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 의혹이 속속 사실로 밝혀지면서, 정부가 작업을 강행하고 있는 국정 역사교과서 또한 국정 농단에 의한 결과물일 것이라는 비판적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는 28일 성명을 내고 "최근 박근혜 정권은 비선 실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며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문제를 노출하였다"며 "국정화 강행의 경우 국정교과서가 '최순실 교과서'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비판을 더 이상 웃고 넘길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지난 1년, 국정 역사교과서 강행은 최고 권력자의 독선과 아집이 우리 사회의 시스템과 사회적 합의를 어디까지 붕괴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며 "시민사회와 학계의 동의 없이 만들어진 역사교과서가 제 구실을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현 시국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정화 강행뿐만 아닌 정부의 제반 반민주적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행동을 취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1948년에 대한민국 수립? 임시정부 법통은 어디로?
이처럼 정부의 국정 교과서 강행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다음 달 28일 공개될 국정 역사교과서 내용 가운데 1948년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기될 예정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날 교육부 관계자의 말을 따,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 해로 기술하는 것이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쓰면 건국절을 주장하는 뉴라이트 사관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비판하지만 이는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새로운 교과서에는 기존 검정 교과서보다 임시정부에 대해 더욱 자세하고 충실하게 기술하고 있다"고 강변했다고 이 신문은 밝혔다.
그러나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기술하는 것은, 1919년 세워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야당은 이날 일제히 성명을 내고 교육부에 왜곡된 역사 기술을 멈추라고 규탄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1919년 세워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대한민국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왜곡된 역사를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치겠다는 것"이라며 "이해할 수도, 이해해서도 안 되는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역사 인식에 대해 국민은 이것마저도 최순실이 지시한 것 아니냐는 걱정 어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도 논평을 통해 "국가의 근본인 역사교육을 사이비종교인 최순실의 조언이나 지시에 따라 추진했다면 백년지대계가 아니라 망국지대계가 될 것"이라며 "교육부는 억지 논리로 국정교과서를 옹호하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가소로운 시도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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