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홍천군 북방면 능평리 능뜰마을은 축제로 흥이 넘쳐 나고 있다. 개천절 날 마을을 찾았을 때, 태풍으로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체육관에서 흥겨운 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주민들의 합창, 독주, 난타공연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장님이 흥겹게 춤추시고 주민들과 어울리시는 모습에 눈물이 찔끔 날 만큼 감동받았다. 농촌마을에도 이런 날이 있어야 한다는 확신 때문이다.
이날은 깃발축제가 열리는 날이다. 가을 추수 전에 열리는 축제는 농식품부 여성가족과 공모사업으로 3회째 진행되고 있다.
주민들에게 축제를 통해 공동체를 복원하도록 하는 사업이기에 외부고객들을 위한 체험, 장터, 부녀회 음식준비, 외부사회자, 홍보, 판매 등이 없는 상업화된 문화관광형 축제와는 전혀 다르게 오로지 주민들을 위한 마을단위 소규모 축제다.
김기업 농촌공사 실장과 능뜰마을과의 인연은 2017년 이장님의 편지로부터 시작됐다.
홍천군 자체사업인 ‘창조마을사업’ 진행과정에서 내가 강의한 내용을 녹음해 매일 들으며 마을사업에 적용하고 있다며 도와달라는 편지였다.
그런 이장님의 성의에 도와드리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래서 마을에 주민교육 봉사를 하였으며 이듬해에는 우리 ‘농촌사랑농도상생포럼’을 정식으로 신청하여 포럼을 개최토록 하는 등 적극적인 마을 만들기가 진행되고 있다.
능뜰마을은 2016년 처음으로 마을사업을 시작하여 주변환경을 정비하고 청결한 마을 가꾸기부터 하였다. 2017년엔 마을소식지를 만들어 배부하고, 마을회관에 빔프로젝트를 설치하여 매월 20일은 간식 먹으며 영화보는 날로 지정하였고, 매월 말일은 마을청소하는 날로 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2018년도에는 공동체 사업을 더 확대하여 소식지 만들기, 영화보기, 주민 무료급식까지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마을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살리고 주민참여를 유도하고자 깃발축제를 발의하여 예술축제로 발전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어르신들과 함께 나누는 식사를 위해 국수기계를 구입하여 마을회관에서 수시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2014년부터 1사1촌 자매결연을 맺은 SK E&S에 대한 주민의 마음으로 회사의 로고를 본따서 나비모양의 꽃 화단도 만들어 마을 볼거리를 만들었다.
능뜰마을은 4개반 125세대 266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대부분 농림업에 종사하고 있다. 논이 35ha, 밭이 34ha로 비슷하며, 경제활동층 인구가 48%에 달하는 비교적 활기찬 마을이다.
농작물은 벼, 조, 수수, 옥수수, 콩, 고구마, 감자, 참깨, 들깨, 땅콩, 오미자, 하우스작물 등 다양하고, 한우와 한돈과 닭 등을 축협을 통해 출하하고 있다.
마을공동체 조직은 청년회, 노인회, 자율방범대, 개발위원회, 부녀회, 채소작목반, 능뜰회, 마을발전추진위원회 등 다양하다. 마을내 화계초등학교 학생들과의 사랑의 김장담그기 행사, 주변의 129부대 및 SK에너지와의 자매결연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마을내 주요 역사문화자원인 능뜰공원은 조선조 세종 때 함길도조전첨절제사, 충청좌도도만호, 병조판서를 역임하고, 문종 때 지중추원사, 단종 때 판중추원사를 지내었으며, 계유정난 1등 공신으로 연산군에 봉해진 양효 김효성의 묘가 있는 곳이다.
또한 1919년 일제 항거에 맞서 자주독립운동을 하신 김복동, 신여균, 전원봉, 최승혁, 한용섭 5의사의 추모비가 세워져 있기도 하다.
그리고 홍천의 근현대 상징인물인 남궁억 선생이 사랑했던 무궁화를 주제로 한 무궁화수목원이 2016년 말에 마을 내에 준공되었으며, 2017년 7월 공립수목원으로 정식등록 개원하여 국내 최초의 무궁화 주제 수목원이 위치하고 있다.
