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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알기] 코로나19와 언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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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알기] 코로나19와 언택트

'코로나나19’로 많은 것이 변했다. 세기가 바뀌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어떤 이는 ‘코비드–19’가 맞는다고 하는데 방송에서는 계속 ‘코로나-19’라고 하고 있으니 정식 명칭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한때는 ‘우한폐렴’이라고 했다가 지역 명칭이 들어간 것은 좋지 않다고 하여 코로나–19로 바꾸고 다시 코비드-19(코로나-19바이러스 감염증)로 수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그대로 있는데, ‘우한폐렴’은 많이도 바뀌었다.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라 변이종도 많이 나왔다. 델타, 람다, 감마 등 뒤에 접미사처럼 새로운 것이 붙어서 나타나고 있으니 신의 창조작업은 아직도 진행 중(?)인가 보다. 사실 언어학을 하는 입장에서는 왜 이런 이름을 붙이는지 알고 싶다. 물론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이름을 바꾸기는 하겠지만 왜 하필이면 알파, 베타, 감마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어떤 경우에 람다를 쓰고, 어떤 경우에 감마를 쓰는지 정도는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나만 그런지 몰라도 이름을 지을 때는 항상 뭔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를 조금은 백성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코로나19(코비드19가 맞는 것 같지만 모두가 ‘코로나’라고 하니 그렇게 부르기로 하겠다.)로 인해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빠르게 바뀌는 것이 학교다. 그 중 하나는 교실의 부재가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아이들이 보고 싶다. 아니 만나고 싶다. 줌(Zoom)을 통해서 얼굴을 보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 학교는 LMS라는 시스템으로 줌보다 비대면 수업이 많다. 그래서 세상에 코로나-19 이후 가장 많이 알려진 단어가 ‘언택트’라는 말이다. 무슨 뜻인지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다. 필자도 ‘비대면’에 해당하는 단어라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학문을 하는 사람은 느낌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사전을 찾아 보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글을 써야 한다. 영어사전을 열어서 ‘untact’를 쳐 보았다. 사전에 없는 단어였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공식적으로 사전에 등재되지도 않은 단어를 기자들이 만들어서 썼단 말인가? 영어사전에는 당연히 없고 다시 한국어사전을 찾아 보니 최근에 올라온 것이 있다. “언택트 : un- contact,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고 물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 따위를 받는 일”이라고 나타나 있다. 역시 ‘언택트’라는 단어는 콩글리시(Korean English = Konglish : 한국식으로 잘못 발음하거나 비문법적으로 사용하는 영어를 속되게 이르는 말)였다.

우리 민족은 참으로 창의력이 대단한 사람들이다. 외국어를 들여와서 한국어로 변질시키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외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말도 우리나라를 거쳐 가면 세계어가 되기도 한다. 언제가 한 번 서술한 적이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Fighting’이라는 단어다. 본토에서는 형용사로 쓸 뿐이지 독립어로 쓸 수 없는데, 우리나라에 와서 ‘파이팅, 화이팅, 홧팅, 팟팅’ 등으로 발전하여 다시 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요즘은 외국인들도 ‘파이팅’이라는 단어를 경기 중에 많이 사용한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민족인지 실감할 것이다. 태권도처럼 원래 한국어였던 것이 외국에 가서 외래어(차려, 경례 등)로 자리잡는 경우도 있지만 외국어가 한국에 와서 의미 변화를 겪고 다시 외국에 수출되는 것은 대단한 발전이다. 그만큼 우리의 국력(경제력)이 강해졌다는 말이다. 문제는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콩글리시가 진짜 영어인 줄 알고 본토에 가서 사용했다가 창피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한국어를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외국어를 사용할 때는 역시 외국어의 어법에 맞게 사용해야 혼란스럽지 않다. 지나치게 외국어 사용을 많이 하다 보면 오류가 나오게 마련이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즐겨 사용하는 자랑스런 한국인이 되자. 비대면 시대가 얼른 지나가고 만나서 얼굴을 보며 정담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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