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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논쟁의 핵심은 불로소득 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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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복지 논쟁의 핵심은 불로소득 환수!"

[기고] "복지 재원 마련과 부동산 문제 해결,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바야흐로 '복지'가 대세다. 복지에 소극적이었던 민주당이 무상급식에 이어 보육과 의료, 대학 등록금에 이르기까지 복지의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나서는 것만 봐도 그렇다. 바람의 방향에 민간한 대중정당이 이렇게 정당의 방향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은 대한민국의 잠재적 복지수요가 그만큼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와 같은 민심의 도도한 흐름을 외면했다가는 정당 자체의 존립도 어려울 수 있다고 민주당 지도부는 판단했을 것이다.

출산율은 급격히 낮아지는 반면 생명연장으로 인한 고령화 현상은 심화되고, 계속 벌어지고 있는 소득격차, 그리고 실업문제·비정규직문제, 어마어마한 사교육비에 등골이 휘는 가계 등을 감안하면 민주당의 위와 같은 태도변화는 정상적이라고 하겠다.

관건은 재원 마련

▲ 환자를 돕는 간병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복지 수요가 폭증했다. ⓒ프레시안
언제나 그랬듯이 '자칭' 보수 한나라당은 이런 움직임에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비판은 주로 재원 마련에 맞춰져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무상의료를 주장하면서도 보험료율 인상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국민을 속이는 선심성 공약"이라고 정곡을 찔렀다. 민주당은 억울하겠으나, 말 자체는 틀리지 않다.

민주당이 재원 마련에 신중함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진작부터 보편적 복지를 주장해온 민간 싱크탱크인 복지국가SOCIETY는 주로 누진적 소득세와 법인세 강화를 통해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쉬운 말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서 더 많은 세금을 거둬 복지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도 증세의 대상에 대해서는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관건은 재원 마련이다.

이에 대해서 필자는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보다 토지에서, 정확히 말해서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해서 복지에 투입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기왕에 하는 증세라면 경제효율을 해치지 않고, 더 나아가서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최선인데, 토지 불로소득 환수가 여기에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보수는 알고 진보는 모르는 것

그런데 진보는 왜 이런 생각을 안 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필자는 진보가 토지 내지 부동산을 경시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생활인들은 한국의 가장 큰 문제가 부동산이라는 것을 몸으로 알고 있는데,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면 내수도 살아나고 기업하기도 편하고 '노력한 사람이 잘사는 사회'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희한하게도 대안을 다루는 진보의 보고서에는 부동산이 우선순위에서 저만치 밀려나 있다. 노동, 자본, 금융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데, 이것을 직간접적으로 괴롭히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노동에 대한 기업의 착취를 언급하지만, 토지문제가 기업에 얼마나 부담이 되는지, 또한 노동을 얼마나 괴롭히는지 까지는 추적하지 않는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모르나 지금까지 노동, 기업, 금융, 토지(부동산) 등을 역어서 한국 사회 문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체계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진보 쪽의 보고서는 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진보가 토지를 다루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룬다고 해도 고작 주택문제에 국한시켜서, 혹은 부동산이 금융과 관련 있을 때만 거론할 뿐이다.

정치가 대중의 생활상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라면 진보의 이런 태도는 바뀌어야 한다. 진보는 인간이 토지 위에서 생활한다는 걸, 토지문제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걸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한국의 '자칭' 보수는 다르다. 그들은 토지에, 정확히 말해서 토지 불로소득 환수 장치에 항상 촉각을 곤두세운다. 왜 그럴까?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토지 불로소득을 보장해야하기 때문에? 필자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동산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물적 토대라는 것을 그들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재벌들은 대지주이다. 자신이 재벌이 되기까지 토지투기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잘 알고 있고, 열심히 제품 개발해서 돈 버는 것보다 토지투기하는 것이 훨씬 쉽다는 걸 체득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역시 개발정보를 빼내서 땅을 사두고 기다리는 것이 돈 버는 첩경이라는 걸 훤히 알고 있다. 이들 모두는 자신의 권력이 부동산에서 나온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무한한 부러움과 존경을 살 수 있는 재정적 원천이 바로 부동산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토지의 사회경제적 영향력

그러면 토지는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많은 진보학자들이 토지는 농경사회에서나 중요했다고 생각하지만, 조금만 검토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집을 사는 데 엄청난 대출을 받아서 내수가 위축되는 문제, 엄청난 토지 불로소득이 일부 토지소유자에게 집중되어서 생긴 빈부격차 문제, 땅값이 비싸서 도로와 같은 기반시설을 설치하기 어려운 문제, 높은 땅값으로 창업하기 어려운 문제, 그래서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문제,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빚어지는 재산권자와 세입자 간의 갈등 문제,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문제, 막대한 정부재정을 토건사업에 낭비하는 문제, 적대적 노사관계 문제, 부동산 거품 붕괴가 초래하는 금융시스템 마비 문제 등등.

