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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메시지, 방관인가 노림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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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안철수 메시지, 방관인가 노림수인가?

"가장 낮은 수위의 지지"…"문재인 지면 안철수도 없다"

안철수는 문재인을 도울 것인가, 돕지 않을 것인가. 해단식은 치러졌고, 안철수는 말을 했지만, 문제의 답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3일 열린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진심 캠프' 해단식에서 안철수 전 후보는 '문재인'이라는 이름을 단 한 차례 언급했다. 그마저도 지난달 23일 후보직에서 사퇴하며 읽어내렸던 회견문을 인용한 부분이었다. '문재인 지지'라는 문구는 아예 없었고, 그저 사퇴할 때 했던 '성원해달라'를 이제는 받아들여 달라고 했다.

그리고 바로 뒤이어 한 말은 현재의 대선 구도에 대한 비판이었다. 유력한 두 후보의 이름이 직접 나오지는 않았지만, 두 후보가 주도권을 쥐고 치르고 있는 이번 선거가 '새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안철수 전 후보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3일 열린 진심 캠프 해단식에서 나온 안 전 후보의 메시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었다. 분석은 크게 엇갈렸다.

'문재인'이란 단어, 단 한 번 나왔다…"대선 결과, 오롯이 문재인 책임이란 뜻"

"오늘 한 말만 고스란히 놓고 보면 모든 것은 문재인의 몫이고, 책임이란 얘기다."

한 정치분석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 전문가는 "해단식을 앞두고 '문재인 지지 선언'의 수위에 대해 여러 가지 예측들이 나왔지만, 가장 낮은 수준의 언급이 나온 것 아닌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이번 대선에서 본인이 어떻게 임할지 아무 힌트도 주지 않고 정치평론가적 태도로 '공자님 말씀'만 늘어놓았다"며 "문재인이 잘 되면 좋지만 설사 진다 하더라도 할 수 없다는 뜻으로 네 힘으로 잘 해보란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앞으로의 '방관자적 자세'를 암시했다는 의미다.

이런 분석은 안 전 후보가 '나는 문재인을 지지한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단식을 앞두고 '문재인을 지지해달라'는 말은 안철수-문재인 양 측의 설명대로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어 어렵다 하더라도, 최소한 본인의 지지 의사 표명은 분명하게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다수였었다.

그런데 정작 문재인 후보에 대한 얘기는 두 문장에 그쳤고, 현재의 대선판에 대한 우려와 경고는 일곱 문장에 걸쳐 이어졌다. "거꾸고 가고 있는" 대선에 대한 비판은 곧바로 "오늘의 헤어짐은 끝이 아니라 (새 정치를 향한) 새로운 시작"이라는 다짐으로 연결됐다.

때문에 "안철수는 누구의 협력자가 아니라 자기 정치를 해나가겠다는 확실한 천명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해단식을 지켜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한 민주당 관계자가 "설마 저걸로 끝은 아니겠지 했다"는 짧은 말을 내놓은 이유기도 했다.

▲ 캠프 해단식에 나타난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문재인 지면 안철수의 미래도 없다…극적 효과 노리며 조금씩 지원 수위 높여갈 것"

그러나 "안 도와주겠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자기 지지자들과 함께 하는 해단식이고 본인이 자기 정치를 할 생각이 있으니 저 정도로 한 것일 뿐"이라며 "지금은 양비론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비판했지만 앞으로 비판의 대상을 구체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분석 전문가도 "조금씩 점진적으로 수위를 높이는 방식으로 본인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문가는 "기대감을 가지고 본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았고, "그래도 사퇴 기자회견 때보다는 1센티미터 정도는 나아간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선거 때, 박원순 후보에게 파격적인 양보를 하고 선거 초반 침묵하던 안철수는 박원순 후보가 위기에 몰리자 편지를 들고 등장했고 박원순의 승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드라마를 연출했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마찬가지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런 분석은 사실 안철수 후보의 해단식 메시지 그 자체보다는, 안철수 전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돕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에 기반하고 있다. 쉽게 말해, "문재인이 대선에서 지면 정치인 안철수의 미래도 없다"는 것이 주된 근거다.

"대선 내내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있다가 대선에서 진 뒤에 나와서 나였으면 잘 할 수 있었다? 안 통한다. 이번에 문재인이 안 되면, 안철수가 더 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2의 문국현'이 될 확률이 높다."

해단식 메시지는 '조건부 지지 선언'이라고 보는 시각도 그래서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안철수 본인은 네거티브로 점철된 지금의 선거판이 진심으로 엉망이고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이는 결국 민주당에게 '네거티브 그만하라'고 요구한 것이고 문재인 후보가 그 요구를 당장이라도 받아들이면 안철수 전 후보도 안 도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의 향후 행보를 결정할 주체는 오히려 민주당이고, 문재인 후보란 얘기다. 이철희 소장은 "이 요구를 민주당이 받아들여 함께 '새 정치'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것이 (문재인 후보에게는) 최선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간철수' 다시 떠올리게 하는 모호한 메시지, 안철수의 대선 만들고 싶은 것"

이처럼 정반대로 엇갈린 해석 그 자체가 안철수 후보의 '노림수'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게 대체 지지선언인가, 아닌가'라는 논란을 의도했다"는 얘기다. 실제 민주당은 안 전 후보의 말을 '지지선언'으로 해석해 환영했고, 새누리당은 '홀로서기'로 규정하고 갈라놓기에 골몰했다. 두 해석 사이에서 갸우뚱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또 다시 안철수로 쏠릴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기대대로 안철수 전 후보가 조금씩 조금씩 발언의 수위를 높여가는 방식으로 지지 의사를 표현할 것이라고 보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카메라 플래시는 여전히 안철수를 향해 집중될 것이고 한 마디를 내놓을 때마다 그 의미를 놓고 해석이 분분할 것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해단식 메시지는 결국 안철수의 대선으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프레시안(최형락)
또 이는 출마 이후 오랜시간 동안 안철수 전 후보가 보여준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 그리고 야권 후보 단일화를 대하는 태도의 연장선에 있다. 단일화에 대해서도, 본인이 야권 후보인지에 대해서도 모호한 태도를 취해 '간철수'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안 전 후보가 사퇴 이후에도 비슷한 행동 양태를 보이려는 것 아니냐는 예측인 셈이다.

안철수 전 후보의 머리 속에는 대체 무엇이 있을까?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안철수의 모호한 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대선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세 가지가 섞여 있다. 팩트(fact, 사실)에 대한 분석과 기대섞인 전망, 그리고 누구도 자극하면 안 된다는 조심스러움이 한데 뒤엉켜 있어 무엇도 단호하게 말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 정치분석 전문가의 마지막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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