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들 사이에서 '쓰메끼리(일본어로 손톱깎이라는 뜻)'로 불리는 유보임금은 건설현장에서 뿌리 깊게 내리박힌 관행이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지난 9월 전국 104개 건설 사업장의 유보 임금 실태를 파악한 결과 건설 노동자들은 평균 32일 늦게 일당을 받을 수 있었고, 최대 2달까지 임금이 밀린 이들도 있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건설 현장에서 발주처와 원청회사-하청업체로 이어지는 구조 때문이다. 대부분의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은 하청업체에 고용돼 있다. 하청업체는 노동자들이 1달을 일하면 작업량을 정산해 원청업체에 올린다. 원청업체는 다시 이를 발주처에 제출하고 발주처에서 공사 대금을 지급하면 이 과정이 거꾸로 반복된다. 1달치 작업이 끝난 시점과 일당을 받는 날 사이에 간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원청업체가 받는 공사 대금을 하청업체에 분배하는 데만 5~10일이 걸린다. 평균 임금 유보기간이 32일나 걸리는 이유다.
노동부 통계로도 2007년 9504개 건설 사업장에서 949억 원의 체불이 발생했다. 2010년 8월 현재 사업장은 5819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체불 임금은 807억 원으로 약 15% 줄어드는데 그쳤다. 노동부는 체불임금 통계에서 유보임금을 따로 밝히지 않지만 대부분의 체불의 원인이 된다는 게 건설 노조의 견해다.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 곧 업체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노동부에 진정을 넣어도 사업주가 도주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임금 체불로 남는다.
▲ 전국건설노동조합 전북지역본부 노합원들이 지난 7월 전주 광주지방노동청 전주노동지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불임금의 근원인 유보임금 해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
한 공사 현장에 오래 머물지 않고 일감을 찾아 떠돌아다녀야 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한두 달 밀려 나오는 임금은 생활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쓰메끼리'를 둘러싼 노동자와 사업주간의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2008년에는 유보임금에 항의하는 한 40대 노동자가 현장 관리자에게 폭행당해 숨지는 일이 있었다.
지난 6월에는 경기 군포 당동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목수 2명이 크레인 위에 올라 농성을 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골조 부문을 맡은 노동자 70여 명이 하청업체와의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유보 임금을 줄여나간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는데, 조인식을 앞두고 원청회사가 난색을 표하면서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번에 분신한 레미콘 노동자의 경우 '지입차주'라는 위치 때문에 유보 임금 문제는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자신이 건설기계를 임대하거나 구입해 회사의 명의로 등록하고 일하는 지입차주는 '특수고용직'이라 불리며 법적으로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노동조합 활동도 제한되는 등 법의 보호도 제대로 받을 수 없다. 한 때 특수고용직도 산업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는 등 처우가 일부 개선되는 듯 했지만, '노동 유연화'를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부터는 다시 냉랭한 분위기다.
'쓰메끼리' 논란이 지속적으로 일자 노동부도 지난 19일 전국 260개 사업장에 근로감독관을 투입해 임금 체불 등 법 위반 사항에 대한 감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순한 감독을 넘어 건설노동자들의 안정적인 수입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민주당 이찬열 의원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임금) 유보기간을 14일로 제한하고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등 근원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전국 건설현장에서 사업주와 근로자간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곳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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