로 바뀌었다. 2층은 전시 공간으로 개방되기도 한다.

이곳이 유명해지면서 홍상수 감독, 김민희 주연 “밤의 해변에서 혼자”라는 영화 촬영장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어머니회는 이러한 변화과정을 2014년부터 ‘골목, 씨앗을 심다’. 2015년 골목 ‘씨앗을 틔우다’라는 주제로 작은 정원의 변화를 사진으로 전시하기도 했다.

▲명주동 골목 전경. ⓒ명주동 어머니회

▲명주동 골목 전경. ⓒ명주동 어머니회

이러한 활동들과 연계하여 강릉시는 옛 만민교회가 복합문화공간으로 작은 공연장으로 변하였고 옛 명주초교가 시민문화공간으로 재단장했다. 강릉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마을내 명주플리마켓을 운영하면서 플리마켓이 매주 열리는 강릉에서 핫한 장소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원도심의 좁은 골목에 태양광 우편함을 설치해 어두운 골목에 환한 빛이 비치게 되었다. 마을골목조성과 공동체사업은 이웃과의 소통에 촉진제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최근 더 규모가 큰 공모사업에도 선정되었다. 어머니들의 작은 날개 짓이 강릉 핵심지역 중앙동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강릉시 중앙동이 도시재생활성화 계획인 ‘살맛나는 중앙동’이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하는 2019년 하반기 도시재생뉴딜 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되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동안 국・도비 포함 총194억이 투자된다.

사람들간 믿음을 바탕으로 한 상호작용이 마을을 바꾸고 있다. 사람들간 만남이 많아야 마을에서 혁신이 가능하다. 더 행복해질 수 있다. 명주동 골목에서 일어난 변화는 그야말로 혁신이었다.

사람중심의 골목 만들기가 문화의 색깔을 갖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게 되었다. 명주동 작은 정원사업은 생활불편을 해소한 문화혁신사업이었다. 생활친화적 문화 공동체 사업이었다. 이제 어머니들이 만든 작은 정원에서 씨앗을 심어 싹을 틔우고 꽃이 피어나고 있다.

큰 정원으로 가고 있다. 섬세한 어머니들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작은 정원이 더 큰 정원으로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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