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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자치는 좋은 인간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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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자치는 좋은 인간관계다

[김주원 박사의 '마을자치에 학과 습을 이야기하다'] ③좋은 이웃을 만드는 일이 마을자치다

지금 보다 더 바람직한 우리의 삶은 ‘좋은 인간관계(intimacy)’로 만들어 진다. 나 개인의 삶도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의 좋은 인간관계에서 만들어진다. 만약 양파처럼 인간관계를 하나 하나 다 벗겨낸다면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웃과의 좋은 인간관계는 내 삶을 만드는 길이며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마을자치의 출발점이다.

이웃사촌이 그 누구보다도 더 소중하다는 점, 우리는 옛날부터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공동체가 파괴된 현재, 이웃사촌의 소중함을 잘 알면서도 이웃을 소홀히 대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발달로 가족과 마을공동체는 점점 약화되고 있다. 도시에선 익명성으로 서로를 잘 몰라보고 농촌에서는 저출산 고령화로 소멸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그리고 귀농 귀촌이 많아지면서 이웃과의 갈등이 심화되기도 한다.

좋은 이웃을 만드는 일이 마을자치다. 살면서 생긴 고통과 상처도 사랑하는 이웃이 잡아주는 따스한 손길, 따뜻한 위로 한마디로 치유되고 줄어든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하느님 말씀도 같은 맥락이다.

기쁜 일은 함께 하면 배가되고 슬픈 일은 함께 하면 줄어든다는 부처님의 가르침도 이웃의 가치를 말하는 것이다. 묵자는 겸애 편에서 하늘아래 서로 겸애하라고 했다. 친족과 타인을 구분하지 말고 평등하게 사랑하라는 주장을 한 것이다.

가족처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하여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도움을 청하며 이웃의 손을 잡아주는 것에서 마을자치는 시작된다. 친밀한 인간관계는 부정적인 정서를 줄여줄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정서를 키워준다.

일과 인간관계는 행복 조건으로 중요하다. 더 행복하게 잘 사는 방법은 물리적 기술의 발달에 더하여 사회적 기술, 즉 사람들간의 의기투합이 더 중요해 지고 있다. 인간은 혼자서 할 수 있는 큰일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마을에 함께 산다고 다 의기투합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생활하면서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이러한 일은 이웃과 함께 의미 있는 관계를 맺으며 작은 일부터 찾아 해결해 나가는 일이 마을자치다.

좋은 인간관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하버드 대학 그랜드 연구에서 잘 알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잘사는 삶에는 어떤 일정한 공식이 있을까?라는 기본적 의문에서 출발했다. 1937년 하바드 대학교 남학생 268명을 선발한 후 장장 42년간 정기적인 인터뷰와 설문을 통해 그들의 삶을 체크하는 놀라운 보고서를 내 놓았다.

▲하버드 대학교 인생성장보고서, 행복의 조건 책 표지. ⓒ김주원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고 엘리트답게 그 중에는 대통령도 나왔고 연방상원의원이나 유명한 예술가도 셀 수 없이 많이 배출되었다. 인생을 과학이라는 잣대로 밝힐 수 없지만 성공적인 노후를 이끄는 열쇠는 지성이나 계급이 아니라 인간관계에 있었다는 것을 그들이 가장 먼저 발견했다.

진짜 인생살이에서 능력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능력을 잘 갖추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인간관계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인생에서는 어느 한 가지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대사회는 계급사회가 아니라 능력사회라는 말은 우리가 어떻게 인간관계를 잘 구성하여 우리 삶을 가꾸느냐에 달려있다. 그러한 인간관계의 활동을 담는 그릇이 마을이다. 그 안에서 보다 계획적으로 이웃간의 관계를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의미있는 일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자치라고 생각한다.

좋은 인간관계는 바로 우리가 더 잘 살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물리적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사회적 기술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더 잘사는 일은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잘사는 마을을 만드는 일도 이웃과의 관계가 좋을 때 더 확장될 수 있다.

마을자치의 시작은 마을안에서 이웃과의 관계가 보다 좋은 인간관계로 발전하는 일이다.

마을안에서 인간관계를 잘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가능한 마을주민들이 주기적으로 자주 만나야 한다. 우리 마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각자가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해야 한다.

좋은 인간관계는 이웃간 신뢰가 만들어져야 한다. 신뢰는 자주 만나야 쌓인다. 마을자치는 방석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자주 만나야 신뢰가 쌓이고 해야할 일이 생긴다. 마을 일이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이장이나 리더들은 어떻게 주민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마을일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해야 한다.

주민들과 마을리더들간의 신뢰는 마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된다. 갈등을 유발하는 사람들의 이유와 원인을 찾아 봉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마을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좋은 인간관계는 한문으로 친할 친(親)을 잘 되새겨 보아야 한다. 나무 목(木)에 설 립(立), 그리고 볼 견(見)자로 구성되어 있다. 멀리 떠나가는 친구가 걱정되어 나무위에 올라가 바라본다는 의미다.

어떤 사람과 친해지려면 내가 먼저 그 사람을 걱정하고 염려해주어야 된다는 의미다. 정선 덕우리 마을에서 2013년에 있었던 일이다. 자연경관이 좋아 젊은 부부가 폐가를 고쳐서 이 마을로 이사했다.

이사한 첫날 아침,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문이 잘 안 열려 조심스럽게 밀고 나와 보니 현관 앞에 배추, 무, 파 등이 쌓여 있었다고 한다. 젊은 부부가 이사 와 신선야채를 못 구했었을 것 같아 이웃집 할머니가 현관 앞에 가져다 놓았던 것이다.

이 젊은 부부는 이 이웃의 배려에 감동하였다. 그리고 이 미담을 친한 친구들에게 알렸고 이 마을로 이사 오는 젊은 사람들이 점점 많아 지고 있다. 그 이후 젊은 귀촌자들이 약 50여명 늘어나 당시 100여명에서 150여명으로 늘어났다.

▲덕우리 마을 전경. ⓒ김주원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학생들도 16명이 마을에서 통학하며 살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를 극복한 마을로 뒤바뀌었다. 그리고 그 처음 이사했던 젊은 아빠는 현재 마을 사무장으로 마을에 적극적으로 봉사하고 있다. 젊은 아빠는 열정적으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내, 마을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그 마을이 정선읍에서 화암동굴로 가는 길에 있는 덕우리 마을이다. 남을 먼저 걱정하는 마음, 덕을 쌓는 일은 마을자치에서 소중하다는 점을 이 사례를 통해 잘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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