무궁화를 보존하고 남궁억 선생의 무궁화사랑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테마원, 숲속산책로, 온실, 어린이놀이터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다.
잘 산다는 것은 마을이나 시군 또는 국가에 있어서 원리는 같다.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여 테마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바로 마을이 잘 사는 길이다.
능뜰공원의 능은 비석, 상석 등의 모양과 씀씀이와 배치가 특이해 역사적인 고증을 할 필요가 있으며, 이들의 활용을 무궁화수목원과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연계하는 것이 마을사업의 방향이자 숙제다.
농도상생포럼 회원이자 깃발축제를 제안하고 실행에 옮긴 박대근 화백은 마을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하고 주민중심의 축제를 준비해 농촌아트축제로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깃발을 선정한 이유는 깃발은 소리 없는 역동성, 계속 일으키는 파동감이 주는 상징성, 마을주민들의 꿈과 꾸밈없는 열망의 표현수단, 주목성, 마을의 비전인 살고 싶은 마을의 실현을 나타낼 수 있고,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향상될 수 있으며, 마을이 홍천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위치하니 환영의 뜻도 담고 있다.(박화백은 홍천 무쇠작예술촌 촌장으로 개인전 10회, 단체전 190여회, 공모전 20여회 입상을 한 중경화가이다. 자원봉사로 깃발축제 등을 기획 및 컨설팅하고 있다)
깃발은 천이나 종이에 어떠한 상징을 그러넣고 깃대 등에 게양하여 특정 인물이나 단체, 국가 등 또는 그들의 귄위나 권한을 나타내는 상징물이다.
용도는 신호, 운동경기, 위험을 알리거나 도움 청할 때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종류는 국기, 군기, 사기, 경고 깃발, 신호등 정보, 응원, 경기진행, 무속, 근조기, 우승기, 가문의 상징, 스포츠기, 의장용, 만장, 당/번, 만국기, 장군이나 성주가 쓰는 문양, 황제나 교황이 쓰는 문장 및 휘장 등 다양하다.
2018년 12월에는 깃발축제를 더 발전시켜 짚프라기를 이용해 거대한 용(龍)형상을 만들어 점등식도 가졌다. 30m 크기로 제작된 짚프라기 용은 새로운 역사문화 프로그램으로 관광 축제를 완성시켜가는 상징이자 홍천군 대지의 예술의 효시라 하겠다. 정원대보름까지 설치했다가 보름행사를 하면서 승천식을 통해 마무리하였다.
능뜰마을의 깃발만들기 방향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고 하듯이, ‘가장 능평리적인 것이 한국적이다’라는 생각으로 집집마다 특징을 살려서 깃발을 만들고 있다. 깃발만 보아도 누구네 집의 깃발인지 알 수 있도록 자기 집을 내세울 수 있는 것을 표현하도록 한 것이다.
주민 스스로 나를 잘 알고 정체성을 파악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무궁화수목원과 마을의 연결을 깃발로 하여 유도할 수 있으며, 깃발의 모양은 물론 어떻게 달고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박화백은 깃발만들기 준비는 먼저 이론교육으로부터 시작해 서예, 미술, 봉제강좌의 기초교육, 모양과 크기, 형태, 삼각 깃발, 사각 깃발, 유기적 형태, 리본형, 배너형, 조형물형, 용도, 강변설치용, 마을내 무대설치, 조형군집, 동선유도형, 체험형, 차량부착용 등 다양하게 진행했다.
깃발을 통한 문화예술마을 재생을 통해 능뜰깃발축제가 희망과 열정, 소통을 상징하는 매개체가 되도록 준비하여, 지역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과 마을대표 문화콘텐츠로 성장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능뜰마을은 집성촌으로 뜰이 넓어 잘 사는 마을이었다. 주민들이 공동체를 형성해 농사짓고 삶을 함께하는 행복한 마을이었다.
