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수에 대해 구글은 '모바일 우선 전략(mobile first strategy)'을 분명히 하면서 구글의 미래상을 '모바일 업체'에 두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하지만 구글의 '변신'이 재앙으로 끝날 것이라는 경고가 속속 나오고 있다. 구글이 '인터넷 업체로의 한계를 느끼면서 방어적으로 내던진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이 모토롤라를 거액을 주고 인수하는 야심찬 결정을 했다. 그러나 애플을 따라잡기 위한 무리수라는 경고도 잇따르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제2 애플'로의 변신, 애플 체제 우수성 인정한 따라잡기
애플은 처음부터 모바일 단말기제조와 운영체제를 결합하며 시장을 선점한 업체인 반면, 구글은 뒤늦게 단말기 제조업체를 인수하면서 '제2의 애플'을 시도한 것이지만, 애플을 넘볼 정도의 성공적인 변신은 쉽지 않은 과제라는 것이다.
특히 16일 <블룸버그> 통신은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가격은 닷컴버블급 거품가격"이라고 지적하면서 '승자의 저주'가 닥칠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대한 특허권 시비에 시달린 나머지 모바일 특허권들을 확보하기 위해 1999년 닷컴버블 이후 모바일 단말기 업체에 대해 가장 비싼 프리미엄을 치르는 결정을 했다.
모토로라의 주식을 주당 40달러에 인수하겠다는 가격은 20일 평균주가보다 73%가 높은 것이며 그것도 현금으로 지불하겠다는 조건이다. 지난 10여년간 모바일 업계에서 프리미엄의 평균 비율은 38%다.
닷컴버블급 값비싼 인수가격
구글은 행사가능한 옵션 등을 포함하면 무려 128억 달러 (약13.7조원)에 모토로라를 인수하는 것으로, 다만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지난 1월 별도 법인으로 분리되면서 현금만 3조원을 보유하고 부채가 없는 상태라는 점이 그나마 인수가격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하지만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가격은, 통상 인수합병 가격의 장기적 부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 EBITA(영업이익 + 감가상각비)의 무려 32배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2010년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볼 때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가격은 1999년 인텔이 DSP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할 때 EBITA의 43배를 들인 이후 가장 비싼 평가액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현금만 391억 달러(약 41.8조원)를 쌓아둔 구글만이 가능한 조건의 인수합병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구글의 이번 결정은 사운을 건 야심찬 행보로 비쳐지고 있다.
미국 신시내티 소재 투자운용업체 발 & 게이너의 매트 매코믹은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스마트폰 시장의 판돈을 키우는 시도"라면서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전력을 기울이는 한편, IT 업계에서 자신의 위상을 지키고 끌어올리기 위해 상당한 프리미엄을 기꺼이 지불한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올해 2분기 판매실적만으로 보면 이미 안드로이드를 장착한 스마트폰 단말기의 시장점유율은 43.3%로 애플의 18.2%의 두 배가 넘는다. 하지만 그동안 구글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경쟁업체들로부터 대대적인 특허 소송 공세에 시달렸다.
<블룸버그>는 "모바일 시장에서 경쟁하려는 업체가 자유롭게 사용할 특허권으로 무장하지 않고 나선다는 것은 경쟁에서 심각하게 불리한 처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를 필사적으로 감행한 배경이 사실상 특허권 취득에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구글은 모토로라 인수로 단숨에 2만5000건의 모바일 관련 특허권을 취득하게 된다.
구글, 제조업 경험 전무하고 인력 급증 부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IT전문 사이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인수가격과 다른 관점에서, 보다 직설적으로 "구글-모토로라의 결합은 재앙으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이 매체는 5가지를 들었다. 첫째,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장착하는 모토로라 이외의 휴대폰 단말기 제조업체들과 갈등을 빚게 된다는 점이다.
두번째, 단말기 제조업은 구글의 핵심역량에 속하는 사업과 완전히 다른 종류다.
세번째, 구글의 검색 및 광고 수입과 달리 단말기 제조업은 상당히 이윤이 박한 사업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하드웨어 제조업과 판매는 공급망, 부품, 공장, 생산 인력 운용, 소비자 마케팅 등 구글은 거의 경험한 적이 없는 요소들로 이뤄졌으며, 모토로라 자체가 요즘 이런 분야에서 죽을 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휴대폰 제조사인 모토로라의 시장점유율은 최근 2%대까지 줄어들며, 지난 1월 분사 이후 26%나 주가가 하락했다.
네번째, 인수합병에 따른 기업의 구조적 변화도 위험 요인이다. 모토로라 모빌리티의 인력은 창의적 인력이 주축이 돼 매출에 비해 인원이 적었던 구글로서는 60%의 직원이 증가하는 것이다. 구글 전체 인원이 2만9000명인데, 1만9000명이 한꺼번에 늘어나게 된 것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기업문화가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구글에서 이런 변화를 감당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앞에서 살폈듯 구글의 인수합병 결정은 '공격적'인 것이 아니라 '방어적'이라는 측면도 앞날을 밝게만 보기 어렵게 한다.
"삼성과 HTC 등 파트너들의 등에 칼 꽂아"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현재 안드로이 기반 스마트폰의 양대 강자인 삼성과 HTC가 구글이 경쟁업체가 된다는 사실을 어떻게 생각할까"라면서 "지금까지 삼성과 HTC, LG 쪽에서 나온 말들이라고 구글 측에서 밝힌 것은, 구사하는 용어의 유사성으로 볼 때 같은 홍보 라인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진짜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구글은 지금 삼성과 HTC의 등에 칼을 꽂고 있다"면서 "삼성과 HTC는 운영체제를 바꾸기에는 너무 늦어서 할 수 없이 웃는 척을 하겠지만,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은 결국 운영체제를 함께 쓰는 방식보다 애플처럼 운영체제와 하드웨어가 통합된 모델이 우수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구글이 애플의 강력한 경쟁업체로 탈바꿈하는 과제는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아주 어려운 목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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