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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로 알기]한국어와 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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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로 알기]한국어와 발음

한국어는 한 글자가 한 소리를 나타낸다. 그러니까 쓰기도 편하고 읽기도 편하다. ‘의’ 발음만 세 개로 발음하는 특이한 것이고 나머지는 거의 발음대로 쓰면 된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 학생들이나 다문화가족의 이주여성들이 혼란을 겪는 것이 있다. 실제로는 자신의 발음이 틀린 것인데 그것이 바른 것인 줄 알고 그렇게 표기한다는 말이다. 우리 학과에서는 해마다 유학생들과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한국어 말하기대회를 열어 왔다.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오늘은 발음에 관한 이야기만 해 보고자 한다.

“교수님 어떻게죠?”

필자는 매일 아침 카카오톡으로 한국어공부를 발송한다. 헷갈리는 우리말과 맞춤법, ‘사이시옷이야기’, 한자어 등으로 지루하게 않게 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문화가정의 결혼이주 여성들이 아직도 한국어 발음이 바르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다.

“교수님 어떻게죠?, 저 다음 달에 베트남에 갈게요!!! 다음에 잠석할게요^^*”라는 문자가 왔다. 평상시에 이 여성은 거센소리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참석->잠석’으로 평소에 발음하던 대로 쓴 것이다. 지난 주에 사고쳤던 비니(가명)한테서도 문자가 왔다. 비니의 친정엄마가 필자의 집을 청소했는데, 김치냉장고를 잘못 건드려서 냉장이 안 되었다. 다른 실수를 할까 걱정이 되어 비니에게 문자를 넣었더니 답장이 왔다. “네, 알겠습니다. 엄마가 모른 것 있으면 알러주세요. 문화자이라 정소하는 방법도 달라요 ㅋ” 물론 문자를 주고받을 때는 현대에 맞게 이모티 콘을 쓰기도 하고 축약된 형태의 이상한 어휘를 활용하기도 한다. 필자도 학생들과 카카오톡을 나눌 때면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이모티콘을 자주 쓴다. 그래도 이주여성들이 필자에게 문자를 보낼 때는 가능하면 문법에 맞게 보내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잘못 쓰면 바로 교정해서 보내주기도 하지만, 그들의 선생이기 때문에 어려워하는 것도 있다. 위의 문장을 보면 ‘알러주다->알려주다’, ‘문화자이 ->문화차이’, ‘정소 ->청소’ 등 거센소리가 거의 잘못 표기되었음을 알 수 있다. 평소에 한국어 발음에 대해 상당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가르쳤지만 이들에게는 아직도 어려운 발음이다. 된소리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한국어는 소리나는 대로 쓰면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냥 평소에 발음하던 것을 그대로 쓴 것인데 오류가 발생했다. 그래서 평소의 발음이 중요하다. 대충 알아들으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관심 없이 지나간다. 필자는 반드시 지적하고 고치도록 노력하지만 한계가 있다. 남편들도 고쳐주려고 하지 않는다. 외국인이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어 발음이 부정확하면 자녀들의 발음도 문제가 된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제대로 발음할 때가지 수정해 줘야 한다. 맞춤법도 마찬가지다. 하루아침에 한글맞춤법을 통달할 수는 없다. 오류를 수정하고 계속해서 보완해 가면서 익히는 것이다. 노력은 하지 않고 대화만 통하니 다 되었다고 생각하는 자세가 문제다. 한국인도 잘 모르는 한국어 문법을 외국인에게 강요한다고 한다. 한국인이 한국어 문법을 모르는 것은 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가 모르겠다.

결혼이주 여성에 대한 발음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많이 할수록 좋은 것이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말만 통하면 되지”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대화와 문장은 다르다. 대화가 된다고 논리가 성립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올바른 언어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문장으로 논리적으로 말 할 수 있을 때까지 가르쳐야 한다. 입장을 바꿔 말한다면 한국인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알아들을 때까지 가르치고 이주여성은 자신의 의사표현을 한국어로 능통하게 할 수 있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참 우리말은 재미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야! 일루와.”이렇게 말하고 쓸 때는 “야! 이리 와.”라고 쓴다. “반장, 나와서 이것 좀 노나 줘.”라고 말하고는 쓸 때는 “반장, 이것 좀 나눠 줘.”라고 쓴다. 한국인은 똑똑한 민족임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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