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전 팀장은 KBS 탐사보도팀과 <미디어포커스> 창설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으로 탐사보도팀 팀장을 맡아왔으나 지난 8일 팀원으로 전보조치된데 이어 이번 사원인사에서는 부산방송총국으로 가게됐다. 그는 이번 인사로 탐사보도팀이 해체 위기에 놓인 것을 두고 "탐사팀 기자들이 무슨 죄를 지었느냐"고 따졌다.
그는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을 검증하고 다닌 것이 죄인가,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에게 검증 시간을 다른 후보보다 좀 더 할애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단군 이래 최대의 위장전입을 밝혀내서< 조선일보>까지 1면에 받아쓰게 했기 때문인가, MB의 '법도 원칙도 없는' 인사 실태를 들춰내 그 분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기 때문이냐"고 연거푸 물으며 "아무리 찾아봐도 공영방송 KBS 기자로서 열심히 취재하고, 제작한 죄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곧 조직개편과 함께 탐사보도팀과 <시사기획 쌈>과 <미디어포커스>의 기능을 조정하거나 폐지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며 "제발 탐사와 쌈과 미포를 건드리지 말아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모두 KBS 저널리즘과 자존심의 한 축을 지켜왔다"며 "저널리즘과 공영방송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만 지니고 있더라도 이들을 건드리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동료, 후배들을 향해 "이번 인사가 겨냥한 효과는 첫째가 '화근 없애기' 용의 확인사살이고 두번째는 조직 내의 공포감 유발"이라며 "벌써 게시판에는 '두렵다', '무섭다' 등의 표현이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그런 식의 통치방식은 항상 실패해 왔다"며 "우리 KBS 기자들이 그런 식의 위협에 굴복할 것으로 본다면 큰 착각일 것"이라고 했다.
<시사투나잇> 폐지 확정된 듯…<미디어포커스>는 '이빨 빼기'
한편 KBS는 2TV 시사프로그램 <시사투나잇>을 폐지하기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PD저널>은 19일 KBS 복수 관계자의 멘트를 통해 "최근 편성본부장을 비롯해 고위 관계자들이 거듭 회의를 한 끝에 KBS 2TV <시사투나잇>을 폐지하고, <시사토크>(가제)라는 시사토론 프로그램을 신설키로 한 것으로 안다"며 "1TV <미디어포커스>는 일요일 오전으로 시간을 옮기고 내용도 다소 바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디어포커스>는 미디어비평이라는 프로그램의 취지는 살리지만 프로그램의 제목을 변경하고 내용의 연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병순 사장은 지난달 27일 취임사에서 "지금까지 대내외적으로 비판받아 온 프로그램,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변화하지 않은 프로그램은 존폐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혀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들의 집중 포화를 맞아온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등의 폐지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다.