요악하자면 토지는 금융, 주거, 노동, 사회갈등, 빈부격차 등에 직간접적 영향을 끼친다. 이것을 역으로 말하면 토지문제의 해결 없이, 금융 불안정 해소, 주거문제 해결, 노사갈등, 사회갈등, 빈부격차를 해결하기는 너무 어렵고, 그렇게 하다가는 국가에 과부하가 걸리고 각종 비효율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무리 그럴싸한 논리를 동원해도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에서 세금을 많이 거두게 되면 경제가 위축된다는 사실은 피하기 어렵다. 그런데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면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토지 불로소득을 많이 환수할수록 방치되거나 저사용(underuse)되었던 토지가 생산에 이용되어 일자리가 늘어나고 집값은 하향 안정화되어 노동자의 주거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금융기관이 안정될 뿐만 아니라, 은행의 많은 자금들도 생산적인 부분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한마디로 토지 불로소득에 짓눌렸던 생산의 용수철이 튀어 오르면서, 토지 불로소득이 초래한 빈부격차도 시정된다. 요컨대 토지 불로소득을 복지의 재원을 삼으면 사회는 안정되어가고 시장은 더욱 역동적으로 변화된다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게 되면 불필요한 도로나 공항을 건설하는데 들어가는 재정낭비도 줄일 수 있게 된다. 2010년 한국의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재정지출 규모는 총재정지출 대비 8.60%로 선진국의 3배나 된다. 그런데 왜 이렇게 한국의 SOC 재정지출은 많은 걸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중요 원인 중에 하나는 땅값이 너무 비싸고 지가상승을 노리는 토지소유자들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가 별로 다니지 않는 곳인데도 도로를 깔고 이용률이 대단히 떨어지는데도 공항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런데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면 땅값이 경향적으로 저하하여 꼭 필요한 인프라 설치에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불로소득을 기대하고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토지소유자들의 요구도 수그러든다. 그렇게 되면 토건에 투여되었던 재정의 일정부분을 복지로 돌릴 수 있게 된다.

또한 토지 불로소득 해결은 주택문제 해결에도 크게 기여한다. 복지국가론자들은 복지 차원에서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면 굳이 복지에 기대지 않고도 주택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주거복지정책이 불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토지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 없는 상태에서 복지국가가 구상하는 주거복지를 실행하려면 주거문제 해결도 어렵거니와 돈도 엄청나게 들어가게 된다.

그렇다면 환수할 수 있는 토지 불로소득이 얼마나 될까? 우리가 선진국 수준으로 부동산 세제를 정비하기만 해도 30~40조 원은 족히 거둘 수 있고, 여기서 더 나아가서 토지가격의 원본인 지대를 환수하면 최소 100조 원 이상이 된다.(물론 현재의 토지가격을 유지하면서, 다시 말해서 매입지가의 원리금을 보장하면서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되면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도 감면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게 된다.

참여정부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우리는 이 지점에서 참여정부 경험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진보 쪽에서는 참여정부 때 부동산 세제를 강화했는데 결국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지 않았느냐, 세금가지고 부동산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하는 생각이 주류인거 같다. 세금을 올렸는데도 집값이 폭등했으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이들 중에 어떤 사람들은 아파트 분양원가공개를 하지 않아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토지보유세·양도소득세·개발이익환수제의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입법화시킨 시점이 임기 3년이 다된 2005년 말이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때는 이미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고 정권의 지지도가 낮은 상태였으며,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세제정책을 비판하고 다니던 때였다. 한마디로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에 있었던 시기였다.

그런데 만약 집권 초기부터 부동산 문제 해결에 관한 더욱 확실하고 근본적인 정책 로드맵을 발표하고 그것을 입법화 시켰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필자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을 거라 생각한다. 참여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한 최초의 민주정부가 되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을 토건경제에서 구해낸 정부로 기억될지도 모른다고 본다.

이런 것을 보고 진보진영이 참여정부로부터 배워야 할 점은 부동산 문제는 집권초기에 주도면밀하게 준비해서 제도화시켜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한국 사회 문제의 근원에는 부동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걸 볼 수 있어야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의미 있는 사회경제적 변화가 매우 어렵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우리만의 복지모델을 만들자

토지공개념의 원류(原流) 헨리 조지가 쓴 <진보와 빈곤>에 보면 아이들의 대장 따르기 놀이 이야기가 나온다. 대장이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울타리를 건너면 졸병들도 대장을 따라 넘고, 대장이 넘어지면 넘어져야 하는 줄 알고 졸병들도 아무 생각 없이 넘어진다는 우스운 이야기다.

그런데 필자에겐 지금 복지국가를 주창하는 그룹도 대장 따르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스웨덴, 핀란드 등이 소득세와 법인세, 법인이 부담하는 사회보장기여금이 높으니까 우리도 높여야 하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비효율과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지 않아서 생기는 부동산 버블붕괴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토지에서 복지 재원을 마련하면 스웨덴, 핀란드보다 경제효율을 높이면서, 다시 말해서 토지로 인한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동시에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늘리면서, 거기에다가 부동산 버블붕괴로 인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겪지 않으면서 복지국가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전 세계가 운영하고 있는 시장경제의 모습이 다양하듯이 복지국가로 가는 길도 다양하다. '안정된 사회-역동적 시장'이 복지국가가 추구하는 목표라면 복지 재원 마련과 부동산 문제 해결을 동시에 가능케 하는 토지 불로소득 환수를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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