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저유가' 지속되는 건 미국의 '음모'?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저유가' 지속되는 건 미국의 '음모'?

[해외시각] '석유 시장의 종말' 앞에 체제 위기 직면

국제유가가 급락한 채 지속되는 현상이 글로벌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도 언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계속 지속될 것같던 고유가가 갑자기 끝나버린 이유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저유가가 지속되는 이유가 공급이 넘쳐나기 때문이라면,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조절하면 될 텐데 좀처럼 합의를 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관련 기사:저유가를 호재로 반기지 못하는 이유)

지난 2008년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하던 국제유가는 현재 30달러 안팎으로 떨어졌다. 특히 국제유가는 2014년 6월 이후에 70%가 넘게 하락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게다가 지속되는 것은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과 어긋난 것이다.

게다가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가능성을 비웃듯 모건스탠리는 4일(현지시간) 올해 국제유가 전망치를 대폭 하향 수정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국제유가 전망치를 각각 31달러, 30달러(기존 전망치는 각각 42달러, 45달러), 3분기와 4분기 전망치도 30달러, 29달러(기존 전망치 48달러, 59달러)로 내린 것이다. <뉴욕타임스>도 "지난 10여 년동안 '정상가'로 여겨진 배럴당 90~100달러 수준으로 국제유가가 복귀하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국제유가에 대한 예측이 크게 어긋나고, 산유국들이 오일머니 수입이 급감하면서 큰 어려움에 봉착하자 '음모론'이 대두됐다.

미국이 오일머니로 목소리가 커진 산유국들을 죽이기 위해 셰일유 등 새로운 석유 채굴법을 동원해 원유 공급을 늘려 국제유가를 떨어뜨리는 '석유 패권전략'이 가동됐다는 것이 대표적인 '음모론'이다. 실제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두 배나 증가했다. 원유 수입국이었던 미국은 올해부터 아예 원유 수출국으로 돌변했다.


▲이라크의 한 유전 시설.ⓒAP=연합뉴스


"산유국들, 죽기 직전의 고통을 느끼는 단계"

하지만 산유국들도 원유 생산량 감산에 합의하지 않고 있다. 특히 서방권의 경제제재로 원유 수출길이 막혔던 이란은 원유 수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이란은 오히려 생산량 조절에는 동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 등 걸프 연안 산유국들은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사우디가 감산을 거부하는 이유에는 시장점유율 유지도 있지만, 적대관계인 러시아와 이란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 때문이라는 '음모론'도 있다. 하지만 미국과 사우디가'음모론'의 공범일 가능성에 대해 동의하는 이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각종 음모론에도 불구하고 근거는 희박하다는 점에서 저유가 사태는 수요와 공급의 문제 이상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저유가로 채산성이 떨어져 추가적인 채굴 포기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에 2016년 말부터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원유 시장 자체가 문을 닫을 날이 멀지 않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매장량이 넘쳐나는데 나중에는 채굴할 가치가 없는 원자재가 된다면, 시장이 문을 닫기 전에 최대한 많이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산유국들이 처한 딜레마가 바로 '석유 시장의 종말'이며, 산유국들이 '자원의 저주'로 존망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진단도 대두됐다. 프린스턴대학교 역사학과 해럴드 제임스 교수는 "산유국들이 지금 죽기 직전의 고통을 느끼는 단계에 처해 있다"고 표현했다.

제임스 교수는 "기술 발전에 따른 자원의 세대교체"가 국제유가 하락의 근본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석탄이 고갈되지도 않았는데 주에너지원으로서 석유에게 밀려난 것처럼 석유도 주에너지원으로서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후변화 문제로 화석연료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에 따라, 석유 역시 이제 '에너지원의 세대 교체'에 직면한 연료라는 것이다.

"산유국들의 위기, 지정학적 위기 초래"


석유가 에너지 시장에서 축출되는 상황이 오면 산유국들은 존망의 위기에 몰리게 된다. 산유국들의 위기는 지정학적 위기도 초래한다. 산유국들은 석유라는 원자재에 의존한 체제여서, 자원의 가치가 떨어지면 지배체제 자체도 흔들리게 된다는 것이다.

제임스 교수는 산유국들의 지배체제가 허약한 독재체제라는 점을 '자원의 저주'라고 표현한다. 이미 남미의 대표적인 '반미국가' 베네수엘라는 오일머니가 고갈되면서 올해 내에 디폴트를 선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브라질과 에쿠아도르도 경제와 정치가 파탄이 날 지경으로 몰리고 있는 산유국들이다. (관련 기사:베네수엘라, '오일 머니' 고갈로 파산?)

그는 "나이제리아,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이란, 그리고 이라크 같은 산유국들이 많은 차이점이 있겠지만, 한 가지 점에서는 같다"고 지적했다. 그것은 이들 나라들이 석유로 얻은 수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권력 다툼과 부패에 찌들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저유가가 지속되면 산유국의 '도적 같은' 권력자들 사이에서 더 큰 다툼이 벌어지고, 산유국들끼리도 싸우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제임스 교수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주장한 "저유가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등 음모론에 대해, 산유국들의 권력자들이 내부에서 벌어지는 혼란에 대해 핑계를 대기 위해 지어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