* 김용진 탐사보도 전 팀장이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라고 배웠고, 나름대로 그렇게 실천해왔습니다. 하지만 기사로는 말하기 힘든 일들이 생겼고, 게시판에도 이리저리 염려해주시는 동료들이 많아 난생 처음 이곳에 한 말씀 올립니다. 먼저 칼자루를 쥐고 휘두르는 분들께 여쭙겠습니다. 뭐가 그렇게 두려워서 이전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야반인사'를 그렇게 쫓기듯 내야 했습니까? 탐사보도팀의 구성원들이 앞으로도 계속 뭘 써댈지 그것이 그렇게 부담스러웠습니까? 이제 힘도 다 빠져 청경들에게, 청와대 경호원들에게 가로막힌 채 촛불 하나, 현수막 하나 제대로 들지 못하는 사원행동이라는 조직이 그렇게 신경에 거슬렸습니까? 그 정도 사이즈의 간과 배포를 가지고 어떻게 급변하는 방송 환경에서 KBS를 이끌어 나가고, 그 공영성을 지켜내시겠습니까? 저에 대한 인사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불과 열흘 사이에 두 번씩이나 책상 빼고, 짐 싸야하는 불편이 있긴 하지만 나 자신에 대한 인사는 뭐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포커스 창설멤버에다 데스크까지 했고, 그것도 모자라 탐사보도팀 창설멤버에다 팀장까지 했으니 권력을 잡은 입장에선 충분히 손을 봐줄만했겠다는 뜻입니다. 그 정도도 손보지 못한다면 조직을 장악한 맛이 나질 않겠죠. 하지만 탐사팀 기자들, 팀원들은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숱하게 날밤을 새며 수천, 수만 장의 기록과 씨름하고, 내비와 지적도를 들고 전국의 논밭과 임야를 헤매며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을 검증하고 다닌 것이 죄입니까? 노트북 스크린에 스프레드 시트 수만 칸을 올려놓고 눈이 빠지게 조그만 단서라도 찾아 헤맨 것이 죄인가요?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다시 물어보겠습니다.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에게 검증 시간을 다른 후보보다 좀 더 할애했기 때문에? 아니면 최시중의 여론조사 유출과 탈영과 부동산 투기, 그리고 그 아들의 '귀신도 곡할' 부동산 거래를 폭로했기 때문에? 유인촌의 이상한 엔화 보유 실태를 계속 물고 늘어졌기 때문에? 그것도 아니라면 단군 이래 최대의 위장전입을 밝혀내서 조선일보까지 1면에 받아쓰게 했기 때문에? MB의 '법도 원칙도 없는' 인사 실태를 들춰내 그분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기 때문에? 과연 죄목이 뭡니까? 아무리 찾아봐도 공영방송 KBS 기자로서 열심히 취재하고, 제작한 죄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번 탐사팀원들에 대한 인사는 권력의 사주를 받아 여러분들께서 자행한, KBS 저널리즘에 대한 청부 살해 사건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탐사팀 책상이 6개나 비워지고 있습니다. 이게 도대체 뭡니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곧 조직개편과 함께 탐사보도팀과 쌈과 미디어포커스의 기능을 조정하거나 폐지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습니다. 칼자루를 쥔 분들께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제발 탐사와 쌈과 미포를 건드리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현재 KBS 탐사팀과 시사다큐 쌈은 대다수 언론사 기자들이 부러워하는 모델이고 프로그램입니다. 왜 수년간 KBS 기자들이 쌓아올린 역량을 하루아침에 팽개치려합니까? 미디어포커스도 마찬가집니다. 지난 5년간 독과점 상태의 여론시장에서 그나마 다양한 여론의 흐름을 전달해준 프로그램입니다. 모두 KBS 저널리즘과 KBS 자존심의 한 축을 지켜왔습니다. 저널리즘과 공영방송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만 지니고 있더라도 탐사와 쌈과 미포를 건드리는 우를 범하지는 않으리라고 믿어 봅니다. 마지막으로 동료, 후배들에게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인사가 겨냥한 효과는 두 가지로 보입니다. 첫째가 '화근 없애기' 용의 확인사살입니다. 두 번째는 조직 내의 공포감 유발입니다. 벌써 게시판에는 '두렵다', '무섭다' 등의 표현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까불면 찍히고, 찍히면 죽는다는 것이죠. 하지만 그런 식의 통치방식은 항상 실패해 왔음을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 KBS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나약한 자들만이 공포를 무기로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려 합니다. 우리 KBS 기자들이 그런 식의 위협에 굴복할 것으로 본다면 큰 착각일 것입니다. KBS 저널리즘이 그렇게 쉽게 죽지도 않을 것입니다. 처음 올려본 글이 그만 길어졌습니다. 저는 기자가 어디에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기사를 쓰느냐가 중요한 것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일하겠습니다. 사족: 아래 게시판에 누군가가 가소로운 색깔론을 제기했는데, 나는 그 흔한 사민주의자도 되지 못함을 여태 부끄럽게 여기며 살고 있는 사람이다. 물론 색깔론을 올린 사람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도 못하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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