특히 마을 대소사를 위해 30여년 전에 청년회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조직해 활동해왔다. 이 단체를 지난 2015년부터 ‘능뜰회’로 바꾸어 마을사업 시행의 핵심조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능평리에 연고가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매월 15일 회의를 개최하는데 그 역사가 35년간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조직이 마을사업 추진의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마을 내 모든 일에 앞장서서 환경을 개선하고 공동시설을 유지관리하며 활기찬 마을로 변모시키고 있다. 능뜰회 이외에도 노인회, 무궁회, 부녀회, 게이트볼회, 난타동아리 등이 있다.
이 모든 조직의 활동은 최근 깃발축제와 창조마을사업 등과 연계하여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는 각각의 단위 공동체가 아닌 주민전체의 공동체로 마을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각오를 김철호 이장님은 하고 있다. 청년층이 점점 줄어드는 고령화가 지속가능한 발전에 큰 장애물이라고 생각해 마을사업을 통해 청년층 등이 주축이 되어 활동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마을내에서도 고령화로 혼밥을 드시는 분들이 늘어나 무료급식을 부녀회와 노인회가 중심이 되어 자원봉사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마을회관에서 정기적으로 모여 식사를 하고 소극장 형태 영화보기는 마을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화합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소식지를 공동 제작하고 외부에 배포하여 마을 행사와 주민 대소사 등을 알려 출향민에게 소식을 전하여 애향심을 불어넣는 역할도 하고 있다.
김철호 이장님의 꿈과 노력은 확실하다. 향후 마을을 더 잘사는 행복한 마을로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역량강화와 주민들이 함께 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갈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100년 미래를 계획하여 아름답고 살기 좋은 삶터로 변화시킬 것이다. 생활기반과 복지문화 휴양시설의 확충으로 살기 좋은 마을 살고 싶은 마을로 변화시켜 주민에게는 평생 행복한마을 외부인에게는 정주하고 싶은 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마을사업 3년 차 하면서… 그간 지나온 시간이 너무나 소중한 나날이었다는 게 새삼 느껴집니다. 보지 않고, 듣지 않고, 그냥 생각 없이 지나쳤다면 어땠을까? 이제와 생각하니 그냥 지나쳤으면 허무한 삶을 살고 있지나 않을까 생각합니다. 역량 강화, 벤치마킹, 아직은 머릿속이 복잡하긴 하지만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창작해 낼 수 있는 내 자신이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 (중략) … 천천히 온 것 같은데, 많은 일이 이뤄져 있었습니다. 마을에 큰 행사를 자주하다보니 축제로 발전해 벌써 제2회 능뜰깃발축제를 9월15일 주민과 함께 성황리에 개최했고, 지속적으로 잘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주민의 능력을 보게 됐습니다. 2019년에는 더욱 즐겁고 행복한 주민의 축제가 될 것입니다.”
이 글은 김철호 이장님이 마을소식지와 축제소식을 내게 보내오면서 동봉한 메일편지 내용이다. 사연 속의 소회를 봤듯이 3년 전까지는 마을단위사업을 추진하지 않아 그냥 그대로 지내고 있던 평범한 마을, 아니 진부한 마을이었다.
하지만 마을단위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강의를 듣고, 선진마을을 견학하고, 마을 발전을 고민하는 등 새로운 세계를 접하면서 그동안 잠자고 있던 창의성을 발휘해 활기찬 마을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결국은 마을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의 변화, 의식의 변화, 가치의 재인식을 가져오게 됐다. 이제 이 마을은 외부전문가가 개입하지 않아도 주민 스스로 주체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다만, 아주 간혹 주민들이 잘 못된 방향으로 가려할 때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넛지(Nudge) 역할만을 하면 족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넛지 역할을 하는 전문가 집단이 '농촌사랑농도상생포럼'이다. 포럼은 농촌을 사랑하는 다양한 기관의 전문가들이 협력해 농촌 주민들의 역량강화를 통한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지식봉사(Knowledge donation) 모임을 구성하고 활동해 오고 있다.
2006년 시작할 때에는 불과 9명의 회원으로 출발했지만 2008년 강원일보사에서 우리 포럼의 가치를 발견하고 강원도, 강원도교육청, 강원연구원, 한국농어촌공사 강원지역본부, NH농협 강원지역본부 등과 협약을 체결, 본격적인 사업인 '도농상생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부터 체계화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