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문정인 "北, 美 대화제의는 중국 향한 제스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문정인 "北, 美 대화제의는 중국 향한 제스처"

[인터뷰] "美 수용 가능성 낮아…韓美中 압박하면 북 핵실험 감행"

북한이 16일 북미 간 고위급회담을 전격 제의함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변동이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국제관계 전문가인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북한의 이번 제안은 중국을 향한 '제스처'일 수 있다며 실제로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게 봤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과 미국의 인식차가 여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 교수는 특히 북한이 제의한 남북대화, 북미대화가 모두 무산된 상황에서 한국·미국·중국 3자가 북한을 압박할 경우 북한이 이에 대한 반발로 4차 핵실험이나 추가 미사일 발사 등 도발적인 행동을 감행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정세현 원광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과 일치된 관측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관련기사 보기 : 정세현 "北, 美 대화제의 안 받으면 4차 핵실험할 수도")

문 교수는 17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대화 제의 배경에 대해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지난달 베이징(北京)에 가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만났을 때 나온 얘기가 '6자·4자·양자 등 모든 대화를 다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짚었다.

문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기보다는, 중국이 비핵화라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이를 대화를 통해 달성하자고 하면서 최룡해에게도 그런 메시지를 보냈으니 북한은 나름대로 성실히 (대화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결국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있어야 6자회담을 열 수 있고, 6자회담은 중국이 나서야 하는 것이다. 북한의 대남, 대미 대화 제의는 이를 위해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중국이 자신들에게 원하는 바는 다했다'고 하면서, '남북대화는 남측이 깨고, 북미대화는 미국이 조건을 붙였다'고 (변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자료사진) ⓒ프레시안(최형락)

그러면서 문 교수는 "중국의 입장에 대해 큰 인식차가 있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 측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대화에 나오도록 하기 위해 한미중 3자가 북한에 압력을 가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 반면, 중국 측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그런 뜻이 아니라 6자회담을 재개하고 북미간, 남북간 대화를 하라는 것이라는 식으로 브리핑을 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정세를 대화 국면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 노력의 이면에는 상황을 관리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문 교수는 분석했다. 그는 "만약 북한이 제의한 남북대화, 북미대화가 모두 깨진 상태에서 한미중 3자가 북한에 압박을 가하기 시작하면 북한이 4차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북한 군부 입장에서는 '중국이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 인정을 안 해줘? 그럼 우리 식대로 하겠다'고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 교수는 "과거 북한의 패턴을 보면, 자신들이 성의를 보였는데 다른 나라가 이를 인정해 주지 않으면 그 후과에 관계없이 도발적 행동으로 갔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상황을 관리하려는 중국의 노력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판을 깨는'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북한의 이번 대화 제의를 받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은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준수하고 행동으로 (핵 활동을) 안 한다는 것을 보였을 때 북미대화를 고려한다는 것"이라며 "안 하겠다는 것으로 본다. 또 북미대화를 위해서는 남북대화를 먼저 하라는게 오바마 1기 행정부 때부터 미국이 취해 온 태도"라고 했다. 단, 문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 중국의 체면을 살려줘야 하는 건 있다"면서도 "(미국) 자기들이 주도적으로 해서 풀 의사는 없는 것 같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이번에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는 북한만의 비핵화가 아니다'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한 법령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에 이미 그런 내용이 있다"며 "핵시설과 핵물질에 대해서는 검증가능한 폐기가 가능하지만 핵탄두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핵군축 협상을 통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기존 입장이다. 북한은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도 문제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핵심은 북미관계 정상화"라며 문 교수는 "문제는 미국이 그것을 할 용의가 있느냐"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은 핵탄두를 비롯한 모든 핵을 북한이 전부 포기해야 평화체제나 수교를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고, 북한은 이를 동시에 하자는 것"이라며 양 측의 인식차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병행 추진하면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가져야 북핵 문제에 진전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도 "북미 간 협상을 꼭 '통미봉남'으로 볼 필요는 없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관점에서 보면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의 관계)가 제로-섬 게임인 것은 아니다"라며 유연한 태도를 주문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