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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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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맛있게 드세요.

매번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듣는 소리가 “맛있게 드세요.”라는 말이다. 나만 이상하게 듣는가 생각해 보았다. 하도 많이 들어서 평범하게 넘어가지만 그래도 뭔가 한 마디는 해야겠다. 우리말에는 명령형어미라는 것이 있다. 명령할 때 쓰는 종결어미를 말한다.

우리말에는 대체로 4 가지의 격식체 문장이 있다. 일반적으로 ‘합쇼체(아주높임), 하오체(예사높임), 하게체(예사낮춤), 해라체(아주낮춤)’라고 한다. 요즘은 ‘하오체’는 잘 쓰지 않는다. 필자 정도의 나이(60 대)가 되면 젊은 사람들한테 “자네 이리 좀 오게.”라고 하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잘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다. 공무원 사회에서 주로 쓰는 특수한 용어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러한 ‘하오체’를 없애자고 했다가 향교의 어른들께 혼난 적이 있다. 고유한 우리말의 멋스러움을 살리는 것이 좋다는 것이 그분들의 주장이었다. 우리나라는 말에 의한 다툼이 많다. 친한 사이도 아닌데 반말한다고 화를 내는 것을 많이 보았다. 미국에서는 ‘you’로 쓰고 있으니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싸울 일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너, 당신, 여보, 임자’ 등등 많은 단어가 있고. 이 중 단어 선택을 잘못하면 싸움이 벌어진다. 그래서 존대법도 시대에 맞게 바꾸자는 것이 필자의 의도였으나 아직은 시기상조인 모양이다.

이유를 불문하고 명령하는 말은 참으로 조심해야 한다. 과거에는 새해 인사를 할 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하면 바로 불호령이 떨어졌던 시절이 있다. 어른에게 명령어를 쓴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로 필자가 대학원 다니던 시절 아주 유명한 국어학자 선배 어른께 직접 혼이 난 적도 있다. 그래서 그 시절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라고 했었다. 지금이야 세월이 변해서 누구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하지만 그래도 연세가 지긋한 노인들이 이러한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른에게 어떻게 명령어를 쓰느냐는 것이 그분들이 지론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가지고 안동대학교에서 민속학을 강의한 바가 있는 임 교수와 페이스 북을 통해서 한창 논쟁을 벌인 적도 있다. 지금은 임 교수의 말에도 일리가 있기 때문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너무나 대중화되었기 때문이다. 언어의 생명력이 이런 것이다.

다만 필자의 귀에 거슬리는 하나가 있으니 바로 식당에서 “맛있게 드세요.”하고 던지고 가는 행위를 비판하고 싶다. 음식은 맛대가리(?) 없게 만들어 놓고 맛있게 먹으라면 말이 되느냐고 옆에 있는 친구들과 웃기도 한다. 자고로 음식이 맛있으면 계산하고 나가면서 “잘 먹었다.”고 인사하고 갈 것이다. 그러나 맛이 없는 음식을 놓고 가면서 “맛있게 먹으라.”고 하면 말이 되는가 묻는 것이다. 지금은 이런 말이 보편화되어 버렸다. 어느 음식점이나 똑같이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언어가 대중 속에서 자리 잡고 나면 바꾸기가 힘들다.

지독히도 많이 틀리는 말이 “먼저 가실게요.”, “계산하시게요.”, “커피 나오셨습니다.” 등과 같은 말들이다. 특히 “먼저 가실게요(‘먼저 가시게요’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많다.)”와 같은 문장은 전혀 우리말의 어법에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말을 하고 있다. 청유형은 ‘함께 하자’는 의미의 표현이다. 계산대 앞에 있는데 점원이 “계산하실게요.”라고 표현하는데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다 알아듣고 카드로 하든 현금으로 하든 계산은 한다. 알아듣는 것과 어법에 맞는 것은 다르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틀리게 말해도 우리는 다 알아듣는다. 그리고 알아서 그 의미에 따라 행동한다. 그러나 한국인이 한국인에게 말하는 것은 어법에 맞아야 한다. 코미디나 개그가 아니라면 가능하면 올바른 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 굳이 아무 의미도 없이 유행하는 작법을 구가할 필요는 없다.

음식점에서 명령어를 사용하는 것도 불편하지만 생활의 전반적인 분야에서 어법을 무시하고 새로운 형식의 표현을 지나치게 만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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